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장산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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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통협력과 작성일 2019.10.29

<장산 생태복원 길을 모색하다>

생태·문화경관적
잠재성 높은 장산

구립공원 지정해
보호하고 보전해야


장산은 최고봉의 높이가 634m로써 부산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며 행정구역 내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약 24㎢이다. 산치고 절대면적은 작지만 구(區) 단위로 치면 상당히 넓은 비율(약 50%)을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경사도 10 ~ 30°범위가 전체 산지의 76%를 차지하고 있으니 도시에 인접해 있다고 해서 결코 만만한 산이 아니다.
기후대로 보면 부산지역은 난온대지역에 해당한다. 부산은 온대지방에서 볼 수 있는 식물과 난대지방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을 골고루 볼 수 있다. 난대지방의 대표적인 식물은 상록활엽수인데 동백나무, 후박나무, 사스레피나무, 돈나무 등과 같은 식물들이다. 또한 부산은 해안에 인접해 있어서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곰솔, 소사나무 등 염분에 강한 식물들도 나타난다. 다양한 환경조건은 다양한 생물들이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 중심에 장산이 있다.
생태학 이론중 추이대(推移帶, ecotone)라는 것이 있다. 추이대란 서로 다른 군집이 만나는 이행부를 말하는데 이 지역은 서로 다른 환경이 중첩되어 있기 때문에 종다양성이 주변보다 훨씬 높다. 장산도 기후적 특성, 내륙과 해안이 인접해 있는 특성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생물다양성의 잠재성이 높다.
장산의 상부에는 장산습지도 있다. 습지는 생태계의 중요 연결고리로써 생태적 기능, 수질정화, 기후조절 등 환경적 기능, 그리고 문화적 기능을 갖고 있다. 고산습지를 바탕으로 계곡과 연계된 곳에 장산의 반딧불이가 서식한다.
장산이 품고 있는 놀라운 자원중 하나는 경관이다. 장산의 곳곳에 너덜겅이 있는데 암괴들의 크기가 크다. 커다란 암괴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바다, 도시, 녹지 그리고 암괴가 한꺼번에 보인다. 이러한 조합의 경관을 가진 곳은 흔치 않다. 또한 평원수준은 아니지만 억새경관도 장산의 계절적 정취를 더해준다.
이처럼 장산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잠재성이 많은 곳이다. 그런데 장산이 가진 가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조금은 소홀히 다루고 있는 것 같다. 부산의 다른 산들과 마찬가지로 장산도 이용객이 많아서 산행길이 꽤나 복잡하게 나 있다. 주요 등산로 외에도 샛길이며, 훼손된 길이 산 전체에 그물망처럼 깔려있다. 익숙한 사람들은 모르지만 모처럼 장산을 찾은 외지인들에게는 등산로 안내판이 있어도 길 찾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산행길은 변변한 관리없이 4계절 이용되다보니 침식되고 훼손된 곳이 많다. 산 정상까지 차로 접근하기 쉽고 군부대가 있어 생물들의 안식처로서 부적합한 환경이다. 무분별한 이용과 접근이 외래종의 유입을 가져와서 외래종이 폭넓게 분포하고 있는 상황이다. 병들어 가는 장산을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보호지역(protect area) 제도가 있다. 보호해야할 가치가 있는 곳을 규제를 통해 보호하여 지속가능한 이용과 더불어 생태계가 온전히 보전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제도이다. 국내 대표적인 보호지역으로 국립공원과 백두대간 보호지역이 있다. 그 중 국립공원은 국가가 생태적, 문화경관적 가치를 인정하여 지정 및 관리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국립공원은 자연생태계가 스스로 유지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를 갖추어야 한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중 가장 면적이 좁은 월출산국립공원이 56㎢인데 이는 현재 장산 면적의 2배 이상이다.
그럼 다른 방법은 없을까? 현재 해운대에서는 장산을 구립공원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구립공원이란 자연공원법상 공원의 한 종류로 자치구에서 자연생태계나 경관을 대표할 만한 지역을 지정하는 것으로 구청장이 지정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구립공원으로 지정된 자연공원이 없다. 만약 해운대구에서 장산을 구립공원으로 지정한다면 우리나라 1호 구립공원이 되는 것이다.
구립공원으로 지정되면 공원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그에 따라 자원보전과 이용에 대한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공원은 자연현황을 고려하여 용도지구로 분할하게 되는데, 이는 각 지구마다 행위를 제한하여 보전할 곳은 보전하고 이용할 곳은 이용하는 체제로 바뀌게 된다.
최근 부산시에서는 금정산을 국립공원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이 현재 22개인데 동남권에는 공교롭게도 국립공원이 없어서 시 차원에서 추진 중이다. 그러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일련의 행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핵심적인 부분이 사유지 문제이다. 현재 부산시가 계획하고 있는 금정산 지역의 사유지가 84%정도이니 국립공원 지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정면적이 줄어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국립공원 지정이 불리해 지게 되는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부산시의 주요 지역을 지구로 묶어서 가칭 부산국립공원으로 지정요청을 할 수 있다. 만약 해운대구가 장산의 구립공원을 부산국립공원의 장산지구로 검토하여 국립공원 지정을 받게 된다면, 해운대구는 국립공원 브랜드를 갖게 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너무 가까이 있어서 가치를 몰랐던 장산은 환경적, 생태적, 문화경관적 측면에서 높은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그간 장산의 가치를 몰랐다면 지금부터라도 장산의 가치를 발굴하는 일을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백년을 넘어 후손들도 장산의 가치가 향유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최 송 현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우리가 몰랐던 장산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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