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부산기계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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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4.11.04

자랑스러운 기술 한국의 산실


해운대의 자랑거리가 해수욕장과 온천뿐이라면 엄청난 오해가 아닐까.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마이스터 고등학교인 국립부산기계공고가 장산의 자락, 간비오산 봉수대 기슭에 자리 잡고 있지 않은가. 봉수대가 연기와 횃불로 적의 침입을 알렸다면, 부산기계공고는 한국인의 손재주가 얼마나 우수한지 전 세계에 과시해왔다.
1967년 부산에 온 뤼브케 서독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부산에 실업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5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한국과 독일 우호협력의 상징물처럼 세워진 학교가 한독실업학교, 즉 오늘날의 부산기계공고다. 근대화, 산업화를 이룩하려면 기술 인력의 확보가 무엇보다 절실했던 시절이었다. 학생 전원에게 공납금 면제, 기숙사에서 숙식 제공 등 여러 가지 특전이 주어졌으니 전국의 수재들이 몰려들었다. 중학교 성적 상위 5% 이내에 드는 학생들이 교장의 추천을 받아 지원하는 방식이었는데, 3% 이내라야 합격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이 학교에 보여준 애정은 각별하였다. 숙소인 극동호텔에 이 학교 교장선생님을 여러 차례 불러 격려하였으며, 1971년 11월, 1973년 10월, 1975년 11월, 1978년 2월과 7월 등 모두 다섯 차례나 학교를 방문하였다. 과학입국 기술자립이라는 휘호를 남기기도 했고, 백년대계를 위해 더욱 분발하라.고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지난해까지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따낸 금메달이 73개, 은메달 64개, 동메달 79개, 우수 70개에 달한다. 단체상인 은탑을 6회, 동탑을 5회나 수상했다. 국제기능올림픽에서는 금메달 18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4개, 우수 4개 등 모두 36명이 국위를 선양한 것이다. 개교한지 10년 되던 1977년 제24회 국제기능올림픽을 이 학교에서 개최했고 전국기능경기대회도 두 차례나 유치하였다. 졸업생 2만 6천여 명이 기계 조선 중화학공업 등 기간산업의 역군으로 활약 중이다. 그야말로 기술 한국의 산실이라고 불릴 만하다.
부산기계공고는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스스로 행동하는 가슴이 따뜻한 영 마이스터 육성을 교육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기술만 연마하는 것이 아니라 수학 및 과학교육을 강화하고 독서 논술교육, 외국어 및 국제이해교육도 강조하고 있다.
학생지도 방식은 독특하다. 동문 1명과 교직원 3명, 학생 6명이 패밀리를 이뤄 팀워크 활동을 하며, 더블 멘토(기업인과 교사, 선배와 교사, 교수와 교사)를 통한 프로젝트 수업이나 창업동아리 활동을 진행한다. 졸업생이 상당수인 산학겸임교사는 든든한 선배의 입장에서 재학생 후배들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학년이나 전공에 관계없이 학생들이 작품을 설계하고 가공할 수 있는 꿈의 광장도 자랑거리다. 난관에 봉착하거나 기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3월 한 달 동안 정규 교과서 없이 진행하는 리더십 프로그램, 매주 금요일 명사 초청 특강, 부자(父子) 모자(母子)캠프도 독특하다.
이 학교 역사자료실에는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입상한 수상자들과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수상한 탑이 전시되어 있다. 역사와 전통이 예사롭지 않음을 한 눈에 알게 된다. 산학협력실에는 전문 기능인으로 출발하여 최고경영자가 된 동문들의 기업과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2012년 12월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한 허남경 씨도 부산기계공고 출신이다. 1978년 제24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동력배선 직종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허 씨는 부산대 전기공학과에서 공부를 더한 뒤 국내 대기업에서 활동했다. 그는 2001년 ㈜테크빌을 설립, 철도제어시스템 기술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동문기업인들이 성공스토리를 이어갈수록 재학생 후배들의 꿈도 무르익어 가리라.
마이스터 고교답게 취업 및 진로지도에도 정성을 쏟는다고 한다. 지난 2월 졸업생의 취업률은 95% 수준,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공기업을 포함한 취업 성적표다. 졸업하면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학점 선이수제를 시행하고 있다. 간비오산 봉수대가 뛰어난 조망 때문에 기장 남산과 황령산 봉수대를 잇는 국방의 요충지였듯이, 해운대 앞바다 절경을 굽어보는 부산기계공고생들은 바다와 같은 넓은 도량을 가지게 되리라.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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