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의 나무> 춘천 개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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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협력과 작성일 2024.03.06

"개나리 부셔서 냇물이 눈 감는 것 같아요"

해운대 춘천. 강원도 춘천과 한자가 같다. 우리말로 하면 봄 내다. 꽃 피는 봄, 졸졸 흐르는 냇물을 생각하면 되겠다. 봄 내는 조선팔도 어디에나 있었기에 조선팔도 어디서나 썼다. 강원도도 춘천이 있고 해운대도 춘천이 있는 이유다.
해운대 춘천은 발원지가 장산이다. 장산 자락에서 발원해 대천마을을 거쳐 해운대 바다로 이어진다. 대천마을은 춘천 상류에 있던 자연마을. 넓고 평평한 냇가에 마을을 이루고서 춘천 냇물로 농사를 지었다. 마을 일부는 1992년 신시가지를 조성하면서 아파트 단지가 됐다.
해운대 춘천 개나리는 이 모두를 안다. 이 모두를 알고 이 모두를 품었다. 그래서 있는 곳은 아파트 단지이지만 자연마을 개나리 같다. 아파트 개나리로 보일 때는 어딘지 모르게 반듯하고 자연마을 개나리로 보일 때는 어딘지 모르게 둥글다.
그런 티를 가장 잘 내는 게 개나리 가지다. 어떤 가지는 끝을 꼿꼿하게 세워서 하늘을 향하고 어떤 가지는 끝을 누그러뜨려 바닥을 향한다. 일종의 처세술이다. 개나리 가지는 꼿꼿하게 세워서 내일 저기를 바라보기도 하며 스스로 구부러뜨려 오늘 여기를 바라보기도 한다.
뒷감당 어찌하라고 불시에 들이닥칩니까 겨우 잊고 사는데 무슨 심사로 들추어냅니까 뛰는 가슴 쓸어내릴 새도 없이 꽃을 거두어 떠나가고 나면 연정을 키운 미련한 가지만 남아서 서로 붙들고 하소연하게 합니까 잊고 지낸 수백 날 헛되게 합니까
- 동길산 시 개나리

개나리는 꽃이 매정하다. 그리고 박절하다. 잎보다 먼저 왔다가 잎보다 먼저 간다. 잎보다 먼저 찾아줄 꽃을 하마 올까, 하마 올까 기다리며 개나리 가지는 그 긴 여름, 그 긴 가을, 그 긴 겨울을 감내한다. 꽃이라고 그리 매정하고 그리 박절할까. 알고서도 그러진 않을 것이다. 가지를 두고서 제 갈 길 가야 하는 꽃의 마음인들 그리 편할까.
사랑은 참 어렵다. 붙들고 싶어도 붙들지 못하는 사랑이 있고 떠나고 싶지 않은데도 떠나야 하는 사랑이 있다. 붙들지 못하는 사랑도 사랑이며 떠나야 하는 사랑도 사랑일까. 다들 그런다. 그게 진정한 사랑이라고. 진정 사랑해서 그런다고. 참 어렵다. 개나리 가지도 알고 개나리꽃도 아는 그것이 나에겐 왜 이리 어려운지.

"노란노란 개나리가 부셔서 냇물이 지그시 눈 감는 것 같아요."

개나리가 피면 장산 춘천이 다 노랗다. 작년 3월 개나리가 한창인 춘천 산책로에서 만난 주민은 표현이 반듯했다. 거두절미 노란노란이다. 잎 하나 없이 오직 노랗기만 한 개나리엔 최상의 표현이었다. 노란노란 꽃은 가지를 보듬듯 피고 데면데면 가지는 은근히 좋아죽겠다는 표정이었다. 춘천의 냇물은 둘이 속삭이는 소리를 내며 졸졸 흘렀다.
봄물 소리는 만물을 깨우는 소리. 얼어 지내던 냇물을 깨우고 굳어 지내던 나무를 깨운다. 냇물이 깨서 어떻게 풀리는지 보려고 나무가 깨서 어떻게 꼼지락대는가 보려고 춘천 산책로를 찾는 사람들. 노란노란 꽃 가까이 가서는 어떤 사람은 노란노란 표정을 짓고 어떤 사람은 눈이 부셔서 지그시 눈을 감는다. 꽃과 사람 속삭이는 소리를 내며 춘천 냇물이 졸졸 흐른다. 동길산 시인

<해운대의 나무> 춘천 개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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