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 다시 고흐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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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7.08.03

디지털로 만나는 빈센트 반 고흐 명작
영화의전당 비프홀 9월 30일까지 전시


천재는 왜 불우한가? 시대를 앞서나간 천재들의 운명인가? 오죽했으면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에서조차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흐라는 사나이가 있었는데…라고 표현되었던 빈센트 반 고흐. 그의 명작 130여 점이 디지털 영상으로 바뀌어 해운대를 찾았다. 영화의전당 1층 비프힐에서 9월 30일까지 전시되는 반 고흐 라이브전은 원화(原畵)가 아닌 모션그래픽 작업이 완료된 디지털 이미지로 선보인다.
고흐는 비사교적인 성격 때문에 언제나 외톨이로 지냈으나, 그림에 모든 열정을 쏟았다. 그는 1853년 네덜란드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가난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집안 형편 때문에 일찍 학업을 중단하고 16세부터 작은 화랑의 점원으로 근무하다가, 신학을 배워 벨기에 탄광의 전도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림 공부는 27세 때부터 시작했다. 그때 작품이 강인한 농민들의 삶을 그린 감자 먹는 사람들이다. 1886년 네 살 아래인 동생 테오가 있는 파리로 옮겨가 몽마르트에 머물렀는데 화가들과의 교류가 원만하지 않아 고달픈 생활의 연속이었다.
결국 파리 생활을 2년도 채우지 못하고 프랑스 남부 아를로 이주했다. 아를의 밝고 따스한 대자연이 작품 소재가 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외톨이였다. 그는 고갱을 불러들여 함께 생활하며 창작하는 화가 공동체를 꿈꾸었으나 두 달 만에 갈라서고 말았다. 예술에 대한 사소한 견해차이가 말다툼으로 번졌고 급기야 고흐는 자신의 오른쪽 귀를 면도칼로 잘라버렸다. 고갱이 떠나버린 뒤 고흐는 미친 사람으로 취급되어 주민들의 진정에 의해 자신의 방에 갇히고, 생레미에 있는 정신병원을 드나들었다.
열악한 병원 환경을 견디지 못한 고흐는 동생 테오의 도움으로 1890년 5월 정신과 의사 가셰 박사가 사는 파리 북부 오베르 쉬즈 우아르로 옮겨갔다. 건강을 조금 회복한 그는 이 마을 구석구석을 화폭에 옮겼다. 그러나 그해 7월 그의 마지막 작품 까마귀가 나는 밀밭의 소재인듯한 밀밭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러 퍼졌고 이틀이 지나지 않아 고흐는 3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고흐가 667통이나 되는 편지를 보내며 정신적, 물질적으로 의지했던 동생 테오도 정신병을 앓다 6개월 만에 형의 뒤를 따라갔다.
고흐는 하숙집 딸, 사촌 누이, 가셰 박사의 딸에게 연정을 느꼈으나 거절당했고, 매춘부이자 매독 환자인 여인과 함께 지냈으나 가족들의 반대로 결혼하지 못했다. 죽기 한 달 전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저는 계속 고독하게 살아갈 것 같습니다. 사랑했던 사람들도 망원경을 통해 희미하게 바라보는 수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가 남긴 작품은 모두 900여 점. 살아생전 팔린 작품은 아를에서 남겼던 붉은 포도밭 한 점뿐이었다. 그러니 얼마나 곤궁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비싼 유화물감이나 생활비를 동생에게 의존했던 고흐는 나를 먹여 살리느라 너는 늘 가난하게 지냈겠지. 네가 보내준 돈은 꼭 갚겠다. 안되면 내 영혼을 주겠다며 미안한 마음을 편지에 남겼다. 모델료를 줄 형편이 못돼 자신을 돌봐준 이웃 우체부와 가셰 박사의 가족 모습을 그렸고 자화상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그가 죽은 지 100년 되던 1990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가셰 박사의 초상이 8,250만 달러에 팔렸다고 하니, 하늘나라의 고흐가 어떤 감회였을까.
인상주의 화가들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빛을 순간적으로 포착하여 색채로 표현한다. 따라서 동일한 대상이라도 시간의 변화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고 색채가 달라진다. 고흐는 인상주의 화가들의 영향을 받아 주로 대자연이 던져주는 인상을 강렬한 색채로 표현했다. 아를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는 한밤중 길거리 노천카페의 모습을 노랑, 주홍, 파란색으로, 밤하늘을 검정색이 아닌 파란색으로 표현해 강렬한 인상을 던져주었다. 정신병원 환자 시절의 작품인 별이 빛나는 밤에서는 소용돌이치는 구름과 축포 같은 달과 별을 힘찬 붓 터치로 그려냈다.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역시 축포 같은 무수한 별의 반영이 강물 위에 길게 드리워져 있다.
돈 맥클린의 빈센트는 고흐의 삶과 죽음을 노래한 곡이다. 별이 빛나는 밤, 팔레트에 푸른색과 회색을 칠해봐요. 여름날 밖을 내다봐요. 내 영혼의 어둠을 알아주는 눈으로…(중략) 이제는 이해해요. 당신이 무얼 말하려 했는지. 그리고 온전한 정신을 위해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 자유로워지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밤하늘의 별을 자주 그렸던 고흐는 별이 된 것은 아닐까. 고흐의 평생 소망은 사람들이 그를 행복한 사람으로 기억해 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의 부제도 다시, 반 고흐를 기억하며(Re-remembering Van Gogh)다.
■언론인


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 다시 고흐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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