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 좌동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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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6.12.07

신선한 식재료 구수한 인심


13만 5천 좌동 주민 밥상 책임지는 …
파전 냄새 막걸리 한 모금에 숨통이 트이고
콘크리트 숲 속 사람냄새 전하는 전통시장


시장 구경만큼 재미있는 일이 또 있을까. 눈도 즐겁고, 입도 즐겁다. 상인과 고객 사이에 밀고 당기는 흥정이 벌어지면 귀도 즐겁다. 철마다 달라지는 과일이나 채소를 보면 계절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연륜은 짧지만 알차다고 소문난 좌동재래시장을 찾았다. 싱그러운 좌동재래시장이라는 입구 간판이 정말 산뜻하다. 싱싱하고 맑은 향기가 난다는 의미다. 계절로 치면 4월, 5월이고, 사람이라면 20대 청춘에 해당된다. 한우를 판다는 정육점에서 구수한 곰국 냄새가 풍겨온다. 과일가게엔 형형색색의 과일들이 저마다 색감을 자랑하고 있고, 채소가게엔 푸릇푸릇한 제철 야채가 고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좌동재래시장은 IMF 외환위기가 진행 중이던 1998년 문을 열었다. 당시 해운대구청장이었던 서병수 부산시장이 폭포사 근처에서 노점을 하던 상인 130여 명을 설득하여 이 시장에서 영업하도록 하였다. 노점상은 점포를 얻었고, 시장은 기틀을 잡았다. 지금도 새벽시장 형태로 노점이 열리지만 오전 10시가 되면 파시한단다. 멋진 상생이다. 아파트 단지로 이루어진 신도시이므로 주변에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없을 리 없다. 하지만 수시로 회의하면서 상생하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송귀동 상인회장을 대신하여 이일성 관리소장을 만났다. 시장 자랑을 해보라고 했더니 역사는 짧지만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시장 못지않게 매출을 올린다고 강조한다. 15년째 빈 점포가 전혀 없었다고 하니 속이 꽉 찬 시장이다. 좌동재래시장은 2012년 해운대구청의 지원으로 전국 최초로 모바일앱을 개발했다. 스마트폰으로 시장 소개와 인근 관광 정보, 교통 정보를 볼 수 있으며 장보기를 할 수 있다. 어느 아파트 몇 동 몇 호라고 하면 즉시 배달받을 수 있다. 전용 주차장 36면이 있었으나 올해 정부 지원을 받아 공용 주차장 28면을 추가 확보했다. 물품을 구매하면 40분 무료 주차할 수 있는 주차증을 받게 된다. 상인들 대부분이 사업자등록을 했으므로 카드결제가 가능하다. 주차하기 어렵거나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재래시장의 약점이 깨끗이 해결되었다. 가게 주인이 바뀔 때 권리금을 주고받지 않는다. 그만큼 가격 거품을 없앨 수 있어 고객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2006년부터 천막형 아케이드, 소방시설, 화장실 개·보수, 배수로 공사 등 시설 현대화 사업을 진행해왔다. 올해도 천막을 보수했고 곧 바닥 개·보수 공사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KBS TV 6시 내고향 생방송에 세 차례나 소개되었고 신문에도 여러 차례 보도되었다. 1년에 4∼5번 할인행사를 벌여 신도시 주민들에게 답례한다. 매년 연말 불우이웃돕기 행사와 좌1·2·3·4동에 동마다 2명씩 장학금을 전달하는 것도 자랑거리다.
송귀동 상인회장은 중소기업청장상과 부산시장상을 받았으며, 중소기업청이 발간한 전국 유명 골목형 시장 책자에도 소개되었다. 더+살거리, 더+볼거리, 더+즐길거리, 더+좋은 사람들이 목표다.
이 소장은 장산 등산객이 자주 찾는 한양 왕족발과 과일 가게 과일마당은 시장 개장 초기 금정구 서동시장에서 스카우트(?)되어 옮겨온 이름난 가게라고 알려준다.
13만5천 명 신도시 주민들의 밥상을 책임진다는 좌동재래시장은 술꾼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곰장어집, 횟집, 막걸리집은 저녁 무렵이나 주말 오후면 북적인다. 시장 막걸리 칼국수집은 식당 바깥에 차린 좌석만 수십 석이다.
몇 차례 찾은 적이 있는 실비주점 명가네에 가보았다. 6시 내 고향의 리포터 조문식 씨와 주인장이 함께 찍은 사진과 어느 고객이 적어놓은 고은 선생의 시 그 꽃이 걸려있다. 한 장에 6천 원인 해물파전을 시켰더니 두툼하다.
이렇게 많이 주면 남는 게 있느냐고 물었더니 주인장 조명희 씨는 파를 직접 농사 지은데다 너무 얇게 만들면 내 손이 미안해진다고 답한다. 인심이 이렇게 후한데 손님이 찾지 않을 리 있으랴.
125개 점포마다 125가지의 사연이 깃들어 있고 125개의 꿈이 영글어간다. 콘크리트 숲으로 깔끔하게 조성된 해운대 신도시에 좌동재래시장이 없다면 우리 전통의 구수한 정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곰장어와 파전 굽는 냄새가 그리운지 입안에 침이 고이고, 막걸리 한 모금을 기다리듯 목이 말라온다.
언론인


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 좌동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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