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좋은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 9. 걷기는 일상의 작은 여행
| 작성자 | 홍보협력과 | 작성일 | 2024.0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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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릇파릇 연둣빛 잎사귀들이 상큼한 초록색 옷을 갈아입는 6월. 푸른 하늘, 눈부신 햇살, 시원한 바람이 좋은 초여름, 가벼운 차림으로 집 밖을 나서 보자. 굳이 먼 곳 사람들로 북적이는 유명한 곳을 찾을 필요가 없다. 내가 사는 동네에 놀라운 산책길이 기다리고 있다. 그린시티 부산환경공단에서 시작해서 좌동 경남선경아파트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길을 걸어보자. 모두 야트막하고 평탄한 걷기 좋은 길이다.
알리스캉의 가로수길
고흐의 길
웨딩촬영 명소로 사랑받는 고흐의 길, 가기 전부터 벌써 설렌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화가 반 고흐는 나무를 사랑했다. 사이프러스, 포플러, 플라타너스, 올리브, 아몬드 나무 등등.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현실이 버겁기만 하지만, 생명력 넘치는 자연에서 힘을 얻었다. 그린시티 부산환경공단 입구 샛길에 오솔길이 숨어 있다. 반 고흐가 프랑스 남부 아를에서 친구 폴 고갱과 함께 두 달간 머무르며 그린 작품 속 전경을 쏙 빼 닮았다. 이곳은 노랗고, 붉게 물든 포플러 나무를 그린 고흐의 알리스캉의 가로수길을 연상케 해 고흐의 길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울창한 메타쉐쿼이어가 포플러 나무를 대신한다.
나무 사이사이 푸른 하늘과 햇살이 고개를 내밀고, 나뭇잎들이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린다. 300m에 이르는 쭉 뻗은 소박한 길에 야자 매트가 비단처럼 깔려 있다. 초록, 파랑, 황토색이 마치 고흐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고흐의 길에서 일상의 흔적이 스르르 날아가고, 예술을 만난다.
해운대와 송정 이어주는
송정옛길
고흐의 길을 쭉 걷다 보면 약간 오르막 흙길과 계단 길을 만난다. 어느 길을 선택하든 조금만 걷다 보면 다시 만나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 없이 마음 가는 대로 가면 된다.
두 길이 만나는 지점에서 또 한 번 세 갈래의 갈림길을 만난다. 갈림길마다 화살표로 된 안내판이 친절하게 길을 알려준다. 어차피 인생은 선택의 연속. 송정옛길로 향한다.
송정옛길은 해운대와 송정을 잇는 1km의 고갯길이다. 보통 해운대에서 송정을 가기 위해 차량으로 송정터널을 지나가는데, 송정옛길의 한적한 오솔길을 걸어 넘어 가는 것도 짧은 시간 안에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이다. 옛날에는 송정 주민들이 해운대에서 농사를 짓거나, 바다에서 건진 해산물을 동래장에 팔기 위해 넘나들던 곳이라 한다.
초록초록 숲길 사이로 자연 그대로의 흙길과 자연 친화적 야자 매트 길이 나란히 있다.
숲속에 앉아 책 읽고 싶어지는, 또 길게 누워 하늘을 볼 수 있는 긴 의자들도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다. 통나무와 흙으로 된 내리막길을 걷다 오르막길을 만나기도 해 걷는 재미가 더해진다. 숲속에서 갑자기 블록과 녹슨 철물로 된 낮은 구조물이 나타난다.
송정 옛길 기억 쉼터 이곳은 1998년까지 육군군수사령부 병기탄약사(창)가 있었던 장소였다. 1991년 해운대 신시가지가 조성되면서 폐쇄됐다가, 2020년 지붕을 철거하고 일부 벽면을 보존해 역사적 흔적을 간직한 쉼터가 되었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살아있는 옛날을 송정 옛길에서 만난다.
도시형 여가 녹지
와우산 여가 녹지 공간
걷다 또 만난 갈림길에서 송정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송정옛길을 계속 걸을지 잠시 생각하다 청사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2021년 국토교통부 개발제한구역 주민지원사업으로 조성된 와우산 여가 녹지 공간이 있다.
야자매트 사이로 쏭쏭 올라온 작은 풀이 반긴다. 놀라운 생명력을 가진 작은 풀에게서 에너지를 듬뿍 받는다. 동백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울창한 숲과 지저귀는 새소리로 마치 깊은 자연휴양림에 온 것 같다. 청정 자연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귀여운 강아지 안내판이 보이는 반려동물과의 동행을 위한 반려동물 놀이 공간까지 마련되어 있다. 살짝 땀이 송글송글 맺힐 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파고라와 의자가 군데군데 놓여 있다. 예쁜 하얀 작은 꽃들이 보석같이 떨어져 있는 길을 걷다가 현대 미술 설치 작품 같은 아름다움이 가득한 입구정원이 반겨준다.
감성 있는 나무 울타리가 군데군데 있는 길을 지나면 와우산 대보름달 전설을 알리는 커다랗고 선한 누런 소와 밝은 대보름달 조형물을 만난다. 와우산은 소가 누워있는 듯한 형상이고, 달맞이 고개에서 해운대 보름달을 가장 잘 볼 수 있단다.
바로 여기 어른과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숲 속 놀이터 이야기 놀이 정원도 있다.
숲이 내뿜는 피톤치드와 함께 운동하는 체육 시설과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걷기 길까지 주민들의 건강도 생각하는 배려 공간이 참 많다. 여가 녹지 공간은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가득한 살아 있는 공간이다.
강미옥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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