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해운대라꼬 빛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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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6.01.11

밤하늘의 별, 우리 가슴에 되살리자!


희망을 잃어간다면 별을 보라
아니면 빛축제에 오시라


한 장 남은 달력 가운데 절반이 이미 과거가 돼버린 12월 중순, 도시철도 해운대역에서 버스를 내렸다. 제2회 해운대라꼬 빛축제를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하늘엔 짙은 먹구름이 뒤덮였고 찬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데 빛 조형물은 아직 불이 켜지지 않은 상태였다.
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구남로에 마련된 스타 보틀(star bottle)에 들렀다. 관광객들이 반짝 반짝 빛나는 트윙클 소원지에 소원을 적어 병 모양의 구조물에 내거는 방식이다. 그러다 빛축제가 마무리될 무렵인 내년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 때 소원지를 함께 태운다고 한다. 어떤 소원이 성취되기 바라는지 살짝 엿보았다. 사랑, 건강, 합격, 재물…. 그렇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가치들이 아닌가. 간절하게 기원하면 이루어지리라. 나도 소원지 한 장에 몇 자 적었다. 분열 아닌 통합을! 갈등 아닌 화해를! 이 소망도 이루어질 수 있을까.
소원지를 내걸고 돌아서니 빛 조형물에 불이 켜졌다. 불과 몇 분 사이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하늘에선 눈인지 비인지 알 수 없는 진눈깨비가 내렸다. 세찬 바람을 타고 얼굴을 따끔따끔하게 때린다. 분명 눈이다. 눈을 맞기 어려운 부산에선 이 또한 축복이다.
세이브존백화점 앞에는 청색과 흰색 조명등과 노란 별들이 도열해 있다. 청색과 흰색 조형물은 은하수를 뜻하는지, 파도를 뜻하는지 알 수 없으나 날아오르는 빛이라고 한다. 인근 가게에서 캐롤송 징글벨이 들려왔다.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불러보았다. 해운대산부인과 앞으로 돌아서니 돌고래가 재주를 부리는 조형물과 몇 겹의 하트 무늬에 둘러싸인 커다란 별이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다. 희망의 빛이라고 한다. 해운대구청 열린정원 앞에는 별똥별이 쏟아질 듯한 조형물과 오색 분수가 볼 만했다. 족욕탕에서 뿜어져 나오는 해운대온천의 열기는 진눈깨비 내리는 궂은 날씨에 안성맞춤이었다.
해운대시장 입구,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전통시장을 이용한 고객들에게 추첨하여 냉장고를 선물로 준다고 한다. 지역경제를 살리고 큰 선물을 받으면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별들이 쏟아지듯 형형색색 조명등이 전통시장을 환하게 밝혀준다. 다채로운 빛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관광지 시장답게 어묵과 튀김 가게가 부쩍 늘어난 듯하다. 유명한 선술집 봉자네 실비에서 어묵탕으로 얼어붙은 몸을 잠시 풀어보았다. 빛축제가 영업에 도움이 되느냐고 물었더니, 사장님 왈 주말 손님이 늘어나 도움이 된다.고 반긴다.
해수욕장 입구로 가니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밤바다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높이가 16m라고 하는데 전구는 몇 개나 달려있을까. 서로 사진을 찍어주거나 셀카를 찍는 관광객들의 표정이 무척 밝다. 저처럼 환한 표정으로 한 해를 보내고 또 한 해를 맞이한다면 만사형통이 아니겠는가. 동백섬 방향으로 줄지어 선 커다란 호텔건물엔 저마다 영롱한 장식을 설치하여 해운대의 밤을 빛내고 있다. 동백섬 입구 더 베이 101은 마치 뉴욕이나 라스베이거스의 건물들 마냥 화려한 불빛으로 휘감겨 있다. 관광객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고 시민들에게 활력을 줄 수 있다면 약간의 에너지 소비는 감내해야 할 일이다.
조명으로 건축물을 만들거나 치장하는 축제를 이탈리아어로 루미나리에(luminarie)라고 일컫는다. 16세기 나폴리왕국에서 왕족의 행차를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다가 종교의식에서도 활용됐다고 한다. 일본 고베의 루미나리에는 1995년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게 용기를 불어넣기 위해 시작돼 인기 관광 상품이 됐다는 것이다.
해운대 빛축제의 콘셉트는 바다, 구름, 그리고 별, 빛나는 나의 행성이라고 한다. 이를 외우지 못해 바다, 파도, 모래, 별을 떠올렸는데, 곰곰 생각해보니 해운대(海雲臺)의 그 바다와 구름이다. 바다와 구름, 별은 모두 꿈과 희망의 상징이다. 내가 지금 바라보는 밤하늘의 별은 몇백만 광년, 아니 그 이상 먼 거리에 있을 것이다. 그러니 백만 년, 아니 그보다 훨씬 오래 전에 보낸 우주의 신호를 이 순간 우리가 전달받는 게 아닐까.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는 중요한 건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 만약 아저씨가 어떤 별에 있는 꽃을 사랑한다면 밤하늘을 바라보는 게 즐거워질 거야라고 말했다. 용기와 희망을 점점 잃어간다면 밤하늘의 별을 보라. 아니면 해운대 빛축제에 오시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별을 찾으리라.
/언론인


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해운대라꼬 빛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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