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추위 녹인 <해운대 버스킹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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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7.12.06

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아마추어 예술가들은
갈고닦은 솜씨 뽐내고


관객들은 부담 없이
문화예술 향기 즐기고
지역사회는 관광자원확보



음악과 리듬은 영혼의 비밀 장소를 파고든다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말이다. 어떤 장르의 음악이든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한다. 작곡가와 연주자,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마음이 교감한다면 감동을 안겨준다. 가수 보아의 오빠이자 피아니스트인 권순훤 교수는 나는 클림트를 보면 베토벤이 들린다라는 책 서문에서 감동을 영어로 표현할 때 move(움직이다), 또는 touch(어루만지다)라는 동사를 주로 사용한다면서 마음을 만지고 움직이게 하는 것이 감동이라고 강조했다.
음악의 감동은 화려한 콘서트홀에서만 가능한 것일까. 이탈리아 피렌체 거리에서 악사들이 영화 여인의 향기에 나오는 주제곡을 연주하자 지나가던 남녀가 영화 속의 주인공인 것처럼 우아하게 탱고를 추는 모습을 블로그 동영상을 통해 본 적이 있다. 부러웠다. 멋진 탱고음악도, 춤추는 남녀도, 박수를 아끼지 않는 관광객들도, 도시의 분위기도 감동적이었다.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시 외곽에서 열린 파머스 마켓(농산물과 수제품 직거래장)에서 마우리족 아저씨 한 사람이 기타를 치고 북을 두드리며 그들의 전통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았다. 소액이지만 동전 몇 개라도 건네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새 우리나라에도 거리 공연, 즉 버스킹 바람이 불고 있다. 4회째를 맞은 해운대 버스킹 페스티벌을 찾았다. 구남로 초입부터 젊은이와 외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특설무대에는 대형 북 10여 개가 마련되었고, 고교생으로 보이는 젊은이 3명이 역동적으로 북을 두드린다. 간이의자에 앉은 청소년 100여 명이 손뼉으로 장단을 맞춘다. 해운대 청소년 수련관이 주최한 해운대 유스 어워드 행사다.
해수욕장 입구로 가니 아쿠아리움 인근 이벤트 광장에서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매직쇼가 한창이다. 15팀 16명이 잇따라 나온단다. 경력 10년인 마술사 할로우포터 신우주 씨가 네 살 된 꼬마 아가씨 관객을 불러내 안경을 씌우고 재주를 부린다. 자주색 천을 둘러씌운 빗자루에 걸터앉으니 20㎝ 가량 공중 부양한다. 참 신기하다.
무대 뒤로 가서 막 공연을 마쳤다는 마술사 이석운(26) 씨를 만났다. 서울서 활동하다 부산에 온 지 5개월 되었다고 한다. 마술사 이외 직업이 따로 있느냐는 질문에 백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비록 춥고 배고프더라도 하고 싶은 일 하는 게 젊음이지.
아쿠아리움 정면 백사장 버스킹 존에는 검정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가수 한영애 씨의 누구 없소를 부른다. 박수를 많이 친 관객에게는 사회자가 선물을 던져주는데, 빼빼로 데이라며 조그만 상자에 막대 과자가 들었단다. 이어 여고생 4명이 무대로 올라와 레드벨벳의 노래에 맞추어 온 몸을 흔들며 댄스 공연을 한다. 또 다른 여학생 팀은 공연장 옆에서 차례를 기다린다.
20대 커플에게 말을 건넸더니 우연히 왔는데 재미있게 보았다며 흥겨워한다. 해운대 해변 라디오 건물 앞 무대엔 남성 3명, 여성 2명으로 구성된 더 센스 앙상블팀이 크로스오버 성악가 신문희 씨의 아름다운 나라를 멋지게 부른다. 이들은 경남 김해에서 활동 중인 팀. 보컬 김준영(31) 씨는 우리 팀에는 미국 버클리 음대 출신의 성악가와 실용음악 전공자도 포함됐다라며 작곡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돌아서려는데 어느새 무대 위에는 남성 2명, 여성 1명으로 구성된 또 다른 팀이 유 레이즈 미 업과 넬라 환타지아를 리허설중이다.
다시 매직쇼가 한창인 광장으로 돌아왔다. 마술사는 또 바뀌었고 관객들은 새로운 재미에 빠져있다. 검정색 한복 누비저고리를 입은 외국인에게 서툰 영어로 소감을 물었다. 대답이 없어 다시 어디 출신이냐고 물었더니 독일에서 왔단다. 한국인 아내와 7주 동안 여행 중이라고 한다. 참 복 많은 부부다. 동백섬 너머 서쪽 하늘에 벌써 황혼이 드리운다.
이번 공연을 기획했던 김영민 씨에게 전화로 문의했다. 거리 공연이라 정확한 관객을 측정하긴 힘들지만 주 공연이 펼쳐졌던 오후 7∼11시께 준비된 객석이 꽉 찼고 열기가 뜨거웠다고 한다. K2, 여행스케치, 설하윤 등 초청 가수 덕분이었을까. 저글링 퍼포먼스와 댄스 전용존 운영 등 장르의 다양화를 위해 노력했단다. 자유롭게 공연한 팀 이외 공식 출연 30개 팀 가운데 절반가량이 부산이 아닌 외지에서 활동하던 팀이었다.
(사)거리문화예술협회 정기환 회장은 부산에서만 350여 명이 회원이라며 부산시와 각 구청 등 지자체의 적극적 지원이 아쉽다고 말한다. 거리공연이야말로 아마추어 예술가들은 갈고닦은 솜씨를 뽐낼 기회를 얻고, 관객들은 부담 없이 문화예술의 향기를 즐길 수 있으며, 지역사회는 관광자원을 확보하는 일석삼조가 아닌가.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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