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바다에 풍덩 빠져보자
부산화랑협회 1~5일 벡스코 미적 안목 높일 좋은 기회
피아니스트 권순헌 교수는 저서 나는 클림트를 보면 베토벤이 들린다 머리말에서 피아니스트는 피아노만, 조각가는 조각만 알아야 할까라고 반문했다. 명화를 보면 그에 어울리는 음악이 생각나고, 시가 떠오르는 게 예술적 통섭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그는 모네와 슈베르트, 르누아르와 슈만, 이런 식으로 화가와 작곡가 20여 쌍을 짝지어 그림 및 음악세계를 소개했다. 옛날 산수화나 문인화에는 그림에 걸맞는 화제시(畵題詩)가 곁들여진 것도 같은 이치일 것이다. 그림이 곧 시이고, 시가 곧 그림인 경지다. 어쨌든 감수성이라고 할까, 상상력이라고 할까, 예술을 대하는 안목을 키워야 하고, 힘을 길러야 한다. 4월 1일부터 5일까지 해운대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리는 2015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BAMA)는 작가와 갤러리, 컬렉터들의 축제이지만, 일반 관람객으로선 미적 안목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부산화랑협회가 주최하는 네 번째 아트페어다. 역사가 일천한 듯하지만, 지난 2002년 한국화랑협회 주최 제1회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를 벡스코에서 개최했던 관록이 녹슬지 않았을 것이다. 아트페어는 미술품 견본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갤러리가 소장한 작품을 애호가들에게 선보이면서 판매하고, 작가들이 국제무대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비엔날레가 실험정신과 공공성이 강한 작품의 비중이 높다면, 아트페어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작품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아트페어에는 미국 1개 일본 3개 화랑을 포함해 모두 60개 화랑이 참여한다. 지난해에 비해 참여 화랑이 줄어들었지만, 프랑스의 개념예술가 베르나르 부네의 대형 작품 3점이 전시돼 무게감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베르나르 부네는 2012년 프랑스 베르사이유궁에서 전시했던 작가로, 수학적 개념으로 예술을 표현한다고 한다. 이번 아트페어의 주제는 차이(Difference). 작품 판매에 치중하지 않고 다양한 특별전을 개최해 여타 미술시장과 차별화하겠다는 주최 측의 의지다. 한국의 고가구 한국의 단색화 중남미 특별전 같은 전시를 통해 부산시민들과 미술의 즐거움을 함께 향유하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가장 한국적인 작품, 가장 부산다운 미술시장이 세계와 통할 수 있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진취적인 작품 활동을 하는 젊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신진 작가 PPT와 사진작가들이 예술적 시각으로 아트페어장 곳곳을 촬영하여 선보이는 히든스팟 인사이드도 기대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3월 13일부터 17일까지 홍콩에서 열린 홍콩 아트바젤은 홍콩을 아시아 예술의 허브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37개국 233개 세계 정상급 갤러리가 참여해 세계 미술의 큰 판을 펼쳐놓았다. 지난해에는 6만5천여 명이 다녀갔으며 거래액이 6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행사 기간중 크리스티, 소더비 경매도 함께 진행되었으며, 우리나라의 K옥션이 열었던 경매에서는 김환기 화백의 작품이 8억 원대에 낙찰되기도 했다. 스위스의 바젤에서 시작된 아트바젤은 스위스, 홍콩 뿐 아니라 미국 마이애미비치에서도 개최된다. 아트페어 하나가 도시의 문화적 수준을 격상시키고 경제적 효과를 안겨주는 셈이다. 해운대 달맞이고개 입구 피카소 화랑에서 만난 부산화랑협회 강경희 회장은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를 부산의 대표적 문화행사로 키워나가는데 부산시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부산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관람객은 1만5천여 명, 거래액은 25억 원으로 추정된다. 홍콩의 아트바젤과는 비교하기 어렵지만 앞날은 결코 어둡지 않다. 이진원 사무국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얼어붙었던 미술시장을 감안하면 지난해 아트페어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평하고 베르나르 부네의 작품 만으로도 이번 아트페어는 관람할 값어치가 충분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봄이 무르익어가는 4월. 수영강변의 봄꽃들을 즐긴 뒤 벡스코에서 미술의 바다에 빠져보자. 배우 제프리 러쉬가 고미술 감정인이자 경매사 역할을 맡았던 영화 베스트 오퍼에 나오는 부유한 컬렉터들의 기분을 살짝 맛볼 수 있으리라. 작품을 감상하면서 어울리는 음악과 시를 떠올릴 수 있다면 당신은 레알 문화인!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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