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키워주고 조화 이뤄가는 <청소년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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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8.01.05

<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구립 청소년 오케스트라
부산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17년 동안 200명 거쳐 가


제17회 정기연주회
따뜻한 나눔콘서트
공연 관람 기부금 모아
다문화국제학교 전달


지난해 12월 9일 오후 부산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이 들썩거렸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이 아닌데도 1·2층 객석이 만원이었다. 해운대구립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제17회 정기연주회, 장일범과 함께하는 따뜻한 나눔 콘서트, 카르멘 연주를 듣기 위해서다.
클래식 음악 해설가로 명성이 높은 장일범 씨가 무대에 올라왔다. 첫 곡은 스위스 민중의 자유에 대한 열망을 담은 로시니의 오페라 빌헬름 텔 서곡. 이어 바리톤 박대용 동아대 교수가 신고산타령과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가운데 투우사의 노래를 연주했다. 진행을 맡은 장일범 씨는 남성으로선 드문 미성(美聲)을 자랑하지만, 박 교수는 바리톤답게 묵직한 저음이 매력적이었다. 비엔나 국립음대를 최우수 졸업한 바이올리니스트 임재홍 동아대 교수가 사라사테의 카르멘환상곡 작품25를 협연했다. 바이올린 연주자로 이름났던 사라사테의 작품답게 독주자의 눈부신 기교가 필요한 작품이란다.
잠시 휴식을 가진 뒤 조르주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 제1번 다섯 곡과 카르멘 모음곡 제2번 다섯 곡이 이어졌다. 야상곡, 밀수업자들의 행진, 투우사의 노래, 하바네라, 집시의 춤. 프랑스 작곡가 비제가 스페인 세비야를 무대로 정열적인 집시 여인 카르멘과 순진하고 고지식한 돈 호세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1875년 3월 첫 공연을 하였고, 그로부터 3개월 뒤 작곡가 비제가 3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초연 당시 무자비한 혹평을 받는 바람에 그 충격으로 숨졌다는 소문이 나돌았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모차르트, 베르디, 푸치니의 최고 인기작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자주 공연되고 있다고 하니 격세지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초등학교 4학년생부터 고등학생으로 구성된 70여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 얼마나 오랫동안 연마했길래 저렇게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는지 직접 들어보았다. 부흥중학교 2학년 김해리 양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워 6학년 때 단원이 되었다. 협동심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고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었다고 말한다. 플루트를 연주하는 해강중학교 3학년 박주연 양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했으며, 오케스트라 단원 생활은 5년째.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해 음악을 전공할 계획이란다. 제주국제학교 9학년생, 일반 학교 중3에 해당하는 오철민 군은 유치원 시절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마음이 편해지고 인간관계도 넓어졌다고 자랑한다. 대학에서는 생명공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해운대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창단된 것은 2000년 12월, 창단연주회는 2001년 3월에 가졌다. 꼭 17년 동안 200여 명이 거쳐 갔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이 매년 5∼10명 정도. 나머지 학생들은 음악 동아리 활동을 한단다.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최은정 트레이너는 제1기 단원이었다. 새카만 후배들을 가르치는 즐거움이 대단하리라. 
부산시립교향악단 클라리넷 수석 출신인 정우영 단장은 창단 때부터 지휘를 맡았으며 2008년부터 단장도 겸하고 있다. 정 단장은 단원 출신들 가운데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나와 유학중인 경우도 있고, KNN 방송교향악단에서 활약하는 연주자도 있다고 소개했다. 오케스트라 연주회는 1년에 3∼4회, 실내악 위주로 복지관 등을 찾아가는 연주회를 수시로 개최한다고 한다. 부산에서는 구립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몇 되지 않고 해운대가 가장 활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공연장 입구에 비치된 모금함에 관객들이 기부하면 사하구 하단동에 위치한 한국다문화국제학교 운영기금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한국다문화국제학교는 한국 남성과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중도입국한 청소년들을 위한 학교다. 정 단장은 음악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장학생 단원으로 선발하여 악기 지원과 무료 레슨 등 트레이너 강사들이 재능기부 봉사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운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음악만큼 좋은 치유법이 또 있을까. 악기의 음색(音色)이 저마다 달라도 서로 협력하여 조화를 이루는 게 오케스트라의 덕목이 아닌가. 베네수엘라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오케스트라 시스템, 엘 시스테마(El Sistema)가 생각난다. 마약과 폭력 등 각종 사고 위험에 노출된 빈민가의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 꿈을 키워주고 협동과 이해, 질서 등의 가치를 심어주는 프로그램이다. 1975년 설립 이후 폭발적 성장을 거듭해 교육센터와 가입자가 늘어나고, LA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베를린 필하모닉 최연소 더블베이스 연주자 에딕슨 루이즈 같은 세계적인 음악가를 배출했다.
해운대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지원한 한국다문화국제학교에도 오케스트라가 창단돼 한국판 엘 시스테마로 성장하는 날을 기다려보자.
/박병곤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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