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 잘하건 못하건 엄마 아빠만큼은 있는 그대로 온전히 봐주길 바라지요
Look at me 영어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입니다. 이 말은 검색을 해보면 노래에도 많고 영화 제목도 있으며 소설 대사에도 등장합니다. Look at me, 나를 본다는 것은 시선을 돌려 여기 서 있는 나를 봐달라는 말이겠죠. 그런데 이게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 있는 물질적인 나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책상을 봐라라는 말과 큰 차이가 없겠는데 뭔가 확실히 차이가 나 보입니다. 영화의 한 장면을 설명해드릴게요. 영화 <페넬로피>를 보면 절정의 순간에 이 말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페넬로피입니다. 페넬로피는 집안 대대로 마녀의 저주에 걸려 돼지코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부모는 아이가 세상으로부터 상처받을까 걱정이 돼서 집안에 가두고 세상으로부터 격리를 시키고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인 귀족의 남자와 결혼시키려고 하지요. 하지만 남자들은 페넬로피의 코를 보고 그녀를 괴물이라며 도망가기 바쁩니다. 영화 후반부에 몰락해가는 귀족 집안의 한 남자와 억지로 결혼을 시키려고 합니다. 그 집안은 페넬로피 같은 돼지코의 아내를 받아들임으로써 시장이 되고 집안을 다시 일으키려고 하죠. 페넬로피는 끝내 그 결혼식장을 뛰쳐나오며 결혼식으로 돌아가라고 재촉하는 엄마를 향해 말합니다. Look at me 엄마는 보고 있다고 말하면서 도대체 왜 그러냐며 페넬로피를 다그치고 얼른 결혼식장으로 돌아가 귀족의 남자와 결혼하기를 강요합니다. 엄마는 얼른 페넬로피의 괴물 같은 코를 고쳐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런데 페넬로피가 이대로의 내가 좋아요라고 말하자 순간 저주는 풀립니다. 페넬로피는 평범한 사람의 코로 돌아가지요. 페넬로피는 왜 Look at me라고 외쳤을까요? 엄마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데도 왜 이 말을 외쳤을까요? 페넬로피는 알았을 겁니다. 엄마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코만 보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페넬로피는 다정하며 사람들을 좋아하며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코가 돼지코지만 크게 문제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이것도 내 코라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코 때문에 조롱하고 자신을 폄하해도 자신의 모습을 사랑해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한테 말합니다. Look at me라고. 저주 받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코만 보면서 바꿔주고 고쳐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봐달라고 말입니다. 그냥 나 말입니다. 무엇을 이루건 이루지 못하건, 잘하건 잘하지 못하건, 다른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건 받지 못하던,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엄마만큼은 봐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아이들 역시 그럴지 모르겠습니다. 엄마가, 아빠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보면서 실수했다고 하고 잘못되었다고 하고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엄마와 아빠만큼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온전하게 봐주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습니다. 그냥 보면 됩니다. 이미 경이로운 우리의 아이들을 말입니다.
원 은 정 <부모의 인문학 질문법>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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