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해운대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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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5.02.06

몸과 마음의 피로 말끔히 씻자


파묵칼레에 클레오파트라
화청지에 양귀비가 있었다면
구남온천엔 신라 진성여왕이…


인류 최초로 온천을 이용한 사람들은 그리스인이라고 한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병을 낫게 하는 것은 자연이라며, 온천의 치료 효과를 강조했다.
지금부터 약 2천5백 년 전이다. 터키의 유명한 관광지 파묵칼레에는 목화처럼 보이는 석회암 경사면을 따라 온천수가 흘러나온다. 아름다운 석회암 경관을 구경하면서 맨발로 걸으면 온천수가 여행의 피로를 녹여준다. 로마의 황제들과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가 자주 찾았다고 하여 더욱 유명해졌다.
중국 시안(西安)의 화청지(華淸池)는 당나라 때의 궁전이자 온천욕장이다. 현종이 사용했던 연화탕, 양귀비 전용인 해당탕, 신하들이 드나들었던 상식탕, 앞서 당 태종의 성신탕 등 여러 욕장이 갖추어져 있다.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 놀음이 무르익어 갈수록 당나라는 속절없이 무너져 갔다.
해운대온천은 다리를 다친 학이 2~3일 온천욕을 한 뒤 깨끗이 나아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발견됐다고 한다. 지금의 대천마을에서 해운대구청, 운촌마을까지 거북이가 서식하는 습지대 벌판이었는데, 장산의 남쪽에 위치했으므로 구남(龜南)이라고 불렸다. 그러니 해운대온천의 옛 이름은 구남온천이었다.
터키 파묵칼레에 클레오파트라, 중국 화청지에 양귀비가 있었다면, 구남온천엔 신라 51대 진성여왕이 다녀갔다. 어릴 때 천연두를 앓았던 여왕이 해운대에서 온천욕을 한 뒤 천연두 자국이 깨끗이 나았다고 한다. 1천 년 이전이었는데 여왕이 다녀갈 정도로 소문이 났던 게 아닐까.
 해운대 지명의 유래가 되었던 최치원 선생이 당나라에서 돌아와 어지러운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 시무(時務) 10조를 올렸던 왕이 바로 진성여왕이었다. 최치원 선생은 여왕이 건의를 받아들였으나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해운대를 거쳐 가야산으로 은둔하였고, 여왕은 덕이 부족하다며 스스로 왕위에서 물러났다. 해운대에 얽힌 묘한 인연이다.
해운대온천은 조선시대 백성들에게 폐를 끼친다는 이유로 폐쇄되었다가 20세기 초 일본인들에 의해 점차 개발되었다. 1923년 해운대온천기업합자회사가 설립되었고 1935년 온천호텔, 온천풀장, 공중욕탕 등이 개장하였다.
온천풀장은 지금의 해운대구청 자리에 수영장과 연회장, 동물원, 정원 등을 갖춘 위락시설이었다. 초등학생 시절 이 곳에서 공작이나 원숭이, 여러 수생식물들을 구경했다. 전국에서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즐겨 찾았다. 공중욕장은 지금의 해운대온천센터 근처. 남·여탕이 나누어졌고, 타원형의 큰 온천탕과 정사각형의 조그만 냉탕, 그리고 나무 바닥으로 된 탈의실이 구비되었다. 해운대온천은 식염천이어서 머리를 감을 때 비누를 칠하면 엉겨붙기 때문에 수돗물인 찬물로 감았다.
필자의 초등학생 시절, 목욕탕 주인 할아버지 할머니는 참기름 집 손자 왔구나하시며 요금을 받지 않았다. 중고생 시절엔 송도탕, 청풍장 등을 찾았는데, 뜨거운 욕탕에서 태산이 높다하되~라며 시조창을 하시던 어르신들 보다 오래 견디려고 애를 썼던 기억이 난다.
해운대의 진산인 장산은 6천2백만~7천4백만 년 전 화산 이 폭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해운대 온천수는 앞바다 해저 암반지하수가 마그마에 의해 데워져 미네랄 성분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광천수 보다 무기 영양소가 풍부한, 바로 마실 수 있는 물이다.
괴테, 쇼팽, 드보르작 등 유럽의 유명 인사들이 다녀갔다는 체코의 카를로비바리 온천도 치료효과가 높다고 하는데, 몸을 담그지 않고 질환에 맞춰 온천수를 마시는 방식이다. 일본 큐슈, 뉴질랜드 로토루아, 터키 파묵칼레 등 온천으로 유명한 곳은 지진이나 화산의 위험이 상존하는 곳인데, 해운대는 그런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도 마실 수 있으며 몸을 담글 수 있으니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엔 설이나 추석 또는 새 학기를 앞둔 때라야 찾았던 해운대온천, 요즘은 연 60만 명이 몸과 마음의 피로를 씻고 간다. 이제 백옥(白玉)같은 피부야 바랄 수 없는 형편, 마음 속의 시름이나 털어버리며 힐링하러 온천에 가볼까. 땀 흘린 뒤 해운대온천장 부근의 맛집을 찾으면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 아닐까.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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