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 재송어린이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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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6.04.04

책 읽는 아이는 건강하다


책을 읽어 눈빛이 맑고 고운 아이들
한 줄기 강물이듯 물길지어 들고 난다


너무나 부끄럽게도, 개관한 지 10년이 되어서야 어린이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동차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아 재송동 아파트 단지 이면도로를 따라 찾아갔다. 주차장이 제법 넓다. 3층 건물 현관 위에 부산 속의 세계 인재, 도서관에서 길(道)을 찾아보세요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그렇지, 책 속에 길이 있는데, 사람들은 길이 안 보인다고 야단들이지.
사무실로 들어서니 이미경 관장이 반겨준다. 도서관 자랑 좀 하시라고 권했더니, 부산 최초의 어린이도서관이며 어린이 도서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유아자료 3만 3천여  점, 아동자료 6만7천여 점, 세계작은도서관 9천300여 점 등 10만 점이 넘는다. DVD 2천700여 점, CD 100여 점, e-북 3천여 점도 갖추었다. 일반도서관의 어린이 책 비율이 20% 정도라면 이 곳은 90% 가량이라고 한다. 오전에는 유치원이나 초등학생 견학이 줄을 잇고, 오후엔 각종 프로그램 참가자들로 붐빈다는 것이다. 하루 평균 1천 명에 달한다고 하니 놀랍다. 부산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일반 도서관과는 달리 재송어린이도서관은 해운대구가 운영하고 부산시가 도서구입비 일부를 지원한다.
장미경 사서선생님의 안내로 도서관 시설을 둘러보았다. 지하층은 휴게실과 기계실, 1층은 유아자료실과 디지털실, 2층 영화감상과 이야기극장으로 사용되는 시청각실과 영어자료실, 아동자료실, 3층은 각종 행사나 독서회를 운영하는 네잎클로버실과 자료정리실이다.
유아자료실에서 그림책 몇 권을 펼쳐보았다. 쏙쏙탐험 개미왕국 과 동생이 태어날거야가 눈에 띈다. 미로 찾기는 숨은 그림을 찾듯이 영어 알파벳을 찾아내 세익스피어나 뉴턴, 처칠과 같은 영국 위인들에 대해 공부하는 그림책이다. 어린이자료실에는 명절, 조선왕실, 전통시장같은 책이 보인다.
영어자료실에는 Who?시리즈가 눈에 들어온다. 에디슨이나 링컨 같은 위인들의 삶을 영어로 설명한 기획물이다. 펼쳐보니 제법 어렵다. 우리 어린이들의 영어 실력이 이 수준이라면 놀랍다. 공책에 영어 단어를 열심히 적고 있는 송수초등 5학년 주아린 양은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어 거의 매일 도서관을 찾는다고 자랑한다. 이 도서관에서 10년 가까이 자원봉사를 한 아주머니의 딸이 엄마 손 잡고 도서관을 찾았는데, 이제는 경북대 문헌정보학과로 진학했다는 관장님 말씀이 생각난다. 자녀와 함께 도서관을 찾는 부모님들을 위해 일반도서도 상당수 구비되어 있다. 자녀에게 책 읽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훌륭한 가정교육이 아닐까.
지난해 한 가정이 한 달 책값으로 평균 1만6천 원을 지출했다고 한다. 한 달에 한 권 구입했다는 말이다. 그것도 학생들 참고서 구입비가 포함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성인의 독서 시간은 2010년 평일 하루 평균 31분이었는데, 지난해엔 23분으로 줄었다고 한다. 옛날 성현들은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를 여행하라고 가르쳤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폰에 매몰되어 버렸다.
재송어린이도서관의 또 다른 자랑은 전문화된 정기 프로그램이다. 유아 이야기극장, 영어그림책 이야기극장, 학년별 어린이독서회, 그리고 성인을 위한 어린이책 연구회와 해오름 독서회다. 인터넷으로 접수하는 참가신청은 이내 마감되고 만다. 15∼30명 규모인 정원을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공간이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주 토요일에는 영화도 상영한다. 과자화분, 식빵 올빼미, 초코컵케익 만들기는 어린이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것이며, 뮤지컬 잉글리시나 쿠킹 잉글리시는 생활영어의 밑거름이 되리라. 영화감상과 인문학 독서토론을 격주로 진행하는 해오름 독서회의 지난해 토론 도서를 보면 플라톤의 향연, 밀란 쿤데라의 농담, 루트번스타인의 생각의 탄생 같은 수준 높은 책들이다. 자유학기제를 맞은 중학생들을 위해 강연과 탐방으로 구성된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은 우리 고장의 역사를 배우면서 향토 사랑을 키워가는 기획이다.
…도서관은 언제나 불 꺼질 줄 모른다 /책을 읽어 눈빛이 맑고 고운 아이들 /책을 읽어 만석꾼이 되고픈 사람들 /한 줄기 강물이듯 물길지어 들고 난다. 재송어린이도서관에서 펴낸 소식지 책 놀이터에 실린 조남훈 시인의 시 도서관은 언제나 한 낮이다의 일부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맹모삼천지교의 교훈처럼 도서관이 가까운 동네로 이사하고볼 일이다. 책을 읽는 아이들은 건강하니까.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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