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 열린정원

null 게시물 상세 정보
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6.10.12

 여민락 정신 깃든 열린정원


구청 담장 허물어 주민에게 개방
문화공연 즐기고 족욕으로 건강 챙기는


해운대구청 열린정원. 이름도 참 멋지고 예쁘다. 해운대구청이 청사의 담장을 허물고 2015년 12월부터 주민들에게 개방한 정원이다. 담장은 내 땅, 내 구역을 구분하여 외부인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인데, 담장을 없애니 소통과 공유, 화합의 공간이 되었다. 관공서의 문턱을 아예 없앰으로써 공공기관의 권위를 벗어던진 셈이다.
정원 면적은 1,230㎡이고, 구민광장이 1,088㎡ 규모다. 힐링 공간인 온천족욕장, 문화공간인 정원 및 야외무대, 담장을 없애고 회랑을 설치한 열린 공간, 온천상징비와 바닥분수로 이루어진 상징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연못에는 꽃창포, 수련, 부들 등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고. 비단잉어와 거북이가 유유자적 오간다. 펌프질을 하면 비단잉어가 좋아한다는 안내문을 보고 펌프질을 몇 차례 해본다. 독일가문비나무와 동백, 소나무, 느티나무가 조그마한 숲을 이루고 그 사이로 털머위, 꽃무릇, 수호초, 둥글레, 천일홍이 자태를 뽐낸다. 작은 자연석 아래 스피커에선 음악이 흘러나온다. 자연과 인공의 조화라고 할까, 아이디어가 멋지다.
지금의 해운대구청 자리는 1935년 조성된 온천풀장이 있던 곳이다. 수영장, 온천탕, 연회장, 동물원과 정원을 갖추었는데 지금의 열린정원은 온천풀장 정원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1960년대 이 정원에서 개구리나 잠자리를 잡고 식물채집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1987년 내무부로부터 대한민국 100대 정원의 하나로 선정됐을 정도로 잘 꾸며졌다. 옛 연회장 자리는 무대가 마련된 큰 강당이었는데 초등학교 동기회 모임을 가졌던 곳이다. 구청사 현관 입구에는 해운대 석각비(海雲臺 石刻碑)가 해운대의 오랜 역사를 들려준다. 통일신라 때 최치원 선생이 동백섬 암석에 남긴 글씨가 비와 바람에 점점 마모되어 가기 때문에 같은 글씨체로 석각비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온천족욕장은 중·노년 어르신들의 사랑방이다. 하루 평균 이용객 약 800여 명, 올해 상반기에만 10만여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지난 9월 초에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온천물에 발을 담그고 주민 200여 명과 지역현안을 놓고 정책토크를 갖기도 했다.
필자가 열린정원을 찾은 날 야외무대에는 젊은이들로 구성된 다락(多樂)의 국악공연이 진행됐다. 소리하는 소리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정다운 씨가 청중들에게 추임새 연습을 몇 차례 가르친 뒤 판소리 춘향가 가운데 사랑가를 들려주었다.
아이고 춘향아 우리 업고 좀 놀아보자∼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사랑 사랑에 사랑이야∼ 구성진 가락에 어깨춤이 절로 나온다. 이어서 다락의 이수진 대표가 동료 한 명과 함께 설장구 공연을 이어갔다. 음악으로 행복을 나누다-열린정원 음악회라는 현수막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34차례 공연에 방청객 3,000여 명이 참석했다. 온천족욕을 즐기면서 다양하고 수준 높은 공연을 관람할 수 있으니 멀리서도 찾아올 수밖에. 옆자리의 어르신은 덕천동에서 종종 온다고 귀띔해준다. 20차례 열린 100세 건강 학교에는 1,200여 명이, 7차례 개최된 파라솔학교에는 400여 명이 참여했으며, 3차례 열린 나눔 장터에 20여 단체가 동참했다고 한다. 흥을 돋우며 정을 나누고 건강도 챙기니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 몇조가 될까. 족욕장 외부에 조금 남은 담장엔 해운대 12경(景)과 해운대 야경 7선(選)이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해운대를 찾아온 관광객들은 이 사진들만으로도 해운대의 매력에 흠뻑 빠져드리라.
대형 자연석 조형물을 중심으로 온천이 솟아오르는 바닥분수는 온천도시 해운대의 상징물이다. 날이 저물녘이면 형형색색의 불빛이 비춰져 바닥분수는 신비감을 자아낸다. 한여름 이 곳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어린이들에겐 추억의 한 컷을 담아가기 안성맞춤인 곳이다.
정원의 규모가 웅장하고 화려하기로는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과 오스트리아 쇤부른 궁전, 그리고 중국 이화원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들 정원은 수많은 백성들의 희생 위에 특정 권세가를 위해 지어졌던 것. 주민들을 위해 담장을 허물어버린 열린정원의 여민락(與民樂) 정신이 해운대 구정에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론인


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 열린정원

첨부파일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1유형:출처표시 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 열린정원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