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석대화훼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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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5.03.03

봄 향기! 집으로 불러들이다


반여농산물시장에서 봄나물
석대화훼단지에서 꽃 화분을
집안에 봄 향기 그윽하게


봄이다. 입춘, 우수가 지난 지 한참이다. 정월 대보름이 양력 5일, 그리고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6일이다. 3월 초순은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春來不事春)는 시기다. 바람이 시샘하기 때문이다.
봄은 어떤 빛깔일까. 노란색? 아니면 연두색? 우리 가곡 속의 봄빛은 무엇일까. 이은상 작사, 홍난파 작곡 봄 처녀에는 새 풀 옷, 진주 이슬, 꽃다발이라는 이미지만 나온다. 이은상 작사, 박태준 작곡 동무생각은 백합, 흰 나리꽃이 등장해 뜻밖에도 흰 색이다. 이원수 작사, 홍난파 작곡 고향의 봄은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에 울긋불긋 꽃 대궐로 이어지니 온갖 꽃이 다 핀 4월에 어울린다.
봄 처녀가 느릿느릿 오신다면 조바심 난 사람이 마중을 갈 수밖에. 섬진강 매화 구경을 갔다가 교통체증 탓에 파김치가 되기도 했고, 쑥이나 냉이 캐러 나들이했다가 외식비만 엄청 들었던 기억도 떠오른다. 그래, 이번엔 봄의 전령사 가운데 종합 선물세트인 석대화훼단지로 가보자!
석대 부근은 군사시설이나 방위산업체가 자리 잡아 개발이 오랫동안 제한된 지역이다. 이런 까닭에 아직 개발되지 않은 광활한 부지가 남아있다. 어쩌면 부산의 미래가 달린 보석 같은 땅이라고 할까. 석대동과 반여동에 밀집한 화훼 농원은 80여 곳. 금정구 노포동과 엄궁농산물시장 화훼단지가 있지만, 석대단지의 꽃시장 점유율이 상당하다고 한다. 화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철마가 가까운데다, 번영로와 수영강변도로 등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일까.
노란색 꽃을 피운 수선화가 청초한 자태를 뽐낸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시스라는 청년은 연못 속에 비친 자기 얼굴의 아름다움에 도취돼 물에 빠져 죽었는데, 그 곳에서 수선화가 피었다고 한다. 그래서 꽃말이 자기애(自己愛), 고결, 신비다. 정호승 시인은 수선화에게라는 시에서 울지 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라고 하였다. 수선화가 외로움의 상징이었던가. 허브 식물도 여러 종류다. 로즈마리, 개나리 쟈스민, 오렌지 쟈스민. 구별하기도 기억하기도 어렵다. 향기가 천리나 간다는 천리향의 향기를 가까이 맡아본다. 문향하마(聞香下馬)라는 말이 있었지. 맛있는 음식 냄새, 또는 아름다운 향기를 맡고 지나칠 수는 없는 일.
15년째 농원을 운영해왔다는 청산농원 이숙귀(64) 대표에게 몇 마디 귀동냥을 하였다. 그는 하루 종일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한다고 한다. 부지런한 성품 탓일까, 좋아하는 일을 하면 신바람이 나기 때문일까. 이 대표는 공무원들에게 난 화분 받지 말라고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화훼농민도 살리고, 공직자들이 난의 정신을 배우면 일거양득이라는 말이다. 대나무처럼 생긴 나무를 가리키며 어떤 대나무냐고 물었더니 물나무라고 한다. 아는 체 하다가 밑천을 드러내고 말았다. 중국의 소동파는 밥 먹을 때 고기반찬 없는 것은 괜찮지만/사는 집에 대나무가 없어서야 될 말인가/고기가 없으면 사람이 수척할 뿐이지만/대나무가 없으면 사람을 속물로 만든다네라며 대나무를 찬양했었지.
이제 곧 식목의 계절이다. 임어당(林語堂)의 말처럼 생활에서 자연을 몰아내는데 성공한 요즘 사람들, 특히 아파트 거주자들이 나무를 가꿀 수 있을까. 근엄하고 숭고하며 단정한 기운이 깃든 소나무는 베란다에서 키우기 어려울 것이고, 맑고 높은 향기와 고결한 기운의 매화나무 분재는 어떨까. 매화는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추운 겨울을 꿋꿋하게 이겨내는 세한삼우(歲寒三友)가 아닌가. 매화의 그윽한 향기(暗香)를 집에서 즐길 수 있다면 집에서 몰아낸 자연을 다시 모셔오는 셈이 되리라. 조선 초기의 선비 강희안(姜希顔)은 꽃 키우기를 즐기며 우리나라 최초의 원예도서인 양화소록(養花小錄)을 저술했다. 그는 꽃과 나무를 기르는 뜻은 사람의 심지를 굳게 하고 덕성을 기르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석대동 일대에 첨단산업단지가 조성될 것이라고 한다.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어낼 첨단산단도 필요하고, 인격과 덕성을 키워주는 화훼단지도 함께 발전해 나갔으면 좋으련만.
도시철도 4호선 운행 덕분에 교통이 편리해진 반여농산물시장에서 봄나물을, 석대화훼단지에서 꽃 화분을 구입하면 봄 향기가 집안에 가득해지리라.
* 언론인


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석대화훼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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