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 양운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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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6.07.12

 


은하수가 뿌려졌나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가르쳐준 고향 친구


짙은 나무그늘 아래 앉아 시원한 산바람을 쐬고 싶은 계절이다. 근처 개울물에 발을 담그고 매미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8가지 피서법, 소서팔사(消暑八事)에도 동림청선(東林聽蟬·동쪽 숲에서 매미소리 듣기), 월야탁족(月夜濯足·달밤에 물가에서 발 씻기)이 포함되었다.
장산은 해운대 주민에게 빠뜨릴 수 없는 피서지다. 울창한 숲과 시원한 바람, 맑은 물이 공존한다. 산행을 하면서 1∼2시간 땀을 흘린 뒤 자연산 에어컨 앞에서 호사를 누려보자. 폭포사 뒤쪽 양운폭포 근처가 안성맞춤이 아닐까.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돌무더기 아래로 흘러내린 지표수가 장산계곡을 따라 가다가 이곳에서 7∼8m 아래로 떨어진다. 우레와 같은 요란한 소리는 아니더라도 더위에 찌든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폭포의 물보라가 구름이 피어나는 모습과 같아 양운폭(養雲瀑), 또는 장산의 폭포라고 하여 장산폭이라고 불린다. 직경 10m 크기인 소(沼)는 가마솥 모양이어서 가마소라고 한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이곳에 소풍을 왔는데, 어머니와 담임선생님과 함께 찍은 사진이 아직 낡은 앨범 속에 남아있다. 치마저고리 차림의 어머니와 달리 담임선생님은 양장 차림이셨다. 김밥을 먹었는지, 삶은 계란을 먹었는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빛바랜 사진 한 장이 희미한 옛 추억을 되살려준다. 지금은 체육공원으로 가는 산책로 부근이지만, 그 땐 깊고 깊은 산 속이라고 여겼다.
2011년 해운대구청이 펴낸 천년의 향기 해운대 이야기에는 이 양운폭포를 노래한 한시 두 편이 수록되어 있다. 성균관 박사였던 경암(耕巖) 문성준(文聲駿·1852∼1930)은 장산폭이라는 시에서 옥황상제 푸른 하늘 은하수를 뿌려놓으니 /날아오른 물방울 우레처럼 빠르도다 /와룡이 청천에 빗방울 뿜어내니 /마치 전국시대 뛰어놀던 백마 같구나 /항아가 옥으로 바위를 찧어대듯 쏟아지고 /홍교 아래 폭포소리 도인 좌선에 든다 /주옹은 마음속까지 맑음을 허하였다 하노니 /한눈에 보이는 못 바닥까지 맑도다라고 하였다.
강이든 못이든 신령스럽다면 용(龍)이 없을 리 없고, 불사약을 훔쳐 달나라에 간 여신 항아와 무지개다리 아래 도인(道人)이 등장하니 이곳이 곧 신선세계라는 의미인가.
해운대 우동 못골, 즉 못안 마을에서 살아온 향유(鄕儒) 정봉조(鄭鳳朝·1880∼?)는 같은 제목의 한시에서 봉래산보다 나은 곳이 이 산중에 있으니 /누가 은하수 잘라내어 푸른 하늘 물 뿌려내는가 /층층절벽 구슬 같은 물방울 떨어지고 /가파른 골짜기 바람소리 웅장하다 /나그네 서로 찾는 춘주는 백색이요 /노스님 잠 못 이루는 새벽 등불은 붉도다 /날 새올 제 멈출 힘  없음을 비로소 알게 될 즈음 /하늘과 못이 비로소 한가지로 푸른 빛이도다라고 찬탄하였다. 이 시도 양운폭포의 절경을 선계(仙界)에 비유했다. 봄 술은 백색, 새벽 등불은 붉은 색, 하늘과 가마소는 푸른색이라는 대비가 재미있다.
두 편의 시에서 모두 은하수가 등장하는데, 당나라 때 시선(詩仙) 이백의 표현을 따온 것은 아닐까. 이백은 중국 강서성 구강의 여산(廬山)폭포를 보고 나는 듯 흘러 곧장 아래로 3천 척 /은하수가 높은 하늘에서 떨어졌나 하였다(飛流直下三千尺 疑是銀河落九天)라는 유명한 구절을 남겼다.
가마소에서 조금 내려오면 용이 되려다 만 이무기가 살았다는 소가 있고, 하류로 300여m 내려오면 직경 7∼8m, 깊이 3m 정도의 애기소가 나온다. 장산의 물은 대천공원을 거쳐 춘천을 따라 해운대 앞바다로 흘러간다.
해운대 신도시가 조성되기 이전 이 지역은 군사시설보호구역이어서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다. 때문에 초등학교 소풍 때 양운폭포를 보았던 감동은 오랫동안 남아있었다. 금강산 구룡폭포와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의 수많은 폭포를 대하고 나니 해운대 양운폭포가 규모가 크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달려가 만날 수 있는, 초등생 꼬마에게 자연의 경이로움을 처음 가르쳐주었던 양운폭포야 말로 오래된 고향 친구가 아닌가.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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