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포 다릿돌전망대 톺아보기

null 게시물 상세 정보
작성자 소통협력과 작성일 2020.08.06

다섯 다릿돌 하나하나에 이름 있어

안돌 거무섬 넙떡돌
상자 서구돌 …

(사진 제공: 박정화 사진가)

"다릿돌마다 이름이 있답니다. 안돌, 넙떡돌…." 제보 전화가 왔다.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기사가 한 면 가득 실린 <해운대신문> 2017년 8월호가 배부되고 나서였다. 기사에는 해안에서 해상 등대까지 늘어선 다섯 다릿돌에 이름을 지어 주면 좋겠다는 대목이 있었다. 전화는 해운대구 중2동 조숙희 통장이 걸었다. 청사포 바닷가 통장이다. 다릿돌전망대 기사를 쓰려고 현지에서 취재할 때 명함을 건넸다.
안돌, 거무섬, 넙떡돌…. 이름을 듣는 순간 마음이 퐁당퐁당 일었다. 다릿돌마다 이름이 있어서 반가웠고 토속적이고 순박해서 반가웠다. 전화로 듣기 아까워 찾아가기로 했다. 마을버스 종점 청사포마켓으로 갔다. 해녀가 직접 잡은 자연산 해산물을 파는 매장이다. 조 통장을 비롯해 당시 장기읍 어촌계장, 이신자 부녀회장 겸 해녀회장, 그리고 일흔이 넘은 토박이 두 분을 만났다.
자리에 앉자 조 통장이 메모지를 꺼냈다. 토박이가 불러 줘 적었다는 다섯 다릿돌 이름이 거기 있었다. 어촌계장은 하나하나 짚으면서 설명했다. 해안부터 수평선 방향으로 안돌, 거무섬, 넙떡돌, 상자, 서구돌. 안돌은 가장 안쪽에 있어서, 넙떡돌은 넓적하다고, 거무섬과 상자, 서구돌은 어릴 때부터 이름은 들었지만 내력은 모른다고 했다.
어촌계장 그때 나이 예순아홉. 청사포 토박이다. 다릿돌 이름 내력은 어렴풋해도 다릿돌 모습은 훤하게 꿰뚫는다. 거무섬은 청사포 다릿돌 가운데 제일 높고 뾰족하다.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시멘트를 바르고 흰 페인트로 표시했다. 가무잡잡해 눈에 잘 뜨이지 않는 암초라서 사고를 방지하려고 그렇게 했나 싶다. 시멘트 구조물은 몇 해 전 태풍으로 떨어져 나갔다.
상자는 안상자와 밖상자가 있다. 둘을 합쳐 상자라 부른다. 서구돌은 등대가 들어선 다릿돌이다. 등대 들어서기 전에는 배가 여러 번 다릿돌을 들이박았다. 등대에 눌려 상자 다릿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서구돌은 석유와 발음이 비슷하다. 석유에 얽힌 이야기가 있으니 석유돌이 서구돌로 바뀐 게 아닐까 추측은 하지만 자신은 없다.
"어느 어촌이든 암초는 이름이 다 있어요. 물 아래 보이지 않는 돌에도 이름이 있으니까요." 장기읍 어촌계장 말이 몽돌처럼 보드랍게 그러면서 단단하게 들린다. 평생을 몸담고 사는 향토에 대한 애정이랄지 자부심 같은 게 읽힌다. 청사포에서 배를 타고 2km 넘게 나가면 물 아래 잠긴 솔내기 된돌, 송정 등대가 들어선 암초인 간지이돌 등등 들려주는 돌 이름마다 갯내가 물씬 난다.
청사포 다릿돌전망대에서 다섯 다릿돌을 바라본다. 제 이름을 불러줘 기분이 좋은지 다릿돌마다 파도가 넘실넘실 춤춘다. 너울너울 춤춘다. dgs1116@hanmail.net


동길산, 시인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톺아보기

첨부파일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4유형:출처표시, 상업적이용금지, 변경금지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톺아보기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