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질문법으로 아이에게 다가가기
인문학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질문이 나는 누구인가?이다. 참 흥미로운 것은 인문학은 나는 누구인가?로 시작해서 나는 누구인가?로 끝난다. 나는 누구인가?로 시작했으니 나는 누구이다로 끝나야 하는데 마지막도 역시 나는 누구인가?라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나는 누구인지 묻고 묻고 묻는 것이 바로 인문학인 것이다. 인문학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뭔가 심오하고, 뭔가 깊고 어려우며, 뭔가 특별해야 할 것 같다는 것이다. 인문학은 인간과 관련된 근원적인 문제나 사상, 문화 등을 중심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빠르고 가까운 길은 바로 나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나에 대한 이해의 입구에서 물어야 할 질문이 바로 내 마음이 어떻지?이다.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내 마음이 어떤지 들여다보고 확인하고 고백하고 위로하고 그런 시간이 얼마만큼 배정되어 있을까? 어쩌면 그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고 살거나 잘 모르거나 배운 적이 없지는 않을까? 부모 교육에서 인문학 질문법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물어주면 좋은 것, 아니 물어주어야 하는 것. 마음. 인문학으로 상징되는 혹은 더 깊게 사유할 수 있는 질문들이(예를 들면, 가치, 선택, 철학, 사람 등에 대한) 많겠지만 그런 질문 이전에 자신을 들여다볼 줄 아는 질문을 스스로 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의 가장 가까운 어른들이 그 질문을 들려주는 것이 먼저가 되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질문은 이런 종류의 것이다. 엄마, 나 오늘 친구랑 싸웠어. 아유 그랬어? 그래서 네 마음이 어땠어? 혹은, 엄마, 나 오늘 시험 엄청 잘 봤어. 어머 그랬어? 지금 기분이 어때? 이 질문의 가장 중요한 규칙은 대답을 듣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 파고들어서 마음이 어떤지, 지금 기분이 어떤지를 알아내고자 하는 질문이 아니라, 그 질문을 들음으로써 아이가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지금 내 마음이 어떻지?라고 묻게 하는 것이다. 질문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수없는 질문을 한다, 스스로에게. 마치 우리 어른들처럼(어쩌면 더 많은 질문을 할지도 모르겠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할 때, 가장 먼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질문을 할 수 있게 그 질문을 자주 접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 질문이랑 친해지게. 지금 내 마음이 어떻지?는 성찰로 이어지고 그 성찰이 바로 인문학이다. 자신의 가장 밑마음을 들여다볼 줄 아는 것. 사실, 이렇게 인문학으로 이어지기 위해 혹은 그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마음을 먼저 살펴주는 부모라면, 아이에게는 그 자체로도 가장 든든한 힘이 되지 않을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누가 잘못했는지, 더 잘해보라고 조언하지 않고 부모인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너의 마음이라는 것, 그래서 내가 가장 궁금한 것은 네 마음이 어떤지 라는 것. 이것은 가장 인문학적이면서 사랑과 가장 가까운 표현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원은정·한국청소년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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