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이 사람> 도시 어부 노명오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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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협력과 작성일 2024.04.08

일평생 송정 바다 지켜온 老선장

미역처럼 빛나는 반세기 어부의 송정 사랑
도시 어부 노명오 선장

잎이 두텁고 새까만 빛이 나는 게 좋은 미역입니다. 미역이 물 밑으로 많이 가라앉아 있으면 좀 노리끼리한 색이 되는데, 좋은 미역은 색깔이 새까매요. 송정 미역은 미역줄을 팽팽하게 해서 수면 위로 많이 올라오게 합니다. 돌미역 잎이 왜 두텁냐 하면 파도가 쉬지 않고 일렁이니까 미역도 살기 위해서 바위를 단단히 물고 견딘단 말입니다. 그렇게 파도를 견뎌내니까 잎이 두터울 수밖에 없지요.


12~2월 일년중 미역 가장 맛있어요
미역의 질이 가장 좋고 많이 잡히는 시기는 12월부터 4월까지다. 노명오 선장은 밤새 미역 채취 작업을 하고 새벽에 뭍으로 돌아왔다. 사방이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에서 건져 올린 미역은 뭍에 내리자마자 곧장 차에 실려 서울로 간다. 미역의 신선도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선 서울까지 가는 이동시간을 감안해 새벽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송정 일대에서 자라는 미역은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오를 만큼 질이 좋기로 유명했다.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경계지점에 위치한 송정해역은 조류가 아주 빨라 미역 양식의 최적지이다. 그래서 눈 밝은 이 지역 토박이들은 색깔이 검은색에 가까울수록 좋은 미역으로 취급하는데, 송정 일대의 미역이 어두운 암갈색을 띈다. 혈액 독소를 빼내는 데 미역·다시마만한 게 없단다.
"어젯밤 11시경에 바다에 나가 미역 채취해서 새벽 2시 반쯤 들어와 서울 차에 실어주고, 집에 들어가서 아침에 한숨 자고 해운대농협에 회의가 있어서 갔다가 바로 넘어왔어요."

71년 제대 후 가업 이어 배를 타다
올해 77세인 노명오 선장은 파도를 견뎌낸 돌미역처럼 열정과 힘이 넘쳤다. 그는 광어골 출신이다. 송정이 고향이다. 71년에 군대를 마치고 바로 가업을 이어 배를 탔다. 여러 곳에서 좋은 일자리가 있다고 오라 했지만 다른 일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평생 송정 바다와 함께 했다.
"남 밑에 직원으로 들어가서 눈치 보고 하는 게 싫었던 거 같아요. 내 개인 사업을 하는 게 맘 편하고 좋겠다 싶어서 택한 게 어업이고, 평생의 업이 된 거죠. 내 손으로 잡은 좋은 고기를 내가 직접 선별해서 먹을 수 있는 거, 구속되지 않고 언제든지 내 시간을 낼 수 있다는 거, 이런 게 좋은 거죠 머. 허허"
송정 미역양식장 규모는 54.8헥타(1헥타는 1변의 길이가 100미터인 정사각형의 면적, 100×100=10000 제곱미터). 주변 지역보다 좀 작단다. 송정어촌계 계원 1인당 약 0.7헥타를 배정받아 거기서 나오는 미역은 모두 개인 소득이 된다.

일평생 송정 지킨 반세기 어부의 철학
노명오 선장의 본케는 자망어업. 그물을 쳐 놓고 그 그물코에 걸려든 물고기를 잡는 것. 미역 채취는 부케인 셈이다. 그물을 손수 제작해서 사용한다. 멀리 나가지도 않는다. 1.75톤 배에 두 명이 타고 바다로 30~40분 정도 나가서 조업을 한다.
반세기 동안 어업을 해 온 그의 철학은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삶을 닮았다. 바다가 주는 대로 받아쓰는 삶이다.
"고기가 입질을 잘 하는 날이 있고 안 하는 날이 있어요. 사람도 따뜻한 봄날에는 삼삼오오 모여가지고 나들이를 많이 가잖아요. 조건이 안 좋으면 안 가잖아요? 마찬가지로 고기들도 자기네들이 움직일 수 있는 좋은 조건이 있는 거예요. 그 조건에 따라 잡히는 날은 많이 잡히고 안 잡히는 날은 안 잡히죠!"

송정 바다 밑도 바뀌고 있다
노명오 선장이 그동안 잡은 물고기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광어, 도다리, 쥐치, 잡어 같은 걸 많이 잡는데 작년, 재작년에 잡히던 어종들이 지금은 많이 줄었어요. 그러니까 얘네들이 자꾸 자취를 감추고, 자기네들 살 수 있는 조건으로 이동을 하고 있다, 그렇게 보이고요. 작년부터 열대 어종이 나타나고 있어요. 바다 밑 환경이 바뀌고 있는 거죠."
노명오 선장의 걱정은 그뿐만이 아니다. "기장 해녀들 이야기 들어보면 바다 밑에 내려가면 백화현상이 와서 풀 한 포기 없다고 해요. 송정 쪽으로도 확산되는 것 같다고 하는데 추측되는 게 몇 가지 있지만 그 원인이 무엇인지 좀 깊게 조사·연구가 되면 좋겠어요."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열대화 시대가 왔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열대·아열대에 사는 해양생물이 우리나라 바다까지 올라오고, 바다가 점점 황폐화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비단 어부만의 문제일까.

바다의 무궁한 잠재력과 가치 개발해야
노명오 선장에게도 바다는 항상 위험한 곳이다. 일기예보가 제대로 없던 시절, 갑자기 풍랑이 거세져서 한밤중에 배를 피항시키는 과정에서 배가 침몰돼 한 부락(동네) 사람들이 죽고 혼자 유일하게 살아남은 기억은 지금도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그 이후부터는 바다 나갈 때 굉장히 조심스럽죠. 풍랑주의보가 발효되지 않아도 해상 시계(視界)가 불량할 때는 출항을 안 하려고 하고, 안 하는 게 맞습니다. 순간순간에 순발력과 생각이 모든 걸 좌우할 수 있잖아요."
송정은 해양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관광레저 특구로 지정돼 있다. "애써 만든 해양레저거점 시설이 지역 발전에 제대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어민들도 고령화에 어종과 조업량이 줄어드는 등 도전을 받고 있다."는 노명오 선장. 바르게살기운동 위원장, 주민자치 위원장으로서 지역 주민을 위해 봉사 활동도 열심히 했던 그는 부산시와 해운대구가 새로운 아이디어로 관광산업을 육성하는 길을 열어주길 바라고 있다.
글 원성만

<해운대 이 사람> 도시 어부 노명오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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