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의 나무> 석대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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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협력과 작성일 2023.12.04

"다 주고도 더 주려고 속까지 내어준 나무네요"

석대는 좀 억울하다. 가진 게 100이라면 알려진 건 10이나 20 정도다. 하다못해 50만 알아도 다들 눈이 둥그레질 석대. 100에서 절반만 알아도 석대를 보는 눈은 달라진다. 석대가 다르게 보이고 석대를 품은 해운대가 다르게 보인다.
석대는 옛날 지도에도 나온다. 역사를 품은 마을이란 방증이다. 부산에 지명은 많고 새로 생긴 지명도 많지만 석대는 옛날부터 알려진 명문가. 이제 막 생긴 지명과는 급이 다르고 격이 다르다. 100에서 절반만 알아도 석대를 보는 눈이 달라지는 이유다.
나무도 석대의 오래된 역사를 증명한다. 어디 가도 오래된 나무는 많지만 언제 누가 심었다더라 이력이 전해지는 나무는 드물다. 그런 나무는 대개 보호수로 지정돼 각별히 보호받는다. 나무가 품은 이야기는 대대로 이어지며 지역의 역사가 되고 전설이 된다.
석대는 가히 보호수 마을이다. 300년 느티나무와 이팝나무 보호수가 있고 500년 느티나무 보호수가 있다. 300년 느티나무와 이팝나무는 석대 아랫마을에서, 500년 느티나무는 윗마을에서 마을을 지킨다. 사람은 나무를 지키고 나무는 사람을 지키며 지내온 세월이 300년, 500년이다.
석대 윗마을은 가진 게 100보다 많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120은 된다. 당산(堂山)도 셋이나 된다. 상당과 중당과 하당이다. 당산은 수호신이 있다고 여겨지는 마을 근처의 산이나 언덕. 기우제나 마을의 안녕을 비는 제사를 지낸다. 석대는 윗마을 뒷산 구릉 400년 소나무에선 상당 당산할배제, 마을 가운데 500년 보호수 느티나무에선 중당 당산할매제, 마을 도로변 50년 측백나무에선 하당 거릿대장군제를 지내왔다.
중당 500년 보호수 느티나무는 특히 명물이다. 내력이 전해진다. 언제 누가 심었다는 내력이 전해지는 나무와 그렇지 않은 나무는 급과 격에서 하늘과 땅 차이다. 나무의 내력은 족보와 같다. 족보 두툼한 나무와 풍매화 씨앗처럼 날려 와서 뿌리를 내린 나무가 어찌 같겠는가.
옛날 어느 관찰사가 한양으로 가던 중 그 길목이었던 이곳에 들러 쉬어간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나무를 심은 것이 지금의 느티나무라고 한다.
해운대구가 펴낸 <천년의 향기 해운대 이야기> 한 대목이다. 석대 토박이에게 들은 이야기를 옮겼다. 토박이는 없는 이야기를 지어서 하진 않았을 것이다. 마을에 대대로 전해지는 전설은 그렇다. 실제로 목격한 맨 처음 사람이 다음 세대로 전하고 다음 세대는 그걸 심중에 묻어뒀다가 그다음 세대로 전하면서 전설은 누대에 걸쳐 전승된다.
석대 토박이의 증언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관찰사는 지금의 도지사. 관찰사가 어디서 공무를 보고 서울로 향했는지는 모르지만 서울로 가는 길목이 석대였다! 서울로 가는 길목이 한둘 아녔을 텐데 유독 석대에서 기념식수를 했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석대의 풍광이 관찰사의 마음을 일렁였다고 볼 수 있다.
석대의 풍광은 석대가 왜 100인지 알려준다. 느티나무가 500년 그대로이듯 풍광도 500년 그대로다. 석대 화훼단지를 끼고 흐르는 석대천은 보는 순간 그 유장함에 놀라고 천년만년 그대로였을 자연석에 놀란다. 석대의 돌은 천하제일석. 석대란 지명도 돌과 하천에서 유래한다. 하천 높다란 너럭바위에 부딪혀 휘돌아 가는 물살이 그렇게 멋져서 석대란 지명을 얻었단다. 물 맑고 경치 좋은 풍류 일번지가 석대였다.
"다 주고도 더 주려고 속까지 내어준 나무네요. 속을 내어준 나무를 채우려고 잎이 나고 꽃이 피는 거겠지요."
500년 느티나무가 있는 곳은 석대교회 가는 길. 멀리서 봐도 500년 같다고 느끼게 한다. 그 느낌은 나무에 가까워질수록 애잔해진다. 500년 세월에 속까지 내어준 나무. 속이 텅텅 비었다. 나무 아래 벤치에서 시인은 속을 내어준 나무를 다독인다. 저 멀리는 장산 산자락. 500년 애잔한 느티나무를 매일매일 굽어보느라 산자락은 이리 굽고 저리 굽었다.
동길산 시인

<해운대의 나무> 석대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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