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의 나무> 해운대수목원 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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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협력과 작성일 2023.03.02

"빛이 나도록 빨개서 데일 것 같아요"

해운대의 나무    해운대수목원 먼나무

춘삼월을 앞둔 지금. 수삼일 전부터 이런저런 단톡방에 홍매화 사진이 올라온다. 매화 훈향으로 단톡방이 훈훈하다. 꽃이 좋은 매화를 가까이서 보려고 나선 데가 해운대수목원이다. 그러나 아직은이다. 홍매화는 있고 봉오리를 내밀고는 있지만 단톡방 사진에서 받은 감흥에는 미치지 않는다. 그 이유를 수목원 입구 안내소에 상주하는 해설사는 여기가 다른 지역보다 추운 데서 찾는다.
먼나무는 수목원 가장 안쪽에 있다. 꽃이 좋은 매화는 단념하고서 나무 구경이나 하자며 이리 둘러보고 저리 둘러보다가 가장 안쪽에서 마주친 나무가 먼나무다. 나를 먼나무에 붙든 건 빨간 열매. 꽃이 좋은 매화는 고사하고 꽃 핀 나무 자체를 찾아보기 어려운 차에 먼나무는 반갑고 또 반갑다. 홍매화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붉디붉은 색의 열매를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단 한겨울 먼나무는 매화 대역이 아니라 해운대수목원 숨은 주역이다.
해운대수목원 있는 곳은 해운대 석대동. 돌로 쌓은 높은 곳 석대는 예부터 하천 풍광이 장관인 명소다. 하천은 석대교를 지나서 높다란 너럭바위를 스쳤다. 너럭바위에 부딪혀 되돌아가는 물살 흐름이 보기 좋았단다. 석대 지명 유래를 물 맑고 풍광 빼어나 풍류를 즐길 만한 좋은 자리란 데서도 찾는다. 내리(內里, 안마을)와 상리(上里, 윗마을)가 있었다.
(상리) 마을 뒤편 안골에는 1987년부터 1993년까지 20여만 평에 생활 쓰레기를 매립하였다. 이곳은 해운대수목원으로 재탄생했다. 2021년 5월 임시 개방한 가운데 해운대수목원은 푸른 숲에서 맑은 공기를 쐬며 초식동물과 교감하는 시민의 숲, 치유의 숲으로 인기가 높다.
특별한 해운대를 만나다. 해운대구가 2021년 발행한 해운대 스토리텔링 북이다. 여기 수목원이 애초 쓰레기매립장이었음을 밝힌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간다는 나무처럼 사람을 위해서 한세상을 다했고 다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해운대수목원. 여기저기 수목원이 다 장하지만 해운대수목원이 특별히 장한 이유다. 시민의 숲, 치유의 숲은 알겠는데 초식동물과 교감은 뭘까. 양, 당나귀, 타조 같은 초식동물과 수목원이 공존한다. 아기 양, 엄마 양을 산책길에서 만나면 아이도 넘어가고 엄마도 넘어간다.
"빨간 열매가 앙증맞네요. 빛이 나도록 빨간 게 가까이 가면 데일 것 같아요."
먼 나라에서 왔다는 먼나무는 열매가 대단히 이국적이다. 한국의 나무는 대개 한겨울이면 열매를 죄다 떨어뜨리지만 먼나무는 한겨울에 오히려 빛난다. 빨간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아 멀리서도 먼나무임을 알아보게 한다. 한겨울 주렁주렁 빨간 열매는 두툼한 털스웨터 같아서 보기만 해도 훈훈하다. 훈향이 따로 없다. 해운대수목원에 처음 왔다는 해운대 바닷가 주민은 데일까 싶어서 가까이 가지도 못한다.
수목원 가장 안쪽 먼나무는 꽤 된다. 숲이라 부를 정도는 아니더라도 이 나무도 먼나무, 저 나무도 먼나무 정도는 된다. 가장 안쪽은 가장 먼 곳. 먼나무가 있을 만한 자리다. 가장 먼 곳은 가장 외지기도 하다. 외진 자리는 외롭고 추운 자리. 나무에도 그렇고 사람에게도 그렇다. 외로울수록 추울수록 속살은 딴딴하다. 나무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춥긴 춥다. 춘삼월이 목전인데도 오들오들 떨린다. 외로운 건 그런대로 견디겠는데 추운 건 질색이다. 다른 데보다 춥다는 안내소 해설사 말이 살을 파고든다. 하루도 아니고 한 달도 아니고 한평생을 수목원에서 지내는 나무는 오죽할까. 나는 한두 시간 버티기가 버거운 데서 평생을 보내는 나무들. 이제 막 봉오리 내민 홍매화가 더 딴딴해 보이고 가장 먼 쪽 먼나무가 더 딴딴해 보인다. dgs1116@hanmail.net
동길산 시인

<해운대의 나무> 해운대수목원 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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