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 우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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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6.05.10

자연이 숨 쉬는 신천지


고층빌딩 숲을 이뤄 상전벽해
푸르른 장산 아래 살기좋은 동네


해운대구 우동은 장산에서 발원한 춘천의 오른쪽에 자리 잡은 동네라고 하여 이름 지어졌다. 그런데 오른쪽 우(右)가 아닌, 의미가 좋은 도울 우(佑)로 표기하고, 춘천 왼쪽인 좌동도 도울 좌(佐)를 사용해오고 있다. 우동의 인구가 점차 늘어나자 운촌, 못안, 장지마을은 우1동, 설분곡, 승당마을은 우2동으로 나뉘어졌다. 설분곡(雪粉谷) 마을은 인가가 거의 없는 과수원 지역이었는데, 휘날리는 꽃가루가 눈이 내리는 듯하여 이름 붙여진 것은 아닐까. 승당(僧堂)은 조선시대 부산진성 축조공사 부역에 동원됐던 스님들이 집단 거주했던 부락인데, 6.25 이후 피난민들이 많이 살았던 지역이다. 코카콜라 생산 공장이 있던 자리에 삼환아파트가 들어서는 등 지금은 여기 저기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숲을 이루고 있다.
수영비행장이 이전한 자리에 센텀시티가 조성되고 수영만 매립지에 마린시티가 개발됨으로써 우2동은 그야말로 상전(桑田)이 벽해(碧海)가 되었다. 벡스코, 시립미술관, 부산사회체육센터가 세워졌다.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홈플러스 등 쇼핑 명소가 자리 잡아 인파로 늘 붐빈다. 초·중·고가 7개 학교, 성불사 등 사찰이 8개, 수영로교회 등 교회가 7곳이나 된다. 부산시교육감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을 지낸 정순택 선생이 설립한 한독여실이 이젠 부산문화여고로 바뀌었고, 또 훨씬 이후 개교한 부산국제외국어고는 명문학교로 성장하였다.
해운대신도시 우회도로 아래 장산유격장으로 가는 길, 조그마한 사찰들과 굿당이 눈에 띈다. 올림픽교차로 건너 신천지와는 달리 낡고 볼품없는 옛 모습 그대로이다. 대학생 시절 보름 가량 머물렀던 약수암이 근처인데 가파른 산길을 걷기가 귀찮아 돌아섰다. 장산에서 흘러내리는 우동천 산책로에는 목재 데크가 설치되고 체육시설을 갖추는 등 깨끗하게 단장되었다. 곧이어 벽화마을, 피난민들의 보금자리였을 마을 담벼락에 동화책 속의 삽화 같은 예쁜 그림들이 등산객들을 반긴다.
성불사로 올라가는 길. 알록달록 오색 연등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우2동 주민센터에서 설치한 시화 작품들이 철제펜스에 매달려 나부낀다. 김영랑, 서정주, 김춘수 등 유명 시인들의 주옥같은 명작들이다. 작년에 피었던 꽃 /올해도 그 자리 거기 저렇게 /꽃 피어 새롭습니다… 김용택 시인의 꽃처럼 웃을 날 있겠지다. 성불사 초입에는 마음 다스리는 글이 커다란 비석에 새겨져 있다. 그래, 인생살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아도 마음을 잘 다스리면 꽃처럼 웃을 날 있을 거야.
재송동 방향 임도를 오른다. 멀리 센텀시티와 광안대교가 보인다. 뒤돌아보면 장산이 새 옷을 갈아입고 있다. 짙은 녹색과 연두색, 그리고 산벚꽃의 연분홍이 뒤섞여 있으나 조화롭다. 세상 만물은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다. 임도변에는 황매화와 왕벚꽃, 이팝나무 꽃, 싸리나무 꽃이 바삐 가는 봄을 천천히 가라며 애원한다. 전망대가 나오더니 팔각정, 파고라가 잇따라 발길을 붙잡는다.
그리곤 소릿길 습지 주민체육쉼터가 보인다. 이 곳은 야생초화원과 잠자리 쉼터, 체육시설 등을 갖추었는데, 2015년 개발제한구역 주민 지원 사업으로 조성되었다. 이 습지는 개구리와 도롱뇽의 산란처라고 한다. 소릿길이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일까.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우주 만물의 소리를 듣고 마음을 치유하라는 뜻은 아닐까. 합천 해인사로 가는 홍류동 계곡의 소리길 만큼 절경은 아니지만 도심 가까운 곳에 이만한 휴식처가 있으니 큰 복이리라. 준비해간 떡과 과일, 차 한 잔을 마신다. 산에 가면 저렴한 비용으로 건강을 다지고 자연과 친해져 힐링 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우리나라에 등산 애호가가 많은 게 아닐까.
습지쉼터에서 산길을 오르면 장산 정상 방면이며, 임도를 계속 걸으면 재송동 옥천사로 이어진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산책 나온 꼬마 숙녀를 만났다. 할머니의 주문대로 새들에게 모이를 던져주며 또 만나자라고 말하는 모습이 여간 귀엽지 않다. 이름과 나이를 물었더니 센텀두산위브에 사는 다섯 살 배기 주원이란다. 치즈 한 장을 건넸더니 고맙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인다. 멀리 뉴질랜드에 사는 외손녀가 문득 그리워졌다.
우2동은 고층빌딩이 숲을 이룬 부산의 신천지로 바뀌었지만, 장산의 푸르른 자연이 남아있어 사람 살만한 곳이다.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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