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배우기 첫걸음, 아세안 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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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7.11.07

<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2014년 부산서 열린
한·아세안정상회의 때
문화원 건립에 합의


닮은 듯 서로 다른 문화
전시 VR체험 공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다


 


해운대 신도시에서 송정으로 가는 길, 백병원 옆에 그럴듯한 현대식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무슨 건물일까? 알고 보니 아세안 문화원이라고 한다. 아시아 사람들을 뜻한다면 아시안이라고 해야 하는데, 왜 아세안일까?
바람이 세차게 불어 쌀쌀했던 10월의 어느 주말, 미포에서 복국 한 그릇을 먹고 이 곳을 찾았다. 아세안(ASEAN)은 동남아국가연합, 즉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가 회원국인 국제기구다. 공동안보 및 지역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1967년 창설됐다. 올해 꼭 50년 됐다. 2014년 부산에서 열렸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정상 간 합의로 추진된 이 문화원은 서울·인천과 경쟁한 끝에 부산 해운대에 들어서게 됐다. 외교부가 부산시로부터 용지를 제공받아 지하 2층∼지상 4층 연면적 6,524㎡ 규모로 건립해 지난 9월 1일 문을 열었다. 아세안의 문화를 소개하는 시설물답게 지붕과 처마는 인도네시아 양식이라고 한다. 상설 전시실, 기획 전시실, VR실, 공연장, 세미나실 등이 갖춰져 아세안의 문물을 다양한 방식으로 접할 수 있다.
도슨트 투어가 시작하는 오전 10시 2층 상설전시장으로 갔다. 입구 바닥에 아세안 국가들의 지도가 그려졌고 관람객의 발 위치에 따라 해당 국가의 국토가 다양한 색채로 나타났다. 전시실 입구엔 각 나라 문자로 환영합니다라는 의미의 인사말이 적혀있다. 아세안 국가들은 오랜 세월 동안 외세의 침략에 시달리면서도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지키려고 노력해왔다. 종교는 주로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 유사한 듯 하면서 서로 다른 동남아시아의 문화를 이 곳에서 접할 수 있다.
대나무, 야자나무, 라탄 등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를 활용한 목공예품과 파인애플, 코코넛 등 과일에서 얻은 원료로 짠 의류, 해양에서 추출한 자개로 만든 공예품, 광물을 이용한 금속공예품, 자연에서 채취한 염료와 원사로 만든 각국의 직물류가 전시돼 있다. 두 팔을 45도 각도로 올린 듯 지붕의 처마가 하늘로 치솟은 인도네시아의 주택 모형, 불상인지 힌두교 신의 모습인지 알 수 없는 각종 두상, 과일에서 추출된 원료로 만든 종이에 그린 그림, 한 뜸 한 뜸 수를 놓은 걸개그림, 음식을 담는 식기나 물건을 담는 바구니, 공연 때 사용하는 가면 등 모두 흥미롭다.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섬세한 수공예품에는 기계로 찍어내는 대량생산 제품이 흉내 낼 수 없는 정성이 담겨 있다. 생활용품 수준을 뛰어넘어 예술이자 그들의 삶 자체가 아닌가.
라오스의 전통 의상을 가상 체험하는 포토 존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키넥트 인식 방식이라고 하는데 관람객이 손을 벌리고 자세를 취하는대로 화면이 움직이면서 관람객이 다양한 전통 의상을 입은 모습이 나타난다. 귀부인 의상을 입었다가 왕족의 황금빛 의상을 입기도 한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불교국가인 미얀마의 신퓨도 눈에 띈다. 10세 전후의 남자 아이들이 단기 출가를 위해 화려하게 치장한 모습이다.
필리핀 코너에는 대나무에 녹색 칠을 한 의자가 전시되어 있다. 요다 의자라고 한다. 라탄이나 대나무, 천연섬유를 활용하면서 현대적 감각을 불어넣는 디자이너 케네스 코본푸의 작품이다. 2015년 마닐라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 때 회원국 정상들이 사용했던 바로 그 의자라고 한다.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각국의 결혼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름 붙이길 화혼지정(華婚之情).
결혼과 관련된 각국의 속담이 전시되어 있다. 예를 들면 태국에선 코끼리를 고르려면 꼬리를 봐야하고 아내를 구하려면 그 어머니를 보아야 한다는 식이다. 검정 바탕에 황금빛 장식을 두른 인도네시아 의상 등 각국의 결혼 예복이 흥미를 돋운다. 우리와 비슷한 말레이시아의 폐백 모습. 미얀마의 은제 식기, 다양한 축하화환이 전시되었고, 현대의 화려한 결혼식 장면도 소개됐다.
1층 VR실에서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를 가상현실로 체험할 수 있다. 특수 안경을 착용하면 마치 현장에서 천년의 유산을 직접 목격하는 듯하다.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약간 어지럽다. 문화원 관계자는 11월 중 2개국의 명소를 추가하고 앞으로 계속 확충할 계획이란다.
아세안 국가의 기자단 30여 명이 이미 문화원을 다녀갔고 아세안 한류 팬 30∼40명이 곧 방문할 계획이란다. 아세안은 인구 6억 3천만 명으로 세계 3위이며 국내총생산 2조 5천억 달러로 7위, 한국의 제2위 교역 대상, 2위 투자 대상, 2위 건설 수주 대상일 정도로 밀접한 파트너가 되었다. 지난해 아세안 지역을 방문한 한국인은 약 600만 명. 경제적 이득도 무시할 수 없지만, 민간 교류가 늘어날수록 상호 이해의 폭과 공감대가 넓어지고 깊어질 것이다.
아세안 문화원 우형민 부장은 아세안 지역 이외에 아세안을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시설물은 이 곳이 처음이라며 첨단 시설이 갖춰진데다 전시중인 355점 이외에 각국의 기증품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하루 평균 방문객은 100여 명, 대부분 학생들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아세안 국민들을 포함해 관람객이 많이 찾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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