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이 사람> 이말순 반여3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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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협력과 작성일 2023.09.27

형제와 달리 이웃은 내 의지로 가족됐으니 제 2의 인연이죠

"로또 당첨되면 이사 가려고 하는데 로또가 당첨이 안 되네.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면 행정복지센터 직원이 뭐라는 줄 압니까? "위원장님 로또 샀습니까?" 안 샀다라고 하면, 천만 다행이래요. 제가 이사 가뿌면 어째야 되노, 그런 말씀들을 하시니까 못가겠습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계속 도와주려고 하고, 진심으로 봉사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이타적 유전자를 타고나지 않았을까? 28년째 반여3동에 살면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말순 위원장이 바로 그런 분일 것 같다. 타고난 봉사꾼이다.

이웃 살갑게 대하는 타고난 봉사꾼
"처음엔 그냥 작은 가게 하면서 가까운 이웃하고 어울려서 이야기 나누고, 주말이면 같이 등산 가는 게 일이었어요. 그러다보니 저희 가게에 들르시는 분도 많아지고 마치 동네 사랑방 같이 돼버렸어요. 주민들이 바라는 거 대신해서 동사무소에 전달하고, 또 동네에 공동으로 필요한 일은 주민들하고 같이 협력해서 하나하나 풀어가다 보니까 어느 날 제가 반장이 돼 있고, 통장이 되고,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이 돼 있는 거예요."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사회보장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사회보장 서비스의 질적 개선과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일하는 민·관 협력기구이다. 위기가구, 홀몸 어르신 등 사회적 약자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등 지역사회보장 민·관 협력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랑의 밥차, 공유부엌 행사를 하면서 어르신들께 식사 대접을 하고, EM 친환경 주방세제를 만들어 화학제품 사용량을 줄이고 환경보호를 하는 나눔 행사도 하고 있다는 이말순 위원장, 집 안 가득 쓰레기 쌓아놓고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걱정이란다.
"집에서 잘 나오지도 않고, 몇 년씩 집에 쓰레기를 쌓아놓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이웃에게 피해를 입히고, 악취에 벌레까지 위생에도 안 좋잖아요. 대부분 오랫동안 외부랑 소통이 단절돼서 그러시는 건데. 그런 분들 집을 방문해서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필요하면 구청 도움 받아서 치료를 받도록 주선하고 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돌봅니다. 청소하러 가면 이웃 분들이 비닐장갑, 락스 준비해놨다 하시면서 같이 청소해주시는 것이 고맙죠."

같이 늙어가는 모습에 마음 짠해
반여3동에 이사 와서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 고객이었던 젊은 엄마가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모습이 참 아쉽다는 이말순 씨. "주민들 고충 들어주고, 대화하다 보면 어떤 때는 벅찬 경우도 있어요. 나를 믿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 분한테 무슨 말을 해줘야 하지? 어떻게 도움을 드려야 하지? 하는 고민이 늘 떠나지 않아서 올해부터 대학 사회복지과를 다니고 있어요.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고독사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와 상담은 더 중요해질거라 보거든요."
건강하게 장수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많이 움직이는 것.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것이 우리네 습관이다.
하지만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성실성을 갖춘 사람이 장수할 기대치가 높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이말순 위원장의 부지런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몇 년 동안 뭐하며 살았는지 모르게 참 바쁘게 산 것 같아요. 일주일에 반은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도시락 싸서 학교에 공부하러 가고, 또 반은 동네 주민들 만나랴 마을 일 돌보랴, 제 개인 일도 해야 하고 가게 밀린 일도 챙기다 보면 일주일이 후딱 가버려요. 저는 경제적인 부자가 아니라 마음의 부자로 삽니다. 호호호."

이웃은 제2의 인연이라 하죠
이말순 위원장이 이처럼 동네일에 열정적인 이유는 무얼까?
"제 형제들이 들으면 좀 섭섭할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형제들은 1년에 몇 번 못 보잖아요? 그렇지만 지역 주민들은 눈만 뜨면 마주하잖아요. 형제는 내 의지와 무관하게 가족이 됐지만 이웃은 내 의지로 가족이 된 건데. 그래서 저는 이웃이 제2의 인연이라 생각해요."
그래서일까? 이말순 위원장은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를 "엄마! 아버지!"라 부르면서 자식처럼 살갑게 대한다. "일보고 오다가 동네 어르신과 마주치면 "엄마 어디 갔다 오세요? 조심히 들어가세요."하면서 인사드리면 "늙은이 얼굴 한 번, 등 한 번 쓰다듬어 주면서 따뜻하게 마주하고 웃어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더라." 하셔요. 말 한 마디라도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달라져요."

내 것만 주장하지 말고 서로 맞춰가야
그런 그도 봉사활동에 지치고 힘들 때가 있었단다. 그렇지만 "피곤하다. 힘들다. 그 집엔 가기 싫다. 그러면 아예 손을 놔야죠. 본인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건 봉사가 아니잖아요, 책임감이지. 왜 본인이 모든 책임을 지려 하죠? 봉사는 그냥 주민과 같이 어울려서 일상생활의 흐름을 따라가는 거라고 봐요. 누군가 그렇게 해줌으로써 동네가 조금 밝아지고 웃음기가 돌면 그게 행복이죠."하면서 마음을 다잡아 왔단다.
내 것만 주장하지 말고 서로 맞춰가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는 이말순 위원장의 새 목표는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따는 것, 그리고 건강 챙기기. "제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해야 봉사활동을 더 잘할 수 있고, 이웃 분들도 우리 마을도 좀 더 행복해질 거니까요."
글 원성만

<해운대 이 사람> 이말순  반여3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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