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 꽉 막힌 물길을 트는 첫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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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8.04.05

방송통신위 설립 공공기관
미디어교육·체험, 장비대여
시청자주권 보장 활동


지난해까지 10만 명 이용
영상 통한 참여 소통 나눔


중국 요임금 시절 매년 홍수가 그치지 않아 곤에게 치수 사업을 맡겼다. 곤은 곳곳에 제방을 쌓았으나 거대한 물결이 제방을 무너뜨렸다. 이후 순임금은 곤의 아들 우(禹)에게 홍수를 다스리게 했는데, 우는 측량 기구를 가지고 전국을 답사한 끝에 제방을 쌓는 대신 물길을 터주었다. 무려 13년에 걸친 대역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그는 제위를 물려받았다.
사람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말과 글로 표현하고 대중매체를 통해 널리 전달되어야 공유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 소통에 장벽이 있다면 오해와 억측이 생겨나 맹자의 말처럼 강물이 배를 뒤집게 된다. 군주민수(君舟民水)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영상을 통한 참여와 소통, 열림과 나눔을 추구한다. 해운대구 센텀중앙로에 자리 잡은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를 찾았다. 빌딩 숲을 이룬 센텀시티에서 4층 높이에 불과한 아담한 공간이다. 방송법 제90조의 2에 근거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설립한 공공기관이다. 방송매체에서 소외되지 않을 보편적 서비스권, 사회 구성원이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권, 대중매체의 지면이나 방송프로그램을 요구하고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액세스권 등 시청자 주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센터의 주요 업무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 교육 및 장비 시설 제공, 학교 미디어 교육, 미디어에 대한 교재 및 자료 제공, 노인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에 대한 미디어 교육, 미디어 체험 등이다. 정회원이 되면 상설미디어 교육을 받고 특강 신청을 할 수 있으며, 편집실 녹음실 세미나실 공개홀을 이용할 수 있고 장비 대여도 가능하다. 이 모두가 무료다. 그러니 교육을 받거나 시설 이용, 장비 대여 인원이 지난해 10만 명을 넘었다.
부산센터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2005년 11월에 개관되었다. 그 후 광주, 춘천, 대전, 인천, 서울, 울산에서도 문을 열었다. 권경숙 주임으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센텀시티 주변에 영화, 영상, 방송 관련 기관이 많아 전직 PD나 대학교수들의 특강을 듣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자유학기제나 자유학년제가 시행된 이후 각급 학교로부터 방문교육 신청이 많이 들어온다고 자랑한다. 지난해는 80여 학교의 신청을 받아 예산의 제약 때문에 20개 학교에서 교육을 했다고 한다.
찾아가는 미디어 나눔버스는 센터를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섬이나 산간 지역 주민들을 위한 서비스다. 버스 내부에 스튜디오를 설치해 TV 뉴스를 직접 제작하거나 아나운서, 기자, 기상캐스터 역할을 체험해볼 수 있고, 녹음 부스에서 PD나 DJ, 리포터 역할을 하는 보이는 라디오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에 쓰이는 효과음을 제작, 녹음하는 폴리 체험도 가능하다. 지난해엔 창녕 우포늪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실버세대 등 성인을 위한 영상 교육은 기본기부터 단계별로 진행되는데 정원은 15∼30명이다. 권 주임은 인원이 부족해 폐강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수강생들의 만족도가 높아 여러 차례 재수강하거나 대기하는 인원이 상당수 많다고 자랑한다.
3층 스튜디오에서는 남일중학교 학생 20여 명이 직접 작성한 원고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서서 기자 역할을 체험하고 있었다. 남학생 앵커가 ○○○ 기자 나오세요라고 말하니, 기자 역을 맡은 여학생이 우리나라가 OECD 국가 가운데 경제성장률 1위에 올라 국민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라거나 스마트폰 중독 실태, 학교 폭력 예방법, 기상 예보 등을 들려준다. 말을 더듬거나 발언이 부정확하더라도 소중한 체험이 되었으리라. 스튜디오 옆의 부조정실에서는 학생들의 체험 화면을 녹화중인데 방송국 못지않게 장비가 으리으리하다.
126석을 갖춘 2층 공개홀에서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시청각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영화를 관람하는 부산 배리어프리 영화제가 개최되었다. 장애인들의 미디어 접근권을 높이기 위한 행사였다. 장애가 없는 세상, 장벽이 사라진 사회, 우리가 꿈속에서 그리워하던 그 곳이 아닌가.
공개홀에서 나오던 어르신 세 분을 만났다. 영상제작교실에서 공부한 분들이란다. 수영에 거주하는 박진수 어르신에게 연세를 여쭈었더니 우리 나이로 일흔 일곱이라고 한다. 영상제작교실은 3개월 다녔지만 그 이전부터 동아리를 통해 공부를 하신 분이다. 2012년 서울 실버영상축제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수상 경력도 상당하다고 소개하신다. 경비가 많이 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모두가 무료이고 1년 회비 10만 원씩 모아 회원들끼리 막걸리를 마신다고 한다. 강사는 예술학 박사인 부산대 영화연구소 연구교수다. 그리고는 내일 오후 우리가 제작한 영상 시사회를 하니 꼭 보러 오라고 권한다.
고희(古稀)를 지나 희수(喜壽)인 연세에 영화감독, 카메라 감독, 편집 감독을 할 수 있으니 참 좋은 세상이다. 소리 높여 외쳐보자. 브라보! 실버 라이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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