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 산지니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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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7.03.06

부산 문화 보물창고


 


센텀시티에 둥지 … 12년 동안 400종 펴내
2015 한국출판학회상 경영·영업 대상 수상
지역 출판사 살리면서 독서 즐거움 만끽


사마천은 52만 6천500자에 달하는 방대한 글을 대나무나 나무 조각에 일일이 붓으로 기록하였다.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인 기원전 91년께 완성된 사기(史記)는 중국 고대사를 후세에 남기겠다는 집념의 결실이었다. 사마천의 노력이 없었다면, 공자나 진시황의 시대는 아직도 안개 속에 갇혀있을지 모른다.
1420년께 구텐베르그가 발명한 인쇄술은 로마 가톨릭교회의 면죄부 인쇄에 활용되었다. 그런데 마르틴 루터는 바로 그 인쇄술로 면죄부를 비판하는 주장을 퍼뜨렸고, 독일어로 번역된 성경을 펴냈다. 16세기 종교개혁의 성공은 출판 혁명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책을 펴내는 일은 지식과 사상을 전파하고 예술혼을 고취시키며 역사를 계승하는 작업이다.
수영강이 내려다보이는 해운대 센텀시티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 6층의 한 사무실.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를 모토로 내건 도서출판 산지니의 새 보금자리다. 산지니는 야생의 오래된 매라는 뜻이란다. 생존을 걱정할 만큼 열악한 지역 출판시장에서 살아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산지니출판사는 부산대 법학과 86학번 출신인 강수걸 대표가 2005년에 설립했다. 강 대표 혼자서 꾸려가던 사무실에 이젠 식구가 7명으로 늘어났고, 12년 동안 펴낸 책이 벌써 400종을 넘어섰다.
출판시장 매출의 95%를 서울 지역이 차지하는 현실에서 지역 출판사가 살아남기란 쉽지 않습니다. 책을 만들어 전국 서점에 유통 판매하기가 힘든 구조입니다.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강 대표는 2015년 제35회 한국출판학회상 경영·영업 부문 대상을 받았다. 김영사, 교보문고, 문학과 지성사 같은 서울의 메이저 출판사가 받았던 상이라고 한다. 지역에서 1년에 20권 이상 꾸준히 발간해온 노력을 평가받은 것이다.
전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2006년부터 파주 출판단지 내 물류창고를 이용했고, 부산 온천장에도 물류창고를 확보했다. 인쇄도 파주와 부산 두 곳에서 했다. 지명도 높은 지역 필자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문화체육관광부나 문화예술위원회, 한국도서관협회 등 각종 기관과 단체로부터 우수도서로 선정된 책이 약 100권에 달한다. 일본 태국 대만 홍콩 등 해외로 저작권을 수출한 도서도 5종이나 되었다.
어떤 책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에 강 대표는 세 권을 소개했다. 산지니의 첫 책인 반송 사람들(고창권 지음)과 저작권 수출 1호인 부산을 맛보다(박종호 지음) 그리고 2015년 원북 원부산 도서에 선정된 금정산을 보냈다(최영철 지음)를 꼽았다. 이밖에도 2013년 만해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조갑상의 장편소설 밤의 눈도 산지니서 펴냈다. 초창기 부채의 운치 차의 향기 등 중국문화 번역서를 시작으로 무중풍경이라는 중국영화 번역서로 전국적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인도를 소개하는 책도 많이 펴냈다.
앞으로는 부산이 바다와 영화의 도시라는 점을 감안, 이런 테마로 부산을 재조명하는 교양서를 기획하고 있다. 저항의 도시, 타이페이를 걷다와 같은 아시아의 도시와 역사를 소개하고, 지난해부터 시작했던 중국 근현대 사상총서 시리즈도 계속 출간할 예정이란다.
그런데 최근 서울의 대형도매상인 송인서적의 부도로 전국의 출판사와 서점들이 540억 원 가량 피해를 보았다. 산지니도 1억2천여만 원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유통망이 단기간에 복구되지 않으면 책 판매가 부진해지고 사태가 장기화되면 신간 출판 계획을 취소해야 한단다. 중소규모 출판사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책을 읽지 않는 나라, 작가가 사라지는 나라엔 미래가 없다며 호소문을 내기도 했다. 지역 출판사에서 펴낸 책 한 권이라도 구매해줄 것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인터넷에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이지만, 책을 읽지 않으면 체계적인 지식이나 정보를 구할 수 없다. 홍수가 나면 온통 오염된 물이므로 우리가 마실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고 양주동 박사는 면학의 서라는 글에서 맹자의 인생 삼락에 독서, 면학을 추가하여 인생 사락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고장의 출판사를 살리면서 독서로 즐거움을 만끽하시길 권하고 싶다.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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