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의 나무> 송정옛길 메타세쿼이아 숲길
작성자 | 홍보협력과 | 작성일 | 2023.08.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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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길은 푸근하다. 정감이 감돈다. 걸으면 고향에 들어선 기분이 든다. 아버지의 아버지가 걷고 어머니의 어머니가 걷던 길이라서 더욱 그러리라. 옛길을 간직한 도시는 역사의 도시며 힐링의 도시다. 푸근하고 정감이 감돌며 이야기가 넘친다. 한마디로 인간미의 도시며 생태도시다. 해운대는 옛길이 많다. 옛길이 많아서 많은 것도 있지만 옛길 복원에 각별히 공을 들인다. 대표적인 게 송정옛길이다. 군부대가 주둔하면서 끊겼던 이 길은 송정에서 해운대로 이어진다. 터널도 없고 도로도 없던 시절, 딸을 시집보내려고 이 길을 걸었고 시장에 가려고 이 길을 걸었다. 송정옛길은 길이 여러 갈래다. 송정과 해운대는 넓은 지역이라서 송정 어디서 출발하느냐에 따라서 길이 갈라졌고 해운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서 갈라졌다. 송정옛길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송정 신곡산 자락과 해운대 새실마을을 잇는 옛길이었다. 지금 기준으로 송정터널 오른쪽으로 해서 새실마을이 있던 부산환경공단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신곡(新谷) 초·중, 신곡사거리 유래가 새실마을이다.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꽤 길다. 나무가 높다란 만큼이나 길이 기다랗다. 길어서 길을 길이라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길어도 평지라서 이쪽 끝과 저쪽 끝이 보인다. 이쪽은 부산환경공단 소공원, 저쪽은 송정터널 입구. 끝과 끝이 보이긴 해도 아스라이 보일 만큼 길은 길다. 길 양쪽 나무의 수를 헤아리며 걸어도 한참이고 발걸음 수를 헤아리며 걸어도 한참이다. 부산환경공단 앞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걷기 좋은 아름다운 길로 웨딩 촬영의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고갯길 초입 인근에는 해운대 폐(廢)탄약 창고를 활용한 쉼터와 잘 보존된 청정자연 생태계를 만날 수 있어 도심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준다. 송정옛길 전망대에 서면 송정해수욕장과 태평양을 한눈에 바라보며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다. 소공원 숲길 안내판은 호연지기가 넘친다. 안내판 제목도 해운대∼송정을 즐기는 방법이다. 호연지기가 넘친다는 건 그만큼 자신 있다는 이야기다. 송정옛길을 복원하느라,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가꾸느라 좀 많은 이들이 좀 많은 노고를 들였을까. 그들의 노고에 박수, 박수, 또 박수해야 한다.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그늘이 일품이다. 옛길을 걸으며 기꺼이 자식들의 그늘이 되셨을 아버지의 아버지, 어머니의 어머니 그 심성을 이어받은 나무가 메타세쿼이아다. 특히 햇살 따가운 한여름 고맙게 와 닿는다. 고마운 마음이 나무를 우러러보게도 하고 양팔로 안아보게도 한다. 내 앞뒤로 사람이 보일 때는 우러러보기만 하고 안 보일 때는 얼른 안아본다. "엄마를 안아보듯, 아빠를 안아보듯 안아보고 싶은 나무네요." 나는 몇 번이나 안아봤을까. 내 아버지, 내 어머니. 어릴 때 돌아가신 아버지는 그렇다 치고 어머니를 안아 드린 기억은 별로 없다. 속마음을 좀체 드러내지 않는 경상도 남자라서 그렇다 하더라도 살아 계실 때 한 번 더 안아 드리지 못한 게 후회된다. 후회하는 마음으로, 미안한 마음으로 나무를 한 번 더 우러러보고 한 번 더 안는다. 송정옛길이 궁금해서 동행한 사람은 엄마를 안듯, 아빠를 안듯 나무를 안는다. 동길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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