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가치 탐구하는 <해운대 인문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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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8.10.05

 


박병곤의 테마 에세이


월 평균 2만 명 찾아
3만여 권 장서 구비
아동극 인문학강좌 등
주민 교육·문화사랑방
해운대, 인문학의
'본향'으로 자리 잡기를


우리 국민의 종이책 독서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7년 청소년 3천 명과 성인 6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초등학생은 1년에 67.1권, 중학생은 18.5권, 고등학생은 8.8권을 읽었다. 그러나 성인은 8.3권에 그쳤다. 2015년 조사보다 모두 줄어들었다. 일이나 공부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어른은 또 휴대전화나 인터넷, 게임을 하느라 책을 멀리 하고, 청소년은 책 읽기가 싫고 습관이 되지 않았다는 까닭에서다.
정부가 올해를 '책의 해'로 정하고 북스피치 공모전, 생태계 비전포럼, 라이프러리, 찾아가는 이동책방, 심야책방의 날 등 전국적으로 8천 여 차례 각종 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독서문화를 장려하기 위해서다.
지난 3월 개관한 해운대 인문학도서관은 해운대구민에게는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해운대구 반여동 반여고등학교 옆에 자리한 인문학도서관은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 총면적 2,996㎡ 규모에 3만 3천여 권의 장서를 갖췄다. 인문학도서관이 관리하는 반여, 재송어린이, 작은 인문학, 세계작은도서관까지 포함하면 26만 8천여 권에 이른다.
인문학도서관은 외관부터 범상하지 않다. 하얀 케이크를 비스듬히 쌓아올린 듯하다. '부산다운 건축상' 은상을 수상했다. 장산 자락이어서인지 주변은 온통 싱그러운 숲이다. 계곡의 물소리도 시원하게 들려온다. 쾌적한 환경에서 글을 읽으면 재미가 몇 곱은 더할 것이다.
1층 입구로 들어서니 영국 해군 제독이었던 시드니 스미스의 '독서할 때 당신은 항상 가장 좋은 친구와 함께 있다'는 명언이 눈에 들어온다. 왼쪽은 북카페. 책을 보며 향기 짙은 커피 한 잔을 맛보는 이용자들이 부럽게 여겨진다. 오른쪽은 안내데스크와 장서 검색기. 2층은 어린이 자료실과 유아 자료실, 스토리텔링실, 그리고 수유실이 갖춰져 있다.
3층은 종합자료실과 휴게실. 열람실 곳곳에 대여한 도서를 보고 있는 시민들과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모습이 보인다. 일흔쯤 되어 보이는 한 방문객은 "집 근처에 이런 도서관이 있는 줄 몰라 오늘 처음 찾아왔다"며 일본 작가가 펴낸 '죽을 때까지 책 읽기'라는 서적을 보느라 열중했다. 도서관이야말로 평생학습의 공간이다. 미당 서정주 시인 같은 대가도 노년에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세계의 유명 산 이름을 외웠다. 2층 복도에 새겨진 빌 게이츠의 말이 떠오른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책 읽는 습관이다' 지당한 말이다. 초등학교를 4년 밖에 다니지 않은 철강왕 카네기도 도서관 덕분에 세계적 경영자로서의 소양을 쌓았다.
4층은 정기간행물실과 디지털 자료실, 동아리실. 정기간행물 50여 종이 비치되어 있으니 웬만한 잡지는 이곳에서 열람할 수 있다. 디지털실에는 컴퓨터가 20대쯤 될까? 복사기도 갖춰져 있다. 5층은 사무 공간. 지하 1층은 배움터 두 곳과 대강당. 아동극을 공연하려는지 관계자들이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각종 인문학 강좌가 이곳에서 진행된다. 그러니 도서관은 책만 대여하는 곳이 아니라 지식정보센터와 교육문화의 장, 지역주민들이 교류하는 사랑방 역할도 한다. 도서관 운영팀 김유경 씨는 "인근에 초·중·고가 있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자주 찾는다"며 "월 평균 이용객은 약 2만 명"이라고 설명했다.
인문학은 인간의 사상 및 문화 등 가치탐구와 표현활동을 연구한다. 이른바 문(文), 사(史), 철(哲)이 탐구대상이다. 나를 성찰하고 남을 이해하는 관계의 학문이다. 자연과학이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변화시킨다면, 인문학은 우리의 정신을 맑고 향기롭게 정화시킨다. 도서관 명칭에 '인문학'을 표방한 만큼 해운대가 인문학의 본향(本鄕)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2018년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공모사업'에 해운대 인문학도서관이 당선돼 '부산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리라.
다시 1층으로 내려오니 후문 입구에 생 텍쥐베리의 '어린 왕자'가 책 더미 위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조각 작품이 반긴다. 조각가 고재선 작가의 '무지개 꿈'이라는 작품이다. 어릴 적  작은 도서관에서 책을 보던 기억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사막의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빛나고 그의 친구 여우가 말을 건네는 듯하다. "정말 중요한 어떠한 것도 눈에는 보이지 않지" 눈에는 보이지 않는 중요한 어떤 것, 바로 그 것을 찾아가는 여정이 인문학이며 그 중심은 해운대 인문학도서관이 되어야 하겠지. 옛 성인들은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를 여행하라(讀書萬卷 行萬里路)'고 가르쳤지. 책 속에 길이 있으니.
/언론인


인간의 가치 탐구하는 <해운대 인문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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