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 황옥공주 인어상

null 게시물 상세 정보
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6.02.05

보름달에 비친 고향 그리워


인도 아유타 허황옥 금관가야 은혜왕
2천년 전 국경 초월한 로맨스 꽃피워


장자(莊子)의 소요유편에는 물고기 곤(鯤)이 변해서 된 붕(鵬)새가 나온다. 길이가 몇 천 리나 되는 붕새는 한 번에 9만 리를 날아오르고, 날개는 구름처럼 하늘을 덮으며, 파도가 3천 리에 이를 정도로 큰 바람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정신세계를 마음껏 누리는 위대한 존재를 상상 속의 새를 통해 비유한 것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지만 대자연에 비하면 왜소한 존재다. 그러므로 초월적 능력을 가진 신적 존재를 상상해낸다. 용(龍)도 마찬가지다.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몸통은 뱀,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를 닮았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러 반인반수(半人半獸)도 인간의 미약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 등장한 것이 아닐까.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는 그리스 신화를 비롯한 여러 가지 민담에 나오는 상상 속의 존재를 참고하였다고 한다. 바다 왕의 막내딸인 인어공주는 배가 난파돼 위기에 처한 왕자를 구해주고 사랑하게 된다. 공주는 마녀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주는 대신 인간의 다리를 얻는다. 그러나 공주를 알아보지 못한 왕자는 다른 사람과 결혼하게 되고 공주는 물거품이 되어버린다는 슬픈 이야기다. 덴마크 코펜하겐 바닷가에는 1913년 조각가 에릭센이 만든 인어공주상이 설치돼 이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폴란드 바르샤바 구시가지에는 시렌카(Syrenka)라고 불리는 인어공주상이 있다. 이 인어공주는 왼손에 방패를, 오른손에 칼을 들고 있는데, 바르샤바의 수호신으로 평화와 번영을 상징한다고 한다.
해운대 동백섬에 가면 한국판 인어공주, 황옥공주 인어상이 있다. 동백섬 인어상은 홍익대학교 김정숙 교수가 높이 2.5m의 청동 입상으로 제작해 1974년 5월 조선비치호텔 인근에 세워졌다. 그런데 1987년 7월 부산을 강타한 태풍 셀마에 의해 파손돼 상체 일부분만 인양해 부산시립박물관에 보관해왔다. 부산시민과 해운대를 찾은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인어상을 복원하기 위해 부산시는 인어상 건립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1억 원의 예산으로 작품을 공모했다. 결국 동아대학교 임동락 교수의 작품이 선정되어 1989년 2월 동백섬 등대 부근에 설치하게 되었다. 새로 제작된 인어상은 자연석 위에 앉은 모습이어서 부드럽고 친근감을 준다.
인어상에 얽힌 전설은 이렇다. 나란다국의 황옥공주는 무궁국의 은혜왕에게 시집왔는데, 고국을 무척 그리워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거북이가 황옥(黃玉)을 왕비에게 건네면서 보름달이 뜨는 날 달에 비추어보라고 알려주었다. 왕비가 보름날 밤 황옥을 달에 비추어보니 꿈에도 그리던 고국의 모습이 나타났고, 왕비는 인어로 변신하여 바다 속을 마음대로 헤엄쳤다는 것이다.
이 전설에 나오는 나란다국을 인도 아유타국, 무궁국을 금관가야로 대입하면 은혜왕은 김수로왕, 황옥공주는 허황옥 왕비가 된다. 삼국유사의 기록에 따르면 허황옥은 인도 아유타국에서 배를 타고 오늘날 진해 용원 부근 망산도에 도착했으며 명월산 흥국사에서 김수로왕과 혼례를 올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처음 전래된 것은 고구려 소수림왕 때인 서기 372년으로 알려졌으나, 허황옥에 의해 불교가 들어왔다면 서기 4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허황옥의 고향이 어디인지 논란이 있지만 약 2,000년 전 국경을 초월한 로맨스가 있었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지난해 동백섬 입구에 또 하나의 인어공주가 등장하였다. 이름은 코딜리아 페트, 태평양의 섬나라 플라스틱 아일랜드 왕국의 공주다. 패트병과 비닐로 만들어진 이 공주는 종이로 만든 듯한 확성기를 들고 뭔가 외치고 있다. 안내문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평균 플라스틱 소비량이 세계 평균의 두 배에 달해 한국에서 떠내려 온 폐플라스틱 때문에 고래와 거북, 새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으니 플라스틱 소비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다. 한국에서 떠내려간 빈병과 깡통이 일본 대마도 해변을 오염시킨다고 했는데, 태평양인들 세계 각국에서 버려진 각종 생활쓰레기에 몸살을 앓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보면 지구는 하나임에 틀림없다. 김수로왕이 인도에서 온 허황옥과 결혼했듯이 선순환을 하고 볼 일이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을 먹고 병이 든 물고기를 우리가 다시 먹는 악순환을 거듭해선 곤란하지 않을까.
/언론인


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 황옥공주 인어상

첨부파일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1유형:출처표시 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 황옥공주 인어상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