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 반여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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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6.06.03

아카시아 향 그윽한 삼어마을


빨간 앵두 익어가는 옥봉산
황어 은어 연어의 바다가 넘실


해운대구는 대부분 수영강 동쪽에 자리 잡고 있으나, 수영강 서쪽에도 관할구역이 있다. 반여4동, 삼어마을이 바로 그 곳이다. APEC나루공원에서 수영강변을 따라 원동교를 지나 회동수원지 방향으로 가다가 세월교를 건너가면 삼어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삼어마을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첫째는 어사(御史)를 세 명이나 배출해 돌로 만든 어사탑이 3기가 있었다는 설이다. 강변 도시고속도로변 탑거리와 반여아파트 단지, 대우자동차 출고장에 위치했으나,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도시고속도로 아래 삼어교 입구에 어사탑과 어사 세 명의 모습이 그래픽 벽화로 남아있다.
둘째는 바다로부터 올라오는 어류, 즉 봄에는 황어, 여름엔 은어, 가을엔 연어가 수영강에 떼 지어 왔다고 하여 마을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이다. 황어는 봄철 산란기에 혼인색을 띠고 민물로 올라오는데 막대기로 쳐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은어는 맑은 물에서만 살며 수박향이 은은하게 난다. 연어는 민물에서 부화하면 큰 바다로 나가 세상 구경을 하다가 알을 낳기 위해 다시 모천으로 회귀한다. 고급 식재료다. 황어와 은어, 연어의 모습은 현대아파트 옆에 벽화로 장식되어 있다. 몇 해 전 연어가 수영강에 돌아올 수 있도록 생태복원 운동을 펼치자는 캠페인을 언론사와 시민단체가 전개했던 기억이 난다.
삼어마을은 해발 200m가 채 안되는 옥봉산(玉峰山)과 수영강 사이에 자리 잡은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이다. 청동기 시대 주거지와 삼국시대 고분군이 발굴돼 유물이 상당수 출토된 것으로 미루어 오래 전부터 마을이 형성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반여동 일대에는 군량을 보관하는 군량대, 말 달리는 추마산, 기를 보는 시치산이라는 이름이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군사적 요충지였던 모양이다. 옥봉산 기슭에 조선시대 부산을 지키는 중군의 진지가 세워져 중군진산(中軍陣山)이라는 이름이 남아있다.
이 지역은 1980년 준공업 지역으로 지정돼 여러 공장들이 들어섰으나 2000년대 들어 외곽으로 이전하였다. 이제는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조성돼 신흥 주거지역으로 변모하였다. 5,600여 세대에 18,000여 명이 거주한다. 2009년 반여1동에서 분리돼 독립된 주민센터를 건립했으며 평생학습관도 갖추었다.
삼어마을은 2012년 부산시의 행복마을로 선정되었다. 행복마을 만들기 사업은 재개발, 재건축 등 물리적 환경개선이 아닌 마을의 원형을 보존하면서 주거 및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복지 및 문화 수준을 높여가는 동네 재생 커뮤니티 사업이다. 그래서인지 마을 곳곳에 텃밭이 조성돼 시골마을 같은데도 담장마다 어여쁜 벽화가 그려져 있다. 원숭이, 아기 돼지, 기린 등 재주와 복을 상징하는 동물 그림과 김광섭 정윤목 등 시인들의 시가 방문객을 반긴다. 내 마음 속엔 별이 빛나고라는 벽화는 이 동네 청소년들에게 꿈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으리라. 행복마을센터의 도시락 봉사나 막걸리 소믈리에 강좌가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이 마을 아파트에서 18년째 거주해온 김희순 씨(여·61)는 공기가 맑고 옥봉산 산책로가 너무 좋아 이사 갈 생각이 아예 없다.며 산을 오르거나 목욕탕에 가더라도 거의 모두 얼굴을 아는 이웃이라고 자랑한다.
2006년 개교한 삼어초등학교는 마을공동체의 중심이다. 성인 만학도들을 대상으로 문해 교육을 하거나 청소년단체 가족 별빛 캠프를 개최했다.
학교 옆 등산로를 따라 옥봉산으로 오른다. 봄에는 벚꽃 천지라고 했는데 지금은 아카시아 향기가 휘날리고 앵두가 빨갛게 익어간다. 옥봉산은 그리 높지도 그리 크지도 않다. 왕복 1시간이면 충분하다. 장산과 윤산을 조망할 수 있다. 약수터가 있고 곳곳에 체육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1800년경 이 마을 서당에서 훈장을 했던 송 선생이 이곳에 묻혀있다. 후손이 없었던 훈장 선생은 전 재산인 논 200평을 마을에 기증하고 제사를 지내달라고 했다고 한다. 마을 당산은 신령스러운 곳인지 무속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란다.
대도시 한복판, 고층 아파트가 숲을 이룬 지역이지만 자연을 만끽할 수 있고 인정이 넘치는 마을이다. 주민자치센터 외벽에 이해인 수녀의 시 어머니가 걸려있다.
당신의 이름에선 /색색의 웃음 칠한 /시골집 안마당의 분꽃 향기가 난다 /안으로 주름진 한숨의 세월에도 /바다가 넘실대는 /남빛 치마폭 사랑(…).
그래, 삼어마을엔 아카시아꽃 향기가 나고 황어와 은어, 연어의 바다가 넘실댄다.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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