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곤의 테마 에세이 - 사진작가들의 요람 <고은사진미술관>

null 게시물 상세 정보
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8.11.08

고은문화재단이 설립
시민 문화예술체험 제공
사진아카데미·음악회
BMW전시장, 젊은 작가전
프랑스문화원, 사진 회화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나뭇잎은 떨어지고/나뭇잎은 흙이 되고/나뭇잎에 덮여서/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1950년대 서울 명동 목로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박인환 시인이 술값 대신에 즉흥적으로 써준 시의 일부다. 일행인 작곡가가 즉석에서 곡을 붙이고 성악가가 노래를 했다. 여러 가수들이 이 노래를 불렀고, 훗날 박인희 씨가 또 노래해 시인의 사랑과 허무를 전했다.
그래, 사랑은 가고, 나뭇잎은 흙이 된다. 그러면 무엇이 남는 것일까. 아름다운, 또는 가슴 아픈 추억만이 남는다. 이런 까닭일까, 어딜 가나 여행지마다 '인증샷' 남기기에 바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로부터 시작해 조셉 니엡스, 매튜 브레이디로 이어진 카메라의 발전은 역사와 전쟁, 인간 군상들의 희로애락을 기록해왔다. 1839년 프랑스의 화가 폴 들라로슈는 "오늘로써 회화는 죽었다"고 절규했다. 사진은 자연 그대로의 묘사가 아닌 사람의 생각과 느낌마저 담았기 때문이다. 회화는 인상주의의 등장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 오늘날에도 건재함은 물론이다.
해운대구 우동 요트경기장 맞은편에 자리 잡은 고은사진미술관을 찾았다. 고은문화재단 김형수 이사장이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는 문화예술 인프라를 부산·경남 지역에도 구축함으로써 지역민들에게 문화예술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2007년에 개관되었다. 해운대구청 맞은편에 있던 고은컨템포러리 사진미술관이 현재의 고은사진미술관에 2015년 통합됐다. 그런데 구청 앞 미술관은 20대 때 송창식 씨의 '고래 사냥'을 부르며 뛰어놀던 친구의 집이 아니었던가. 친구의 모친이 그 건물을 관리했던지, 무슨 사연이 있었겠지.
강홍구 관장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전남의 어느 섬에서 태어나 6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하다가 서울의 유명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는데, 이젠 사진작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문예진흥위원회의 '올해의 예술가상', '동강 사진상' 등을 받고 미술 관련 저서도 여러 권 펴냈다. 이런 유명한 분의 안내를 받다니, 참으로 호사스러운 취재다. 2층 전시실에서는 <변순철, Don't Move>전이 한창이다. 40대 사진작가들에게 이전의 작업을 돌아보면서 앞으로의 작업에 대한 방향성을 모색해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작가는 뉴욕 유학시절에 만난 평범하지만 독특한 대상들을 사진에 담아 모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 레즈비언 커플 같은 다양한 사람들이 부자연스러우면서 조화롭다. 주름이 깊게 패인 노인 얼굴을 담은 흑백사진은 인생의 온갖 고초를 그려낸다. 우리는 모두 객체이면서 주체이고, 주체이면서 객체다.
고은사진미술관은 사진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사진 관련 도서 3천600여 권을 소장한 포토라이브러리도 갖추고 있다. 또 '사진이 있는 작은 음악회'도 수시로 개최한다. 해운대 BMW 미니 전시장에서는 주로 젊은 작가의 작품을, 프랑스 문화원에서는 사진과 회화를 전시한다.
강홍구 관장은 "사진 속에 숨어있는 이미지를 읽어내는 트레이닝을 해야 한다"며 "사진은 거짓말하기 가장 쉬운 매체"라고 지적했다. '사이공식 처형'이라는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던 에디 아담스도 "사진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라면서도 "절반만 진실"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2차 대전 종전 소식에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치과 조무사와 키스하던 모습을 담은 '키스하는 항해사'가 거짓이라면, 1972년 네이팜탄이 폭발하는 가운데 아홉 살 소녀가 알몸으로 피신하는 모습을 촬영해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닉 우트 씨의 보도사진은 진실이었다.
북한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냈던 최민식 사진작가는 이 골목 저 골목 찾아다니며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만 필름에 담았다. 왜? 가난한 사람들은 허위의식이 없으니 순수하고 아름다울 수밖에. 고은사진미술관이 제2, 제3의 최민식 작가를 발굴하는 요람이 되길 기대해본다.
/언론인


박병곤의 테마 에세이 - 사진작가들의 요람 <고은사진미술관>

첨부파일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1유형:출처표시 박병곤의 테마 에세이 - 사진작가들의 요람 <고은사진미술관>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