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와 대중가요 -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조용필의 국민가요
돌아와요 부산항에
우여곡절 끝에 탄생

1960~80년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던 시절, 해운대는 최고의 신혼여행지였다. 첫날 밤 신혼부부들이 묵었던 곳이 1960년대 개관해 89년 문을 닫은 극동호텔이다. 호텔 앞에 신사임당 동상이 있어 신혼부부들을 반겼다. 1970년대 조선비치호텔, 파라다이스호텔도 생겼다.
이 시기에 '돌아와요 부산항에(1978년)' 노래가 만들어지면서 영화 주제가까지 만들어졌다.

돌아와요 부산항에(윤익삼 작사/황선우 작곡/김미성 노래)
얼마나 그리웠나 고향 먼 하늘 꿈길마다 가고왔던 어린 시절 부산 항구/오륙도 안개 속에 보일적마다 몸부림 뒤척여도 갈 수 없는 내 신세가/돌아왔네 부산항에 반가운 형제여 모두가 오고파서 그리던 골목마다 이다지도/정다울줄 내 일찍이 몰랐던가 오륙도 물굽이가 나를 반겨도/그 옛날 떠날 적에 앞을 막아 부서졌지 돌아와요 부산항에 여기가 내 땅인데

이 노래는 재일동포의 아픔을 표현한 것으로 윤익삼이 작사하고 황선우가 작곡해 김미성 가수에게 준 것이다. 현철의 '속 돌아와요 부산항'과 같은 맥락의 대중가요다.
조용필이 부른 국민가요이자 부산을 상징하는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사연이 많은 곡이다. 작곡가 황선우가 1969년에 처음 이 곡을 처음 만들었을 때의 제목은 '돌아와요 부산항에'였다. 황선우는 이 곡을 통영 출신의 가수 지망생이었던 김해일(본명 김성술)과 음반 작업을 했다. 김해일이 "통영과 관련된 노래를 부르면 통영시의 지원받을 수 있다"라고 얘기해 제목을 '돌아와요 충무항에'로 바꾸고 김해일이 가사를 작사한 후 직접 노래를 불러 1970년 12월 16일에 발표했다.

돌아와요 충무항에(황선우 작곡/김해일 작사, 노래)
꽃피는 미륵산에 봄이 왔건만/님 떠난 충무항은 갈매기만 슬피우네/세병관 둥근 기둥 기대어 서서/목메어 불러 봐도 소식 없는 그 사람/돌아와요 충무항에 야속한 내 님아

 '돌아와요 충무항에'는 다소 늘어지는 곡으로 인기를 얻지 못했고, 김해일은 음반 발표 후 별다른 활동을 안 하다가 군에 입대해버리고 말았다. 1971년 휴가를 나왔던 김해일은 대연각 화재사건 때 사망했다. 슬픔에 잠긴 유가족은 음반을 전부 회수해 불살라버렸고 그렇게 이 곡의 존재는 완전히 잊혀졌다.
작곡가 황선우는 이 곡이 사장되는 것이 안타까워 1972년에 이 곡을 김트리오의 멤버였던 조용필에게 줬다. 원래 제목인 '돌아와요 부산항에'라고 바꾸고 가사도 일부 수정해 1972년에 발표했다. 하지만 이때도 히트치지는 못했다. 1972년 버전은 일명 '돌아와요 해운대에'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그 이유는 2절에 해운대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1976년 조용필은 이곡을 빠른 템포로 편곡하고 가사를 수정해 독집 앨범에서 발표해 공전의 히트를 쳤다. 당시 재일교포들의 고국방문이 활성화되면서 정서가 이 노래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조용필이 처음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를 당시 가사는 '꽃피는 동백섬에~그리운 내 님아'였는데 남북의 냉전 기류로 고향을 찾지 못하던 조총련계 재일동포들이 고국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가사를 '그리운 내 형제여'로 바꿨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국민가요로 떠오른 셈이다.
이후 조용필은 이 곡을 다시 빠르고 경쾌한 분위기로 편곡해 정규 1집에 수록했는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게 바로 1980년 버전이다. 이 곡은 황선우가 작곡 겸 작사가로 되어 있지만, 가사의 일부분은 과거 김해일이 작사한 '돌아와요 충무항에'와 같았다. 김해일의 어머니는 2004년 가사 표절 소송을 제기해 황선우가 3천만 원을 배상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황선우 작사, 작곡/조용필 노래)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형제 떠난 부산항에 갈매기만 슬피우네/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목메어 불러 봐도 대답 없는 내 형제여/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
 
1994년 부산을 가꾸는 모임은 송림공원에 높이 26m, 파도 갈매기 오륙도를 형상화한 '돌아와요 부산항에' 노래비를 세웠다.  < 다음호 계속>

박 명 규
한국해양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