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이 사람> 남영자 부산문화예술사랑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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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협력과 작성일 2023.02.01

"그냥 잔잔하게
하고 싶은 거 한 것뿐인데"

10년째 음식 나눔 실천한
남영자 이사장의 소소한 행복 쌓기

"처녀 때 울산과 김해에서 학교 미술선생님을 했어요. 부산에 자주 놀러오기도 하고, 왔다 갔다 하면서 좋아졌죠. 달맞이언덕은 바다 전경이 너무 좋잖아요? 부산 올 때마다 여기서 살아보고 싶단 생각을 하곤 했는데 남편 돌아가시고 이사를 왔어요. 여기처럼 좋은 데가 어딨어요?"

그렇게 해운대가 좋아 달맞이언덕에 터를 잡고 산 지 33년이 됐다. 올해부터 만 나이가 도입돼 "금년에도 여든이다"며 좋아라하는 남영자 부산문화예술사랑 이사장. 매년 1월 1일과 정월대보름, 불꽃축제 같이 달맞이언덕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날이면 누구보다 바빠진다. 수백 명 분의 음식을 준비해야하기 때문이다.

10년째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음식 대접
"십여 전에 해월정에 해맞이하러 갔어요. 해맞이 끝나고 나니까 사람들이 추워서 덜덜 떠는 거예요. 뜨끈뜨끈한 떡국 한 그릇 같이 먹으면 참 좋겠단 생각이 들데요. 그래서 이듬해에 우리집에서 떡국을 끓여서 집 옆 다소미공원에 테이블 몇 개 놓고 떡국을 나눠드렸어요. 첨엔 뭔가 이상하고 어색했죠. 정치하세요? 하는 분도 있었어요. 그런데 조금 지나니까 사람이 너무 많이 줄을 서는 거예요. 끝이 안 보였어. 그렇게 시작한 거죠."
달맞이언덕에서 새해 일출을 감상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끈한 떡국과 어묵, 막걸리 등을 공짜로 대접받는 기분은 어떨까?
남영자 이사장은 달맞이언덕에 해맞이·달맞이하러 온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매년 무료로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전부 자비를 들여 손수 마련한 것들이다. 2010년부터 시작한 음식 나눔이 올해 10년째이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3년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야외 마스크 의무가 해제되고 해운대와 광안리 등에 10만 명 가까운 해맞이 인파가 몰렸다. 덩달아 남영자 이사장도 신이 났다.
"처음엔 200그릇 정도 나갔어요. 그런데 한 10년 하니까 그릇 1000개가 모자래요. 찬바람 좀 피하시라고 장소도 우리집 주차장으로 했어요. 집 앞부터 줄을 20~30미터씩 서시고, 나중엔 준비한 음식이 동이 나서 국물만 훌훌 마시고 가시는 분도 계시고. 보람도 있고 참 재밌어요."

아름다운 선행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선행은 아무리 작고 소소한 일일지라도 누군가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기도 한다. 또 전염성이 있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금세 퍼져나간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작은 나눔, 작은 선행이라도 가벼이 할 수 없는 이유이다.
"그 다음 해엔 이 동네에 저보다 나이 어린 친구들이 팔을 걷어 부치고 도와주시더라고요. 한 10명이 팀이 돼 해마다 같이 하고 있어요."
재미있는 추억은 없을까? "처음엔 캠핑용 가스버너에 떡국을 끓였어요. 불이 시원찮으니까 떡국이 막 죽이 되더라고요. 답답해하고 있는데 어떤 영감님이 들어오더니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하면서 큰 가스통 두 개를 가져다주시네. 나중에 알고 보니 서울서 해운대에 새해를 맞아 여행 온 가스회사 사장님이더라고. 얼마나 고마워. 그다음 해부터 지금까지 아주 편하게 잘 쓰고 있어요. 그렇게 좋은 인연들이 자꾸 연결되고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러니 이번에 구청장 표창 받은 것도 사실은 제 친구들이 받아야 하는 건데 제가 받아서 많이 미안하죠."
작년 연말, 올해 초 남영자 이사장은 연달아 부산시장 표창과 해운대구청장 감사패를 받았다. 부산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와 10년째 음식 나눔 봉사활동, 부산연탄은행, 반여종합사회복지관 등에 후원 활동을 한 데 대한 감사의 뜻이 담겼다.

달맞이언덕 찾는 사람 늘고 좀 더 활성화 됐으면
그렇지만 남영자 이사장은 요즘 좀 속상하단다. 왜일까?
"옛날엔 부산하면 해운대. 해운대하면 동백섬이랑 백사장, 달맞이고개 아입니까? 그런데 난데없는 남천동, 송정, 수영 이런 데에 다 뺏기고 있잖아요. 해월정 일대 상권이 다 죽었어요."
달맞이고개가 예전 같지 않다며 남영자 이사장은 안타까워한다. 지자체마다 해맞이, 달맞이 행사를 열어 달맞이고개를 찾는 사람이 많이 줄어든 것도 있지만 활력이 사라지고 한산하다고.
"달맞이길처럼 아름다운 벚꽃터널 있는 곳이 어느 나라에도 없어요. 달맞이길에 벚꽃이 필 때면 정말 황홀해요. 이걸 잘 살려내야죠. 밤에 조명을 예쁘게 해서 연인들 데이트 코스로 하면 얼마나 좋아요? 달맞이어울마당, 다소미공원에도 정기적으로 작은 공연도 하고 재밌는 이벤트를 펼쳐서 사람들을 오게 해야죠. 달맞이길이 너무 아까워요. 이제 제가 달맞이 벚꽃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겠어요?"

내년 새해 첫날에도 남영자 여사표 떡국
맛볼 수 있을지?
힘에 부쳐서 올해까지만 음식 나눔 행사를 하고 그만 두려 했다는 남영자 이사장. 달맞이언덕에서 새해 첫 해, 첫 보름달을 보면서 정(情) 깊은 공짜 떡국·어묵을 이젠 더 이상 맛볼 수 없게 되는 걸까?
"단골손님이 너무 많아져버렸어요. 남아 있는 그릇을 쳐다보면 맛있게 잡숫고 인사하던 분들이 생각나잖아요. 올해도 너무 재밌어가지고 내년에도 한 번 더 해볼까 생각중이에요.^^"
글 원성만

<해운대 이 사람> 남영자 부산문화예술사랑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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