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칼럼 - 자존감은 관계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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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7.08.03

부모의 긍정적인 시선과 언어
우리 아이의 자존감 높여준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새로운 기분을 내본다고 숏커트로 잘랐다. 펌도 하고 앞머리 스타일도 바꾸고 변신을 기대했는데 이게 웬일인가. 이건 내가 원하던 그 스타일이 아니다.
보통 미용실에서 나올 때는 두 가지 기분 중 하나다. 그냥 집에 들어가기엔 아까울 정도로 극도의 만족 상태인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거나 오랜 단련으로 눈물을 흘리지는 않더라도 어찌할 바를 모르는 처참한 기분을 비롯한 미용실 원장님을 향한 원망.
그 날이 그러했다. 바로 두 번째의 그 처참함이 몰려오는 그런 날. 미용실 문을 나서면서 이 머리로 어떻게 다녀야지 하는 깊은 절망감 상태였다. 집에 와서 몇 번을 거울을 봐도 답이 안 나왔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남편이 귀가를 했다. 머리를 보고 뭐라고 말할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쳐다본다.
머리 깎았네?
끝? 이게 끝이다. 머리 깎았네? 잘랐네도 아니고 깎았네? 그리고 그걸로 끝? 아….
다음날 머리에 대한 속상함을 가득 안고 친구를 만나러 갔다. 친구가 머리를 보자마자 어머, 너 머리 진짜 잘 어울린다. 스타일 완전 괜찮은데!
에이, 설마. 그냥 하는 말이겠지
오후에 한 청소년수련관 관장님을 만났는데 원선생님, 헤어스타일 변하셨네요. 너무 느낌 좋다. 완전 커리어우먼 그 자체에요
오호, 정말 괜찮은가? 친구도 그렇고 관장님도 그렇고 다들 반응이 좋네
사람들이 잘 어울린다고 말을 건넬수록 나도 거울을 보면서 헤어스타일에 대한 느낌이 달라진다. 정말 잘 어울리는 것도 같고, 진짜 커리어우먼 스타일인 것 같으며, 나름 신선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아침의 처참한 기분은 전혀 들지 않고 심지어 만족감마저 든다.
많은 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이의 진로와 자존감이다. 자존감은 자아존중감(自我尊重感, self-esteem)의 줄임말로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이다.
이것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해나가면서 높아지기도 하고 스스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자기 혼자만의 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이나 시선 그리고 수용이 자존감의 근거가 되어주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여러 번 같은 말을 듣는 것을 보니 내가 그런 사람인 게 확실해라고 인지되는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서로 연결되어 살며 관계를 통해서 자신을 확인한다. 이 사소한 미용실 이야기는 우리 일상에서 늘 일어날 수 있는 사례다.
내가 나에 대한 인지가 달라지는 순간들을 우리는 많이 만난다. 특히, 아이들은 자신을 이미지로 기억하고 인지하는 심리적인 특징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하고 싶고 그것이 한결같을 때 자신감, 자부심 그리고 자존감이 단단하게 구축된다.
아이들이 자신의 자존감에 힘을 실을 수 있도록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긍정적이고 한결같은 시선과 피드백이 필요하다.
가장 가까운 어른이자 매일 일상을 함께 보내는 부모의 긍정적이고 한결같은 시선과 언어 그리고 서로를 향한 애정 어린 관계는 아이의 자존감에 힘을 실어준다.
아이가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힘들어할 때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급박하게 혹은 한방에 전환하려고 하기 보다는 일상에서 천천히 녹아들고 스며들도록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 좋다.



■원은정·한국청소년센터 대표
<부모의 인문학 질문법>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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