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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 박태성의 세상 이야기> 그대 없다면 내가 될 수 없을지니

문화∙생활 게시물 상세 정보
작성자 소통협력과 작성일 2021.02.02

코로나19 사태, 자영업자와 서민들 안타까운 한숨들
포스트 코로나19, 복지제도와 협동 공동체 준비해야
해운대구, 협동 공동체 복원 전국 모범 사례되기를
함께 사는 이웃들과 귀한 인연의 의미 되새기는 명절

"광막한 공간과 영겁의 시간 속에서, 행성 하나와 눈 깜짝할 순간을 그대와 공유할 수 있는 것은 나에게 커다란 기쁨입니다."(우주과학자 칼 세이건)
최근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로부터 들리는 안타까운 사연들, 깊은 한숨은 함께 살아가는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우리의 희망 금고는 늘 허기지며 목마르다. 한 집 건너 고깃집이며, 한 집 건너 국숫집이며, 한 집 건너 중국집이며, 한 집 건너 편의점이다. 국가가 개인의 기본 생존권을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혼자 돈을 버는 방법을 선택했다.
손님 텅 빈 가게를 바라보면, 내 마음도 함께 우울해진다. 애당초 벌어 놓은 것도 없는데, 소득마저 끊겨 낭떠러지에 이르렀다. 1인가구가 전체 40%에 이르는 한국적 상황에서 혼자 어려움들을 돌파해야 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자기가 알아서 헤엄쳐야 할 위험한 인생 여정은 복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서 비롯된다.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 근대화의 전사로, 국가정책에 묵묵히 따랐다. 또한 지구상 어느 민족보다도 근면성실한 민족이다. 그만큼 열심히 일했으면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 혜택을 충분히 누릴만한 자격이 있다. 오늘날 한국의 1인당 국민총생산은 1980년대 서유럽 국가들과 비슷하다. 그런데 서유럽 국가들은 이미 1950~1960년대에 복지국가의 전성기를 구가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포스트 코로나19는 불확실성과 위험의 시대를 맞아 서둘러 튼실한 복지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고난과 궁핍함을 개개인의 무능력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서민들이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을 공동체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철저히 부서진 세상을 보면 과연 이런 일도 있을 수가 있는가 싶다. 사람 눈동자, 표정도 볼 수 없고, 촉감도 느끼기 어렵다. 축제, 행사, 모임 같은 인류 문화에서 음식을 먹으며 담소하면서 느꼈던 공동체 유대감이란 행복의 도파민이 사라져버렸다.
만약 코로나19 사태로 자연이 인간에게 복수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그것은 철저히 조각나고 왜소화된 인간일 것이다. 인류가 자연을 착취하며 조각냈듯이, 인간의 사회성을 말살시켜 지구에서 약체가 되는 과정을 확인하려 할 것이다.
우리 인류는 지구 37억 년 간의 생명 역사에서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기적의 진화를 이루었다. 거기에는 협동과 공감, 배려의 유전자가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은 이러한 유전자를 감퇴시키고 있다. 지나친 범지구적 연결망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스마트폰의 실시간은 먼 곳에 있는 것들이 오히려 가까운 것으로 인식되면서, 정작 처음부터 지금 여기에 있었던 것을 소멸시키고 있다.
설날이 다가왔다. 가까운 주위를 둘러보자. 조금만 더 마음을 챙기면 이웃이란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다. 존 러스킨은 "부유한 사람들은 상인 및 지주가 아닌, 밤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타인의 아픔을 해석하고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 및 백화점에서 과일을 사면 그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다. 전통시장과 이웃 가게에서 과일을 사면 돈은 이웃들에게 돌아온다.
함께 뭉치면 강하다. 마라톤 대회와 사이클 대회에서 선수들이 함께 모여 달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철새들 역시 역V자 형태로 장거리 비행을 하는 것도 후미의 새들이 공기 저항을 덜 받게 돕기 위해서다. 지구란 행성도 태양이 탄생할 무렵, 태양 중력의 무자비한 흡수란 절망적인 상황에서 주위 먼지덩어리들이 서둘러 뭉쳐 대항했기에 탄생 가능했다.
코로나19 이후에 삶과 삶을 연결하는 협동과 공감 사회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위기가 기회란 말이 있듯이, 여기저기 찢어진 인생의 그물들을 인류 특유의 협동과 배려의 힘으로 수선하는 것이다. 그것이 마을기업이든, 협동조합이든, 마을재생이든, 코로나 이익공유제든, 지역화폐든, 어떤 형태로든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협동의 공동체를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그것은 자본의 식민화된 생활과 공간에 존재의 씨를 뿌려 사는 맛을 제대로 느껴보자는 것이다. 해운대는 그런 충분한 잠재력의 씨앗을 지니고 있다. 구청과 민간이 함께 힘을 모은다면 소담스런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우리 모두 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를 수 없다. 아니, 오를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나의 세상이다. 나의 세상이 타인에게도 도움을 주는 세상은 유토피아에 가까울 것이다. 축구에서 에베레스트 산 같은 키 크고 덩치 큰 선수에 밀리지 않는 전략이 공간 활용 패스 축구이듯이, 이웃에 사랑과 연대의 패스를 건네자.
니체가 말한 "공간의 주인이 되는 힘을 뻗칠 때, 그것에 반대하는 세력들을 밀어내며 마침내 주인이 되는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진정한 교훈은 인류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협동 시스템을 복원하는 것이다. 우리는 영겁의 시간 속에 함께 있는 기가 막힐 정도로 귀한 인연을 맺고 있다. Sine te non Sum!(그대가 없다면 나는 내가 될 수 없을지니)

박 태 성


· 부산대 불어불문학과 졸업/영국 스태퍼드셔주립대학교(사회문화학과) 졸업/부산일보사 기자·논설위원(1986~2017년)/부산시민회관 본부장(2017~2019년)
· 저서 유쾌한 소통(산지니 출판사), 예술, 거리로 나오다(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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