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① 위대한 수행자의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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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3.06.10

1947년 경북 문경 봉암사에서는 청담, 성철, 향곡, 자운, 법전 등 스님 20여 명이 부처님 법대로 살자며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었다. 대처승 중심의 왜색 불교를 몰아낸 한국 불교 정화운동의 모태가 되었던 봉암사 결사(結社)였다.
 청담 스님의 딸인 묘엄 스님의 회고록에 따르면 성철 스님과 향곡 스님은 서로를 문수야 보현아라고 부르면서 법거량을 하였다고 한다. 비가 내리는 절 마당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다니다가 멱살잡이를 하기도 하고, 큰 돌을 집어던지고, 그러다가는 함께 박장대소했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보기엔 개구쟁이들의 장난같은 행동이었지만, 한국 불교의 선맥을 이은 선사들의 큰 그릇을 보여준 일화라고 한다.
 해운대에는 이 두 스님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사찰이 있다.
 중2동 와우산 자락 동해바다가 내다보이는 청사포에 자리잡은 해월정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6,7대 종정을 지낸 성철 스님이 1977년 창건한 사찰이다. 해인사 백련암에 주석하시던 스님이 이 곳 해월정사에서 휴양도 하고, 여러 중진 스님들과 조계종단의 현안들을 의논하기도 했다. 스님이 입적한 이후 맏상좌 천제 스님이 큰 스님의 유훈을 받들기 위해 봉훈관을 지었다. 봉훈관 3층 시월전에는 성철 스님이 남긴 친필 120여점이 전시돼 있는데, 부산시 지정 문화재로 등록되었다.
 해월정사는 다른 사찰과는 달리 단청을 하지 않아 수수한, 마치 화장을 하지 않은 생얼굴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수시여전(受施如箭), 즉 시주 받기를 화살 받는 것과 같이 생각하라는 성철 스님의 말씀 그대로이다. 하지만 3천배나 참선 수행, 아비라 기도 등 모든 의식과 수행은 성철 스님의 가르침 그대로이다.
 우동 장산 기슭의 해운정사는 조계종 13대, 즉 지금의 종정인 진제 스님이 1971년 창건하여 주석하고 있는 사찰이다. 기장군 월내 묘관음사에서 주석하시던 향곡 스님의 법맥을 이어받은 진제 스님은 북 송담, 남 진제라고 불릴 정도로 선풍(禪風)을 드날렸다. 이 곳 금모선원에는 스님과 재가자 2백여 명이 참선수행을 하고 있으며, 누구나 법거량을 할 수 있는 무차선(無遮禪) 대법회가 열리기도 했다.
 진제 스님은 석가모니 이후 마하가섭, 달마로 이어지는 법맥을 전수받아 79세 법손(法孫)이라고 하는데, 원통보전 앞마당에는 10여 분의 석상(石像)이 모셔져 있다. 진제 스님이 즐겨 주는 화두는 부모님으로부터 태어나기 전 어떤 것이 참 나인가(父母未生前 本來面目)이다. 끊임없이 참구하고 참구하면 본래의 성품을 볼 수 있고 부처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해운대에서 성철, 향곡, 진제 등 위대한 수행자의 발자취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은 해운대가 단순히 놀고 먹는 관광지에서 보다 격상될 수 있는 단초가 아닐까.
 ■ 언론인, 前 부산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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