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 불모지에 새싹을 틔우는 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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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8.05.08

전국 최연소 오페라단장
2014년 미국 대통령상 수상


음악은 마음을 치료하는 묘약
자주 듣고 자주 보아야


뉴아시아 오페라단 그레이스 조 단장, 우리 이름으로는 조영희 씨다. 그를 처음 만난 건 지난 3월 부산의 한 여자고등학교 신입생 환영 음악회에서다. 내빈석 옆자리에 앉았는데 공연이 진행 중이라서 인사를 나누거나 명함을 건넬 상황이 아니었다. 며칠 후 오페라단 홈페이지를 찾아보고 메일을 남겼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인터뷰 약속을 했지만 서울로, 또 일본으로 간다기에 세 번째 약속 만에 만날 수 있었다.
해운대구 우동 올림픽공원 맞은 편 WBC 더팰리스 빌딩 사무실로 찾아갔다. 조 단장이 녹차와 초콜릿을 내놓으며 반갑게 맞아준다. 창가에 서니 광안대교와 마린시티, 벡스코 제2전시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올림픽공원의 신록이 싱그럽다. 사무실이 꽤 넓어 면적을 물었더니 87평이란다. 임대한 공간이라는데 세를 제법 내야할 듯하다. 이 사무실은 단원들의 연습실, 또는 유럽 등에서 유행하는 하우스 콘서트 무대로도 활용된다고 한다.
2008년 11월 부산소극장오페라앙상블로 창단한 오페라단은 2013년 1월부터 뉴아시아 오페라단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소프라노 그레이스 조가 단장을 맡았다. 50∼60대가 맡는 단장을 30대 중반의 나이에 맡았으니 그 때나 지금이나 전국 최연소 기록이다. 소프라노로 활동하면서 공연 기획 경험을 쌓은 덕분에 지인들이 권유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립음악원 두 곳을 수료했고 러시아 마그니타 글린카 국립음악원에서 연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일본 오사카, 인도네시아, 에스토니아, 호주 시드니, 중국, 라오스 등지에서 초청 연주를 했으며, 캄보디아에서 열린 19차 세계한인상공인대회 개막식 및 폐막식 초청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런 활발한 국제교류를 인정받아 2014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예술봉사 부문 대통령상을 받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가 무엇인지 물었다. 2013년 딸을 출산하고 4일 만에, 의사가 만류하는데도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를 공연한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랐는데 후유증 때문에 한동안 앓았다고 한다. 2014년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오페라 박쥐는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전자음악을 섞은 일레트로닉 오페라로 꾸몄는데 욕도 많이 듣고 칭찬도 많이 받았다. 모차르트의 돈조반니 공연 때는 3억 원이나 투입했다. 오케스트라나성악가들에게 충분한 사례를 하지 못했는데도 거액이 들어갔다. 일반 음악회는 출연진이 20명가량이지만 오페라는 오케스트라, 성악가, 무용, 합창단, 분장, 무대, 스태프 등 200여 명이 나선다. 무대장치는 이탈리아에서 제작해 컨테이너에 싣고 선박으로 부산까지 운송한단다.
조 단장은 종합예술인 오페라에 대한 지원이 너무 빈약하다고 아쉬워한다. 부산시의 지원은 장르별로 공평하게 나누다 보니 오페라를 공연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도 복지 부문에 치우쳐 문화예술에 대한 메세나는 활발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는 부산 북항에 들어설 오페라하우스에 대한 기대가 크다. 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된 대구는 공연이 활발하다며 시드니의 명물이 오페라하우스이듯 부산도 새로운 랜드마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부산과 창원, 경주 교도소와 밀양 구치소 등에서 주 1회 봉사활동을 해온 조 단장은 음악을 활용한 봉사가 재소자들의 교화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클래식을 자주 들으면 결코 잠이 오는 음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조 단장은 활달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그리고 달변이다. 그래서 오페라 같은 큰 무대가 아니라 작은 음악회라도 자주 가지려 애쓰고 있다. 가수 보아의 오빠인 피아니스트 권순훤 씨는 그의 저서 서문에서 감동을 뜻하는 영어 단어로 move(움직이다)나 touch(만지다) 같은 동사를 주로 쓴다며 마음을 움직이고,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 감동이라고 설명했다. 마음을 치료해주는 묘약이 음악이고, 예술이니 자주 듣고 자주 보아야 할 수밖에.
조 단장은 워낙 바쁜 사람이다. 요트 동호인들에게 문화를 접목시키기 위해 부산요트협회 이사를 맡고 있고, 한중국제영화제 예술단장도 겸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도중 오페라단 사무실에서 아트 페어를 개최한다는 초청 메시지가 날아왔다. 문화에 대한 오피니언 리더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려면 조 단장은 얼마나 더 분주해야 할까.
31세에 세상을 떠난 프란츠 슈베르트는 그의 절친한 친구 F. 쇼버의 시에 곡을 붙여 음악에 부침(An die Musik)이라는 가곡을 만들었다. …그대의 달콤하고도 신성한 화음은/ 보다 행복한 시간의 하늘을 내게 열어주었다/ 그대 사랑하는 예술이여/ 그것들에 대해 그대에게 감사드린다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고 요절했던 슈베르트도 음악이 있어 행복했으리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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