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의 나무> 옛 해운대역 멀구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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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협력과 작성일 2023.11.01

해운대 품격 높일 미래의 국가문화재

옛 해운대역 멀구슬나무. 기차는 2013년부터 다니지 않아도 나무는 여전히 잎 나고 꽃 피고 열매 맺는다. 그 세월이 200년이다. 국가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하다.
사진 박정화 사진가

멀구슬나무는 이름부터 아기자기하다. 이름에 구슬이 들어간 나무가 몇이나 될까. 멀구슬, 멀구슬. 이름을 웅얼대면 입에서 구슬이 구르며 부딪는 소리가 난다. 멀구슬, 멀구슬 웅얼대면 구슬 빛 맑은소리가 난다.
해운대역은 이름이 둘이다. 하나는 동해남부선 기차가 서던 옛날 해운대역이고 하나는 동해선 광역전철이 서는 신해운대역이다. 옛날 해운대역은 1934년 7월 15일 개통했으니 100년 역사를 품었다. 기차는 다니지 않아도 100년 역사의 흔적이 쉽사리 지워질 리 없다. 그 흔적이 레일이 놓였던 자리며 역 광장, 팔각지붕 대합실, 그리고 레일과 대합실 사이 멀구슬나무다.
"해운대역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누구나 한 번씩 발걸음을 멈추고 올려다보게 되는 멀구슬나무는 해운대역의 명물입니다."
"5월 말이 되면 연보라색 꽃향기가 아주 좋아요. 승객들이 그 앞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지요."
해운대역 멀구슬나무는 명품이다. 기차가 다닐 때도 명품이었고 기차가 다니지 않는 지금도 명품이다. 기차가 다니던 시절 해운대역 역장들은 역 자랑 인터뷰에서 이 나무를 꼭 넣었다. 2010년 해운대역장을 지낸 박정자 씨는 그해 8월 해운대신문 인터뷰에서 승객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나무로, 2013년 역장을 지낸 이영화 씨는 퇴직 이후 부산일보 인터뷰에서 연보라색 꽃향기로 멀구슬나무를 치켜세웠다.
나무가 있는 기차역. 한국철도공사 코레일이 2022년 펴낸 단행본 제목이다. 2016년부터 5년 동안 전국의 역과 나무 57군데를 취재하고서 펴냈다. 이 책 동해남부선 편에 해운대역 멀구슬나무가 실렸다. 동해남부선 해운대역에 기차가 다니지 않은 게 2013년이었으니 폐역 이후 취재해 실었다. 멀구슬나무는 기차가 다니든 다니지 않든 해운대역의 명물이고 해운대의 명품인 점을 천하의 코레일도 인정했다는 이야기다.
멀구슬나무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전북 고창 멀구슬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고창 나무는 높기도 높고 굵기도 굵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하다. 천연기념물은 국가가 지정하는 문화재. 지자체가 정하는 문화재보다 격이 몇 곱절 높다. 그래서 귀하고 귀하다. 광역 대도시 부산의 천연기념물은 고작 일곱. 해운대역 멀구슬나무는 해운대구를 천연기념물의 도시, 국가문화재의 도시로 승격시키는 일등 공신이 되리라 본다. 고창의 그것과 비교해 자격 요건이 전혀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낫다.
해운대역과 고창 멀구슬나무는 나이가 비슷하다. 앞서 박정자 역장은 200년 정도로 본다. 그러면서 해운대역 자리가 원래는 절터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 이유는 좀 이따 설명하자. 2009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창 멀구슬나무 역시 200년 나이다. 나이에선 둘이 맞먹는다. 입지는 해운대역이 돋보인다. 고창 나무는 군청에 있는 반면 해운대역 나무는 입지가 꽃말에 딱 맞다. 꽃말은 경계. 200년 전 절터에 있었다면 스님의 길과 속인의 길 그 경계에, 역에선 기차의 길과 사람의 길 그 경계에 있다. 꽃말에 충실한 나무가 해운대역 멀구슬나무다.
기차가 다니던 시절 처음 이 나무를 봤다. 기차에서 내려 대합실을 빠져나오기 직전 예사롭지 않은 나무가 내 발걸음을 멈췄다. 그때는 이름을 적은 팻말이 달려 있었다. 무슨 색 꽃이 언제 피고 하는 설명과 함께 열매는 염주로 쓰인다고 했다. 딴딴한 열매, 딴딴한 염주였다. 그래서 절 나무였다. 염주를 빼닮은 열매는 11월, 12월. 지금 이때가 절정이다. 나무의 한자 이름도 절을 떠올린다. 고련수(苦練樹). 고통을 연마하는 나무다. 박정자 역장이 절터로 추정한 이유다.
해운대 미래의 천연기념물, 멀구슬나무. 1934년 들어선 옛날 해운대역 100년 역사를 오롯이 간직하고서 잎 나고 꽃 피고 열매 맺고 다시 잎 나고 꽃 피고 열매 맺으며 해운대를 천연기념물의 명품 도시로 이끄는 중이다. 해운대엔 미래의 국가문화재 멀구슬나무가 있다.
동길산 시인

<해운대의 나무> 옛 해운대역 멀구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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