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감·문화 치안 … 부산경찰 음악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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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8.08.09

<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부산 울산 경남 합동공연
음악으로 시민과 소통
시민 이해하고 다가서는
문화 치안에 시민들 박수


지난 7월 7일 더위가 시작된다는 소서(小暑)인데도 먹구름이 수평선까지 내려앉았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댄다. 구남로에서 해운대해수욕장 이벤트 광장으로 건너오는 횡단보도에 파란 불이 들어올 때마다 인파가 몰려온다. 반바지 차림의 젊은이들, 손자 손녀와 함께 나들이 온 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리고 외국인들까지. 해운대 바다가 그들에게 꿈에도 그리던 동경의 대상이었는지, 아니면 그 어떤 위안을 주는 것인지, 해운대를 찾는 이들은 궂은 날씨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벤트 광장에 대형 트럭을 개조한 무대가 차려졌다. 시민과 함께 하는 부산·울산·경남 경찰청 해운대 여름 공연이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해운대 바닷물을 싸∼악 데파삐라∼는 구호가 익살스럽다. 
범죄자를 잡아야 하는 경찰관들이 시민들 앞에서 공연을 한다니, 세상 참 많이 달라졌다. 연일지구대 팀장 강승훈 경감과 부산경찰청 정보과 이용준 경사로부터 도움말을 미리 들었다. 2014년 1월 발족한 부산청 음악동호회 지음(知音)회가 계기가 되어 울산경찰청, 경남경찰청에도 동호회가 탄생했단다. 부산은 회원 46명. 지구대, 기동대, 외근 형사 등 근무 형태가 다양하다 보니 소규모 연습을 하거나, 월 1회 또는 정기 공연을 앞두고 부산청 음악실에서 리허설을 가진다. 예산은 1인당 월 2만 원씩 낸 회비와 소액의 동아리 지원금 등 연 1천600만 원 수준.
보람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돌아온 답 워라밸이었다. 일과 삶의 균형, 한 때의 유행일지라도 오늘날 시대정신이 아닌가. 업무 스트레스를 날리고, 동료 간 소통에 도움이 되며, 본인과 가족이 즐거워하는 멋진 경찰!! 소년소녀 가장이나 장기 입원 환자를 위해, 또는 지역 축제장에서 시민들에게 명곡을 들려주는 재능 기부를 벌써 40여 차례 진행했단다.
오후 6시 30분, 식전 행사가 시작됐다. 새내기 10명이 통기타 등으로 키 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 등 두 곡을 연주했다. 한 멤버는 우리는 실력은 모자라나 관객을 모으는 역할이라고 소개한다. 전역을 앞둔 김준호 의경의 마술 공연이 이어졌다. 저는 박수를 먹고 사는 사람이라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한다. 어찌 저리 말솜씨가 뛰어날까. 막대기에 입김을 불어넣으니 흰색, 빨강, 노랑, 파랑 우산으로 변하고 장미꽃도 피어난다. 박수갈채가 터져 나온다. 이어서 난타 공연. 여성 7명 남성 1명이 북을 두드리고 율동을 선보인다. 어느새 150석 쯤 되는 간이의자는 꽉 찼고 선 채로 지켜보는 관객이 장사진을 이룬다. 대략 500여 명. 히잡을 둘러쓴 여성이 온 몸을 흔들어대고, 외국인 커플이 추위를 이기려고 포옹한 채로 지켜본다.
부산 서부서장을 거쳐 울산청 경무과장에 재직 중인 정창옥 회장은 지난해는 부산만, 올해는 부산·울산·경남이 함께 했는데, 내년엔 전국 경찰을 모을 것이라고 약속한다. 그리고 양광모 시인의 무료라는 시를 들려준다. 따뜻한 햇볕 무료/ 시원한 바람 무료/ 아침 일출 무료/ 저녁 노을 무료/ 붉은 장미 무료/ 흰 눈 무료/ 어머니 사랑 무료/ 아이들의 웃음 무료/ 무얼 더 바래/ 욕심 없는 삶 무료. 돈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아낌없이 그저 주는 소중한 것들이 많은데. 감사하고 또 감사하면서 살아가야지.
이어 새내기 밴드, 통기타 팀의 연주가 계속되고, 부산경찰청 천순녕 씨의 노래가 백종연 씨의 기타 반주로 울러퍼진다. 제복을 차려입은 여성 사회자가 부산청의 파바로티라고 소개했는데, 지음회 고문이자 이날 사회자인 울산청 이순용 경무관은 노래 실력에 비해 곡을 잘못 택했다고 꼬집는다. 최성수의 기쁜 우리 사랑이 색소폰 연주로, 소프라노 신문희의 아름다운 나라가 독일과 오스트리아 유학을 다녀온 명예회원 바리톤 장진웅의 묵직한 목소리와 김혜정 명예회원의 플루트에 실려 밤바다를 취하게 한다. 영도서 류종덕 회원이 기타를 치면서 해운대 엘레지를 부르려고 무대에 오를 때, 해운대 주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회자 이순용 경무관은 류 회원의 아들 둘이 모두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갔다고 자랑한다. 발라드 팀, 버스킹 팀, 울산 밴드, 경남 밴드, 부산 밴드 팀으로 공연이 계속되면서 해운대의 밤은 깊어간다.
지음(知音). 중국 춘추전국시대 진(晉)나라의 종자기는 친구인 거문고 명인 백아가 연주하는 곡의 뜻을 모두 알았다. 백아가 높은 산에 오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면, 종자기는 하늘을 찌를 듯한 산이 눈앞에 있구나라고 말하고, 강물을 생각하며 거문고를 뜯으면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지나가는 것 같구나라고 감탄하였다.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자신의 음악을 알아주는 지음이 없음을 애통해하며 거문고 줄을 모두 끊었다는 백아절현(伯牙絶絃)이라는 고사성어가 여기서 나왔다. 음악으로 시민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일, 시민들의 속마음을 이해하고 다가서는 이른바 문화 치안이리라.


언론인


소통·공감·문화 치안 … 부산경찰 음악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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