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40대 중반 남자환자가 나의 진료실을 찾았다. 짧지만 심한 어지러움증을 느껴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려다 응급환자로 분류될지도 의문이고 긴 대기시간을 익히 아는지라 처음 대학병원 외래로 가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대학병원에 예약도 힘들고 초진 후에 MRI검사하고 다시 오라는 경우가 많은데다 MRI검사도 며칠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MRI검사를 먼저하고 대학병원에 가면 한번 진료에 처방까지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인터넷에서 제일 믿음이 가는 영상의학과를 검색했다는 것이다. MRI검사와 문진 등으로 진단받고 대학병원에 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 판명됐다. 이 분의 경우 1차 진료를 잘 이용해서 시간과 진료비를 절약한 예라고 하겠다. 환자가 믿고 편히 몸을 맡길 병의원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 한국의료의 현실이라는 말이 있다. 지난 20~30년간 복합적 이유로 서서히 무너져가는 1차 진료체제는 부산물로 피부관리, 몸매관리, 비전문적 성형, 수액주사 등 파행적 의료를 낳았다. 비합리적 의료수가, 심한 경쟁과 지나친 광고 등으로 과잉진료의 유혹에 노출된 2차 진료기관들도 환자들에게 불신을 받으면서 1·2차 진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3차 진료기관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 3차 의료기관의 진료시간은 3분을 넘기지 않는다. 전문의학지식과 뛰어난 임상적 능력의 교수들도 3분이란 짧은 시간에 환자를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문제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아니다. 환자 정부 의사 모두가 조금씩 인내하면 해결이 어렵지 않다. 환자들은 더 이상 값싼 의료를 고집하지 말고 광고에 현혹되지 않으며 의료윤리로 무장한 실력 있는 의사를 찾고 따르려고 노력하고, 정부는 깊이 있는 연구에 의거해 의료체제를 바로 잡아야 하며, 의사들은 조속히 의료 윤리교육와 전문연수교육을 많이 받아야 한다. *서종대. 원영상의학과 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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