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과 클래식 넘나드는 <피리 박사> 김지윤

null 게시물 상세 정보
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7.10.12

<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마음 파고드는 감성 악기
천언만어 오묘한 음색 피리


해운대에 작업실 마련
해설있는 연주회 정기개최


체코 러시아 미국 등
세계에 국악 예술성 알려



피리는 대나무 관대에 떨림판 역할을 하는 겹서(舌)를 끼워 입에 물고 부는 종적(縱笛)이다 백과사전에 나오는 피리에 대한 정의다. 국립국악원 예술 감독을 지낸 정재국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는 피리는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감성적인 악기라며 간단한 악기구조와 여덟 지공에서 울려 나오는 피리 소리는 천언만어(千言萬語)의 오묘한 음색을 자랑한다라고 설명한다.  
대학생 시절 가수 송창식의 가요 피리 부는 사나이를 흥겹게 따라 부른 기억은 있지만, 우리 전통의 피리 연주를 들은 적이 있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피리 전공자로는 처음으로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지윤 씨(43)의 해운대 작업실을 찾았다. 도시철도 1호선 중동역 인근이었다.
서양음악에서는 바이올린이 주선율이라면 전통음악 장르에서는 피리라며 독주 악기이면서 합주를 리드하는 악기입니다 피리를 소개하는 그의 목소리가 피리 소리처럼 청아하면서도 신바람이 났다. 조선시대만 해도 모두들 너무나 좋아했는데 지금은 대중들이 모르고 낯설어할 뿐이란다.
동래구 안락동 출신인 김 박사는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으나 부산예술고 1학년 2학기 때부터 국악으로 전공을 바꿨다. 서울대에서 음악학 박사를 받느라 이론적으로도 무장한 학구파다. 동아국악콩쿠르, 춘향국악대전에서 상위 입상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구름길(2013), 보은지향(2014), 동쪽에서 부는 바람(2014), 소리 구름(2015), 소리의 숲 길(2016) 등 독주회를 통해 독주자로서의 실력을 선보였다. 올해도 서울과 부산에서 바람과 마음의 소리 등 몇 차례 독주회를 가졌다. 2015년에는 한국예술평론가 협의회로부터 특별예술가상을 수상하였고, 국가무형문화재 제46호 피리정악 및 대취타 이수자 신분이다. 또 모교인 서울대 등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으며 현재는 단국대와 추계예술대, 국립전통예술고에 출강하고 있다. 피리 교본도 10여 권 출간했다.
올해 서울 독주회는 입장료 3만 원을 받았으나 부산 독주회는 무료 공연했다. 그 까닭을 물었더니 문턱을 낮추면 객석이 꽉 차게 되고 피리 소리의 아름다움을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고 2015년 부산국제마루음악제에서 연주할 때 선생님이나 친지들이 많이 오셨는데 너무 좋아하셨습니다라고 말한다.
지난 6월에는 거장 카라얀의 마지막 제자 알레스 뽀다질 지휘자가 이끄는 체코 비르투오지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피리, 클래식을 만나다라는 음반과 DVD를 발매했다. 비발디의 사계 겨울 2악장과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월광을 피리로 재해석했다. 지휘자로부터 내년엔 10곡을 작업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이어 러시아 야쿠츠크 백야 국제 뮤직 페스티벌에 국악인 최초로 초청받아 연주하고 현지 방송에 출연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미시시피주 델타대학과 세계적 음향회사 돌비의 초청을 받아 현지 음악인들과 협연 및 워크숍을 가졌다. 재즈와 블루스의 발상지이자 월드뮤직에 관심이 많은 이 지역에 우리 국악의 예술성을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되었으리라.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말했듯이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니까.
김 박사는 우리소리연구회 소리 숲을 2015년 3월 창단해 대표를 맡고 있다. 우리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의 조화를 추구하는 모임이다. 서양 악기에 맞춰 작곡된 퓨전음악이 아니라 전통음악의 품안에서 궁중음악과 민속음악을 서양 악기와의 합주를 통해 개성 넘치는 음악을 표현하고자 한다. 피리, 태평소, 해금 등 전통 악기와 바이올린, 피아노, 드럼 등 서양 악기와 현대 무용, 성악이 서로 어우러진다. 정통 아악과 슈베르트의 보리수, 나폴리 민요 오 솔레미오, 베사메무초,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중 투우사의 노래 같은 레퍼토리가 무대에 올라간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수영교차로 인근 바인(Vine)에서 해설을 곁들인 연주회를 정기적으로 가질 예정이란다. 서양 음악과 국악을 모두 공부했기 때문에 쉽게 설명할 수 있다며 융합이라는 트렌드에도 잘 맞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오는 12월 부산시민회관에서 송년음악회도 가질 계획이다. 김 박사는 작업실을 부산으로 옮긴 만큼 부산에서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겼으면, 제 쓰임새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박사 공부하느라, 20여 년 피리에 빠져 사느라 아직 미혼이다. 돌아오는 길, 맑고 고운 피리 소리가 해운대 곳곳에서 들려오는 듯하다.
언론인


국악과 클래식 넘나드는 <피리 박사> 김지윤

첨부파일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1유형:출처표시 국악과 클래식 넘나드는 <피리 박사> 김지윤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