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고운 이야기 ⑤ 반송 별곡
작성자 | 관광문화과 | 작성일 | 2014.09.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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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구름 꽃이 날리는 4월의 반송이 그립다 해운대구는 해운대를 이야기가 흐르는 문화도시로 만들고자 국제신문,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와 함께 지역 내 숨은 이야기를 발굴하고 있다. 아래 내용은 국제신문에 게재된 글로, 6회에 걸쳐 해운대 고운 이야기를 연재한다. 소나무골 일제 남벌 등에 없어졌지만 구덕·초량 사람들 품어
바람은 싱그럽게 머리칼을 날리는데 개울은 노래하며 반송이 여기라네, 반송동 여기라는데 반송(盤松)은 어디 갔나. 상쾌한 마음으로 마을을 내다보니 물은 곧 생명이라 집집마다 파란 물통 청색의 물통을 이고 건물들이 흐르네. 좁다란 골목길이 가로 세로 사통팔달 산으로 신작로로 환하게 열린 마을 윗반송 아랫반송을 산이 삼면 안아놓네. 개나리 꽃가지에 종다리 앉았다가 한 곡조 남겨놓고 포로롱 날아가네 악보에 옮기기 전에 내 귀가 환히 듣네, 삶이란 구절양장이라네 쯔빗쯔빗 삐리리 반송동 반송 마을에는 반송이 이젠 없다. 소나무 중 솔빛우산 펼친 모양 푸르고 단정한 짧은 잎, 키 작은 소나무가 반송인데, 반송동에는 반송이 없다. 일제의 남벌에 빼앗기고 50년대 전쟁과 어려운 시절을 지나는 동안 땔감으로 구들 목을 데워주며 목숨을 다했다 한다. 안타까운 역사와 우리의 무지를 여기에서도 절감하게 된다. 반송마을을 돌아보니 전설과 삶의 애환이 얼기설기 산은 운봉산 절터산 진들개산 무지산이 담처럼 두른 예 반송은 수령 200여년 넘는 반송나무굴이라는 숲길 있어 한낮에도 촛불 켜고 나그네가 길 갔다니 큰짐승은 어찌 없고 도둑님은 왜 없었을까! 도둑골의 예 전설은 소나무골에 생겼으니 맹수와 도적 무서운 반송에는 길가는 나그네의 그리운 주막집이 있고, 민가는 드문드문 가뭄에 콩 나듯 하였으리. 화분이 많은 집은 꽃집 아니라 고추 방앗간이었네 화분꽃밭엔 섬초롱 구기자 철쭉 천리향, 동그란 보리밭엔 보리가 패는데 꽃 같이 살고픈 마음 꽃도 함께 핀다하네〈고추방앗간과 화분꽃밭〉 골목 어귀에 들어서니 여긴 벽이 간판인즉 월세 전세방 자취방 있음, 누더기 벽보판에 2백만 원에 오 만원, 주인과 상의하면 빼줄 수도 있다는. ○○회사 단순직 구함 150만~200만 원 종이문어다리들이 전화번호를 안고 펄럭인다. 삶이 가파르면 일이 행복이라 궂은 일 인들 못하랴. 좁은 골목에 꽃이 붉다. 동백은 지고 있는데 아이비가 옆집 베란다를 타고 오른다. 화분에는 때 아닌 국화, 대문 앞이 화분꽃밭. 각별히 꽃을 사랑하는 아주머니는 반송이 제2의 고향, 오십 여년을 이곳에서, 자식 길러 대학 보내고 결혼시켜 손자손녀 둘 키우며 행복하게 잘 산다고 만면에 웃음꽃인데 건너 집 젊은 여인은 작은 아이의 손목을 잡고 나오며 희고 맑은 빨래를 널어둔 커다란 창문이 참 깔끔하게 보인다. 저 여인의 집이란다. 그것을 사진 찍고 있는데 꼬마 셋이 나타나서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그래 안녕! 너들 어디 가니? 유치원 가요! 참 예의도 바르다. 낡은 그루터기에서 난 햇순들은 어찌 그리 뽀송한지. 행복하여라 아이들아! 반송사람 골목 좁아 문만 열면 이마가 닿겠다. 서로 협동이 잘 되고, 이웃끼리도 친하제. 인정이 살아 숨 쉬는 반송, 자연이 그러하니 사람도 그러할밖에. 문 꼭 닫은 아파트는 옆집사람 얼굴도 못 보는 세상인데, 문만 열면 앞뒤옆집 정다운 골목얘기 미어터지겠구나. 그러나 여기 헐릴 듯 낡은 문, 녹슨 자물통 앞에서, 북경 뤼신 생가 뜰의 라일락보다 더 아름다운 수수꽃다리를 만나며 철없는 아이처럼 마음을 온통 뺏겨 바라본다. 나무가 한생을 다 바쳐 꽃피는 건 제 목숨 자기가 사랑하는 까닭이라고 영산대학으로 접어드는 벚나무 꽃길에 서니 때마침 음악은 지고이네르바이젠에서 타이스 명상곡으로 흐르고 벚꽃은 눈처럼 날리고 나는 잠시 나를 잊어버린다. 따스한 벤치에 등을 기대고 앉았노라니 건너편 복사꽃 핀 환한 교실 그쯤에서 출석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 그리운 날이여. 나는 학창시절로 잠시 돌아가 책상에 앉는다. 어디서 내 이름을 부르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아득히 들리는가. ■ 글 = 박옥위 시조시인 / 그림 = 송영명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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