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 장산 대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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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7.04.07

항일운동 기상 서린 명소



빌딩 숲 벗어나 자연 만나는 도심공원
절골 1926년 장산 항일 촛불의거 현장
모정원 애국지사 강근호 발자취 서려


 


콘크리트 숲인 아파트 단지에서 생활하던 시민들이 자연을 마음껏 보고 호흡할 수 있는 도심공원, 바로 해운대 대천공원이다. 해운대 신시가지를 조성하면서 시민들의 문화 휴식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1992년 개장되었다. 공원 이름 대천(大川)은 해운대 지역을 관통하는 춘천(春川)의 또 다른 이름이며, 자연마을인 대천마을에서 유래되었다.
공원으로 들어서면 장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모아둔 넓은 인공호수가 자리 잡고 있고, 돛과 돛대, 장승, 파도 등을 형상화한 상징 조형물 만선을 위한 기원이 눈에 띈다. 동부산대학 남순종 교수의 작품으로 1996년 설치되었다. 거센 파도와 해풍을 이겨내며 고기잡이로 만선(滿船)을 꿈꿨던 어부들의 소망을 신도시 번영과 결부시킨 것이 아닐까. 호숫가를 한 바퀴 도는데 20분은 족히 걸릴 듯하다. 검정색 대리석 의자에 새겨진 신석정, 조지훈 등 유명 시인들의 시를 읽어보는 재미도 감칠 맛 난다.
다시 야외무대와 그 앞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봄, 가을이면 음악회 등 각종 문화행사가 자주 열리는 곳이다. 음반을 홍보하고 판매하기 위한 거리 공연도 심심찮게 열려 산책객들의 흥을 돋워주기도 한다. 꽃샘추위로 아직 쌀쌀한 날씨 탓일까. 단체복을 착용한 직장인 20여 명이 대열을 맞추고 있을 뿐, 그리 붐비지는 않는다.
장산 등산 안내도가 보인다. 코스별로 참여의 숲길, 배움의 숲길, 건강의 숲길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국가지질공원 안내도도 나란히 세워져 있다. 7천만 년 전 화산활동이 활발했던 장산은 화산재와 용암, 화쇄류로 이루어진 산이라고 한다. 2013년 도시형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받았다. 체육공원 가는 길, 가마니를 짜듯 짚으로 만든 산책로가 인상적이다. 산림생태관찰센터는 휴관일인지 아쉽게도 문을 닫았다. 장산의 식생을 소개하고 나무로 만든 각종 조형물을 전시하는 학습장이다.
장산산림욕장이라는 표지석을 지나 절골로 내려가면 장산 항일 촛불의거 현장이 나온다. 1926년 2월, 음력 섣달 그믐날 밤 동래고보 기숙사에 있던 한 학생이 마쓰다 사감 선생을 찾아가 섣달 그믐날 밤이라 몹시 쓸쓸하므로 빵 좀 사주세요라고 부탁했다가 조선 사람들은 걸인 근성이 있다는 꾸지람을 들었다. 이 소문을 들은 정인섭 사감 선생은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인데 너도 교육자냐?라며 혼을 내주었다. 이를 전해들은 학생들이 어느 날 밤 10시에 장산 절골 계곡에 모여 촛불을 밝혀들고 마쓰다 사감 배척운동을 결의하고 동맹휴학을 단행했다. 학교 측은 주동자 색출에 나섰고, 5학년 박영출 학생은 주동자임을 자처하여 졸업 한 달을 앞두고 퇴학을 당하였다. 박영출 의사는 그 후 일본 교토제대를 졸업하고 서울서 항일운동을 하던 중 체포되어 대전형무소에서 31세의 나이에 옥사하고 말았다. 애국지사 강근호 선생이 거주했던 모정원이 지척에 있으니 장산에 항일운동의 기상이 서려있었던 것일까.
유학 이모준 송덕비와 폭포사를 지나면 갯버들 서식지가 기다린다. 남쪽 바다에서 봄바람이 불어오면 봄내(春川)에 갯버들이 피어 장산에 봄이 왔음을 알려준다. 양운폭포에서 내려오는 계곡 물소리와 살랑살랑 움직이는 갯버들의 춤사위는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하다.
체육공원 입구, 귀공자처럼 자태가 늠름한 정자, 심우정(尋友亭)이 쉬어가라고 붙잡는다. 불교에서 자신의 본성을 발견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수행 과정을 동자가 소를 찾는데 비유한 그림을 심우도(尋牛圖)라고 하는데, 여기는 벗(友)을 찾는 정자라고 명명했다. 친구는 나를 비춰주는  거울이니, 나의 본성과 다를 바 없으리. 2010년에 건립됐는데 세월의 더께가 쌓일수록 장산의 명소가 되지 않겠는가.
보리수길, 진달래길, 금낭화길… 꽃과 나무 이름을 붙인 산책로 이정표가 정겹다. 너덜학습장과 참나무학습장은 다음 기회에 둘러보기로 하고 억새밭으로 가는 오르막으로 접어들었다. 천연기념물 반딧불이 서식지 안내판을 지나니 모정원의 대형 태극기가 봄바람에 펄럭인다. 나라 안팎이 어수선해서인지 태극기를 바라보는 감회가 새삼스럽다. 어떻게 되찾은 나라인데, 어떻게 지켜온 나라인데….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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