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 우리 곁의 자연, 도심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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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4.01.08

석대동 해운대수목원 주민 꿈 꽃피는 보금자리 되길


해운대구 우동 센텀시티 옆 APEC 나루공원은 처음 조성된 2005년부터 얼마동안은  방금 이삿짐을 풀어놓은 새 집처럼 낯설고 어색한 풍경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시민들의 숨결이 더해지자 이젠 정든 사이가 되었다. 가덕도에서 옮겨온 수령 300년이 넘은 팽나무 두 그루의 연륜 덕분인지. 세상살이에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쉼터, 소풍나온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를 듣고 함께 미소짓는 활력의 샘터로 탈바꿈한 지 벌써 몇 년이 흘렀다.


수도(首都)가 아닌 지방도시에서 아시아 태평양 정상회의를 개최한 부산이, 또 해운대가 그 기념물로 어찌 공원을 선택했을까. 까닭이야 어찌되었든 초고층 빌딩 숲의 한 켠에 산소 탱크 역할을 할 수 있는 공원이 조성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부산비엔날레에 출품했던 조각작품들이 공원의 품격을 더 높이고, 영화의 전당 빅루프의 경관조명과 수영강 오색분수가 어우러져 정취를 더해주는, 부산의 명소로서 손색이 없게 되었다.


손자의 출생을 맞이하러, 지난해 11월 말 4년 만에 다시 찾은 뉴질랜드 오클랜드는 역시 녹색, 그 자체였다. 인구 140만, 뉴질랜드 제1의 대도시이지만 숲과 꽃, 초원과 바다의 싱그러움이 살아있는 늘푸른 도시다. 뉴질랜드인들은 정원 가꾸기를 워낙 좋아하여, 단층 혹은 2층인 주택은 키 큰 나무들과 꽃, 잔디밭으로 포위된 듯하다.


그럼에도 이곳은 도시 곳곳에 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오클랜드 박물관 주변의 도메인, 콘월 공원, 엘버트 공원, 빅토리아 공원, 상수원이었던 웨스턴 스프링스 등. 드넓은 초원 위에 아름드리 거목들이 줄지어 선 공원에 들어서면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이다.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고, 가족 친구들과 오붓한 시간을 나누고, 결혼식도 공원에서 올린다. 이 도시에는 로컬 파크가 4천여 곳, 그 면적이 1만 ha에 이른다. 검은 모래가 반짝이는 피하 비치, 백사장이 엄청 긴 롱베이 비치, 나무들의 선조 카우리 나무가 원시림을 이룬 와이타케레 공원 등 자연보전 공원 성격이 짙은 리져널 파크가 26곳, 면적이 4만2천 ha나 된다. 1억 2천만 평을 넘어서는 규모다.


자원봉사자들, 공원 애호 시민단체들, 각급 학교들이 나무 심기와 가꾸기에 적극 나섰던 덕분이라고 한다. 공원 벤치마다 세상을 떠난 가족이나 친구를 그리워하는, 혹은 그들의 사회공헌을 기리는 기념패가 부착되어 있다. 다시 말해 시민들의 기부로 공원이 유지 운영되었고 그들의 애환을 담아 더욱 사랑받는 명소가 되었던 게 아닐까. 오클랜드 시는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일곱 가지 비전 가운데 두번 째로 그린 오클랜드를 내세우며 공원 및 사회체육 시설을 더욱 확장하겠다는 포부다. 이 곳의 유력한 신문 뉴질랜드 헤럴드는 뉴질랜드의 물가가 런던, 시드니 보다 비싸다는 소식을 전하며 맑은 물과 공기, 높은 삶의 질이 물가가 비싼 진짜 이유가 아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뉴질랜드인들의 여유로움이 새삼 느껴진다.


석대동에 들어서는 해운대 수목원에 거는 기대가 큰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쓰레기 매립장 부지 62만 평방미터(19만평)에 국내 최대 도시형 수목원이 2016년 완공된다. 수목원 고유 기능은 물론, 연구 및 커뮤니티 공간, 문화예술 공간까지 갖춘다고 한다. 진주의 경남수목원, 포항의 경북수목원을 찾았을 때 얼마나 부러웠던지. 뒤늦게 시작했지만 제대로 조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산시민공원이 시민들의 기부로 숲을 이루고, 오클랜드 공원들이 시민들의 정성으로 꽃을 피웠듯이 해운대 사람들의 염원을 담고 꿈을 이뤄주는 보금자리가 되길 바란다.


오클랜드 보타닉 가든(식물원)의 화장실 지붕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 식물이 화장실 건물을 폭풍우에도 견딜 수 있게 한단다. 이른바 생태 화장실이었다. 자연은 최선을 알고 있다(Nature knows best)는 안내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와이타케레 공원 입구 안내판엔 만물 상회(Everything Shop) 라고 공원 소개를 하고 있다. 자연은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며 인간을 치유시킨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곳 초등학생들이 쌀쌀한 날씨에도 반바지 차림에 맨발로 등하교하는 까닭을 알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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