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서핑 천국 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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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4.10.06

사계절 서핑 가능한 최적의 해안


일상사 훌훌 털어버리고
대자연과 하나 되어…


송정이 젊어졌다. 활력이 넘친다. 구리 빛 속살을 드러낸 젊은이들의 천국이다. 상전(桑田)이 벽해(碧海)로 바뀐다더니, 송정의 변신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한적한 어촌 마을, 또는 해운대 해수욕장의 명성에 가려진 한산한 피서지는 옛말이다. 제주도 중문, 강원도 양양, 충청도 만리포 해변과 함께 전국의 서퍼들이 그리워하는 송정 해변이 아닌가. 아니, 중문이나 양양과 견줄 것이 아니라 국내에선 단연 최고라는 찬사를 듣는다.
송정서핑학교 서미희 대표, 그가 송정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서 대표는 1988년 윈드서핑에 눈을 뜨게 되었고 1995년 송정에 윈드서핑 숍을 차렸으나 사업은 순조롭지 못했다. 실의에 빠져있던 어느 날, 널빤지에 올라 파도를 타는 외국인을 우연히 목격하였다. 말도 잘 통하지 않았지만, 호주 출신인 그 외국인으로부터 사흘 동안 서핑을 배웠다. 그리고는 외국에서 비디오테이프를 구해 독학하고, 송정을 찾은 외국인 서퍼들로부터 귀동냥하였다. 그러길 만 3년, 서핑 기술을 점점 익혀 국내 1호 서퍼가 되었다. 1996년엔 송정서핑학교를 열었다. 지난해만 5천 명, 올핸 벌써 4천 명이 이 학교를 거쳐 갔다. 코치진만 10명,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한다. 서핑 동호인 가운데 서 대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17세, 14세인 딸과 아들은 프로 서퍼를 꿈꾸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단련중이라고 한다.
서 대표는 자연의 주름 위에서, 신의 놀이터에서 노는 기분이라며 서퍼들은 한 마리 새처럼 인간세상을 벗어나 훨훨 날아다니는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자랑한다. 서 대표는 또 서퍼들은 대부분 20~30대 젊은이들이라 돈을 잘 쓰는 편이어서 송정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고 알려준다.
지난해 12월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무리와이 비치와 영화 피아노의 촬영지였던 카레카레 해변에서 현지 서핑족들을 보고는 색다른 취미 쯤으로 생각했으나, 우리 부산의 송정에서 수백 명이나 되는 서핑 동호인들을 만날 줄이야. 해운대구청장배 국제서핑 페스티벌 이틀째인 9월 14일, 참가 선수만 200여 명, 응원단까지 합하면 500여 명이나 함께 파도타기를 즐겼다. 일본, 중국, 대만, 미국 선수들도 참가했으니 국제대회라고 부를 만하다.
서울에서 왔다는 김봉철(32)씨는 파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서핑의 매력에 푹 빠진 듯하다. 송정은 동해와 남해에 모두 접해있어 남풍과 북풍의 영향을 모두 받을 수 있으며, 수심까지 얕아 서핑하기에 적절한 파도가 자주 발생한다. 게다가 겨울에도 수온이 섭씨 11도를 유지하므로 사계절 내내 서핑할 수 있는 최적의 해안이다. 7,8월 해수욕장 개장 시기엔 레저구역이 한정돼 서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좁다는 불만이 옥의 티다. 파도타기는 선사시대부터 이어져왔다고 하나, 1920년 하와이 출신의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 파오아 듀크 카하나모쿠가 와이키키에서 서핑클럽을 차린 게 근대 서핑의 시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1990년대 본격 소개되었다고 하니 송정이 그 효시가 아닐까.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비행기를 만들어 냈듯이, 집채만한 파도를 타고 넘으려는 도전정신이 서핑의 출발점일 것이다.
키아누 리브스와 패트릭 스웨이지가 주연한 영화 폭풍 속으로나 영화 블루 크러쉬에 나오는 서핑 장면은 정말 매력적이다. 고도의 수영능력과 평형감각을 요구하는 격렬한 스포츠, 예상하지 못한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파도타기에 젊은이들이 왜 열광할까. 일상사를 훌훌 털어버리고 대자연과 하나가 되려는 욕망 때문인가. 송정의 파도와 만나려는 전국의 서퍼들을 위한 지원책은 없는지, 송정을 서핑의 요람으로 만들 방안은 무엇인지 지혜를 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름 한 철 송정이 사계절 송정으로 바뀌었으니까 하는 말이다.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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