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이 사람> 서현지 효행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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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협력과 작성일 2024.12.06

그녀의 조금 특별난 효행상

편찮은 부모님 간병하며
로스쿨 진학 꿈 키워


이전에는 제가 효행상 받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효행상 발굴 과정에서 공무원 분들이 저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시면서 공감을 해 주셨어요. 그런 관심과 노력이 없었다면 아마도 효행상을 못 받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흔히들 효도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지만 가족 간병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안다. 부모도 자녀도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하는 게 요즘 세태다. 부모가 병들면 자식이 하던 걸 간병인, 요양 보호사가 하는 시대다. 그러기에 지난달 열린 제9회 해운대구 노인의 날 기념, 꿈꾸는 시니어 어르신 축제 한마당에서 서현지 씨가 받은 효행상의 느낌은 좀 특별나다.

청각 장애 딛고 대학 4년 내내 장학생
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한 서현지 씨의 꿈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해서 법조인이 되는 거다.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었다. 대학 학점 관리에 힘썼고, 대학 4년 동안 장학금을 받으며 치열하게 공부했다. 학과에서 3등 안에 들어야 받는 성적 우수 장학금도 받았다.
"대학 4학년 때 알바 끝날 쯤에 전화가 왔어요. 엄마가 갑자기 쓰러져서 뇌수술 받기 위해 응급실에 실려 가셨다고. 다행히 수술은 잘 돼 조금씩 좋아지셨지만 늘 누군가가 지켜보면서 간병을 해야 했어요. 거의 24시간 돌봄이었죠. 그러다보니 저도 학교엘 가면 공부에 집중을 해야 되는데 잠을 못 자서 아무리 커피를 마셔도 졸음이 심하게 쏟아져 버티기 힘들었어요. 바빠서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으니까 체력적으로 지치고 건강이 급격히 안 좋아졌어요."
서현지 씨는 어린 시절부터 몸이 편찮은 부모님을 대신해 가장 역할도 했다. 외동딸이라 어머니 병간호와 집안을 스스로 챙겨야 하는 상황에서 가족을 우선하다보니 정작 본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병원에서는 학교를 휴학하고 치료를 받으면서 쉬어야 한다고 했지만 그럴 상황이 못 됐다.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었다. 청력이 안 좋아서 수업시간에 강의 내용을 잘 못 들은 부분은 해결하기 위해 양해를 구하고 녹음을 했다. 지금은 말소리를 글자로 변환해 주는 앱이나 AI 기능이 있지만 당시엔 그런 게 없어서 잠을 못 자고 강의 녹음을 일일이 다시 들으며 힘들게 공부했다. 힘들어도 졸업 때까지 오기와 끈기로 이겨냈다. 그때 청력도 더 안 좋아졌다. 졸업 후에도 몸을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치료 시기를 놓쳐 최근에야 청각장애인 등록을 하고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다.

고난 이겨낼 때마다 마음 근육은 커져
병간호, 집안일, 학비 걱정. 학교가 아니라도 여러 가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서 낭만과 여유로운 대학생활을 못해 봤다는 서현지 씨가 그동안 좌절하지 않고 희망과 용기를 내어 그 모든 과정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온 것일까?
힘들 때마다 펼쳐보고 되새기는 글귀를 꺼내 보여준다. 그의 마음을 토닥여준 롤 모델도 있단다.
"하늘이 장차 큰 임무를 어떤 사람에게 내리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의 마음을 괴롭게 하고, 그의 근골을 힘들게 하며, 그의 몸을 굶주리게 하고, 그의 몸을 곤궁하게 하며, 어떤 일을 행함에 그가 하는 바를 뜻대로 되지 않게 어지럽힌다." <맹자 고자(告子)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옛사람들은 가난, 곤궁, 고통을 사람의 뜻을 강건히 하고, 마음을 분발시키고, 성질을 참을성 있게 해서 그가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 하늘이 내리는 시련으로 생각했다. 고난이 축복이 되는 이유다.
"제가 인터넷에서 영상을 보다가 매우 감명을 받은 분이 계신데요. 아버진 트럭 운전사 하셨고, 어머닌 호떡 장사하셨는데, 어릴 때 살던 반지하 월세방이 수해를 입어서 수련장이랑 필기 노트까지 다 젖어버려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데요. 거기에 부모님 모두 암까지 걸리면서 집안 사정이 더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대학을 졸업해서 EBS 강사를 거쳐 지금은 우리나라 최고 일타강사가 되셨어요. 어려운 상황에도 성공한 모습을 보고 저도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려고 롤 모델로 삼고 있어요."
현재 서현지 씨는 로스쿨 진학이 현실적으로 힘들다 생각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길 때까지는 직장에 다니면서 돈을 모아야 한다. 그래서 지금은 취업 준비에 열심이다.
"취업 준비하는데도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잖아요. 솔직히 저 같은 경우는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취업 공부에만 집중할 수가 없어요. 취업 공부하려면 어느 정도 생활비와 비용이 들어서 따로 일도 해야 하고요. 청각 장애 있다고 하면 알바 자리도 잘 구해지지 않아요. 취업이면 취업, 어느 하나에 딱 집중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딜레마가 있는 것 같아요."
서현지 씨에겐 요즘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어머니가 치아가 좋지 않으시다. 임플란트를 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찮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년층은 임플란트 치료에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서현지 씨 어머니는 아직 65세가 안 되셨다. 그러니 빠듯한 살림에 치료비가 부담스러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으신다고.

건강한 사회는 모두가 함께 사는 사회
"당장은 어렵고 힘들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성장해서, 저희 가정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기여하고 싶습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사회의 본보기로서 활약하고 싶다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서현지 씨의 소망이 꼭 이루어지길 해운대 구민들도 다 같이 응원하고 있지 않을까? 건강한 사회는 모두가 함께 사는 사회니까.
글 원성만

<해운대 이 사람> 서현지 효행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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