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의 나무> 청사포 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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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협력과 작성일 2024.02.02

저 멀리 첫사랑의 은은한 기억

2022 한국 관광의 별 선정. 청사포역에 걸린 현수막 문구다. 해운대 미포와 송정을 오가는 해변열차가 청사포역에 섰다가 간다. 칠팔 미터 높이의 공중 선로엔 스카이캡슐이 다닌다. 해변열차도 스카이캡슐도 해운대 관광특구의 핵심 가운데 핵심이다.
이런 현수막도 보인다. 2023 국토대전 국무총리상 수상. 상을 받은 주체는 해운대 블루라인파크다. 미포에서 송정까지 동해남부선 옛 기찻길이 블루라인파크다. 옛 기찻길 선로를 이용해 해운대 해변열차가 다니고 그 위로 스카이캡슐이 다닌다.
블루라인파크 구간은 4.8km. 해운대 해안선을 따라서 이어진다. 절경도 그런 절경이 없다. 열차나 캡슐을 타고서 봐도 절경이고 산책길을 걸으면서 봐도 절경이다. 해운대가 왜 관광특구고 관광특구의 핵심 가운데 핵심이 왜 여기인지 저절로 수긍한다.
청사포는 딱 중앙이다. 4.8km 블루라인 파크를 반으로 접는다면 청사포에서 접힌다. 청사포에서 미포까지 2.4km고 송정까지도 2.4km다. 거리도 그렇지만 경치도 중앙이다. 중심이란 말이 맞겠다. 미포에서 예열된 경치가 서서히 가열되다가 청사포에서 솟구치고 청사포에서 솟구친 경치는 송정으로 쭉쭉 퍼져 나간다.
청사포는 100년 전쯤에도 중심이었다. 1937년 해운대초등학교가 생기기 전인 그때 서당이 있어서 미포 쪽에서 학동이 왔고 송정 쪽에서 학동이 왔다. 해운대 교육의 중심이 청사포였다. 책 보따리 학동들은 구불구불한 청사포 골목길과 구불구불한 청사포 바닷가 길을 매일매일 오가며 배우고 익혔다. 그러면서 그들 역시 해운대의 중심이 되었다.
청사포는 향나무도 구불구불하다. 나무도 구불구불하고 가지도 구불구불하다. 저러다 나무끼리, 가지끼리 부딪치면 어떡하나 걱정될 정도다. 원래 구불구불한 게 아니라 청사포가 구불구불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구불구불한 게 보기는 좋다. 일직선 반듯한 블루라인파크도 잘 어울린다.
궁합이 맞는다는 표현이 어울리겠다. 반듯한 선로와 구불구불한 나무. 선로는 칙칙폭폭 앞으로만 내달리려 하고 나무는 그런 선로를 다독이며 속도를 늦춘다. 그래서 그런지 청사포 향나무쯤 오면 해변열차는 속도를 줄인다. 속도를 줄여서 역에 들어섰다가 나무가 잠시 다른 데를 보는 사이 내달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향나무는 지긋하다. 엔간하면 안 본 척 그런다. 지긋함은 오랜 연륜에서 비롯한다. 동해남부선 기찻길을 놓으며 심었다고 보면 거의 100년 연륜이다. 저 연배에 이르면 세상일에 도통한다. 세상일 모르는 게 없고 구석구석 모르는 데가 없다. 그래서 구불구불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블루라인파크는 생동감의 파크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언제 가봐도 인파가 철썩인다. 외지인이 많고 외지인 중에서도 외국인이 많다. 산책하는 주민도 꽤 많다. 이렇게 공기 좋고 이렇게 경치 좋은 산책길이 여기 말고 또 있을까. 그러기에 한국 관광의 별이 되었고 그러기에 국토대전 국무총리상을 받았겠지만.
명품 길을 산책하면 산책하는 사람도 명품이 된다. 불쑥 물었는데도 한마디 한마디 절경이고 시다. 향나무에서 향만 본 나와 달리 같은 나무에서 이것과 저것의 중간을 본 산책객은 말도 명품이지만 표정도 명품이다. 나무를 닮아서 지긋하고 은은하다.
나무가 은은하다? 지긋하다 정도는 수긍할지라도 은은하다?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가보면, 가서 직접 보면 안다. 청사포 향나무가 얼마나 은은한지. 은은한 종소리처럼 풍기는 향이며 밤바다 비스듬히 선 은은한 자태며 해무가 감싸서 가물가물해진 저 멀리 첫사랑의 은은한 기억.
동길산 시인

<해운대의 나무> 청사포 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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