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를 접목시키는 청년 도예가 김은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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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8.09.10

<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담안골 행복마을서
도자기작업실 운영
흙을 만지며 힐링
작품 완성되면 희열
스스로 길이 되어
뚜벅뚜벅 걸어가는
예술가들에게 박수를


겸허하며 청빈하고 소박하며 너그러운 심성. 고려의 청자나 조선의 백자 등 전통 도자기가 표현하는 우리 민족의 성품이라고 백과사전은 알려준다.
중국 장시성(江西省) 경덕진(景德鎭)이 세계적인 도자기 생산지로 알려져 있지만, 일본 가고시마현의 사쓰미 도자기가 정유재란 때 끌려간 조선 도공들의 맥을 이어온 것만 보아도 우리 선조들의 미적 감각은 탁월하였다.
해운대구 윗반송로 담안골 행복마을에서 워크샵 도자기작업실을 운영하는 김은경 작가를 만났다.
30대 초반 앳된 모습의 새색시이지만 손놀림은 야무지고 말솜씨는 당차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도예디자인을 전공한 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천마도예의 숲에서 직업재활교사로 4년 동안 근무해왔다. 작품 활동에 주력하고 싶어 2014년부터 도자기 작업실을 열게 되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기법을 생각하고 스케치를 하며 흙을 성형해 그늘에 서서히 말립니다. 완벽하게 건조되면 섭씨 800도 온도로 가마에서 초벌구이를 하고 유약을 발라 1,250도 온도에서 재벌을 합니다. 조각이 될 수도 있고 그림이 될 수도 있습니다 화병, 필통, 접시, 찻잔, 컵, 조각 작품 등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도자기로 설치미술 작품을 만들어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우리나라 도자기는 전통의 바탕 위에서 현대적인 작품으로 변화해가고 있단다. 흙을 만지면 촉감이 좋습니다. 만드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지만 몰두할 수 있고 스스로 성장하는 느낌이 듭니다 창작 활동을 하는 예술가들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면서도 보람을 느끼며 희열할 수 있는 까닭을 알만 하다.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직접 작업하거나 지도도 하지만, 초등학생 동아리 활동이나 복지관 어르신들의 체험 활동도 돕는다.
어르신들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흙을 만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부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기도 했는데, 주민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으면 합니다. 반송 지역에서 문화 활동을 하는 청년들과 연대를 시도했으나 예산의 어려움 때문에 불발되어서 안타까웠지요
김 작가는 2008년과 이듬해 부산산업디자인전에서 입선했고, 2009년과 2015년 부산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장려상과 동상을 받았다. 또 2010년 김해미술대전 우수상을 수상했다.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라는 주제로 2010년과 2016년 개인전을 가졌으며, 2016년 라토 도자기이야기전 2017년 아로새긴 삶 전 등 여러 차례 그룹전에 출품한 바 있다. 나무의 나이테가 늘어나듯이 수상 및 전시 이력이 쌓여간다. 세월이 안겨준 내공 덕분이다.
작업실에 함께 있던 친구이면서 수강생인 김아람 씨는 동래구 온천동에서 짧지 않은 거리를 오가며 2년 동안 배웠다고 한다.
도자 공예는 실생활에서 경험하기 쉽지 않은 일인데, 잡념이 없어지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으며 스스로 위로받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크고 작은 상처를 받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치유의 기회가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으리라.
부산의 대표적 갤러리인 공간화랑 신옥진 대표는 고희(古稀)를 넘긴 나이에 딸보다 어린 김 작가에게 도자화(陶瓷畵)를 배워왔다.
신 대표는 도자기 위에 그림을 그리고 다시 구워낸 50여 점 가운데 17점을 가려내 해운대 중동 비비비당에서 지난달 전시회를 가졌다.
6.25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 온 김은호, 변관식, 이중섭, 장우성 같은 쟁쟁한 화가들이 영도 봉래동 대한도기에서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 생계를 이어가기도 했다.
43년 동안 화랑을 운영하고 일곱 차례나 전시회를 연 화가이자 얼마 전 첫 시집을 펴낸 시인인 신 대표가 도자기 그림에 빠져든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직접 체험해보지 않고는 아무도 모르리라.
김 작가에게 롤 모델이 있느냐고 물었다. 전업 작가로서 도자 작업을 하려면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대학에서도 전공 학과가 폐과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힘든 일을 지속하는 모든 분들이 저의 롤 모델입니다 다도(茶道) 문화가 시들해지고 커피가 붐을 이루는 세태도 도예인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
정호승 시인은 시 봄 길에서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며 개척자들의 노고를 찬미했다. 스스로 길이 되어 한없이 걸어가는 모든 예술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언론인


전통과 현대를 접목시키는 청년 도예가 김은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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