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 우리 모두는 장산국의 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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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3.11.05

오늘도 내일도 해운대 굽어보며
묵묵히 후손들을 지켜주는 장산


참 좋은 날입니다. 하늘은 높고 청명하며, 햇살은 따사롭고 바람은 시원합니다.
얼마 전 결혼식 주례를 맡아 주례사 첫 머리에서 건넨 인사말이다. 오늘이 바로 이런 날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짧아지는 가을이 아쉽고 서러워 걸망을 울러 메고 장산으로 달려갔다.
도시철도가 다니고 도로가 확장돼 면모가 새로워져 가는 반송을 들머리로 삼았다. 젊은 부모와 함께 온 초등 저학년 형제들이 체육공원의 철봉에 오르느라 재주를 부리는 게 재롱스럽다. 안적사로 넘어가는 갈림길 벤치엔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이 좋은 계절에 가까운 사람들과의 나들이가 얼마나 즐거울까.
헬기장 가는 길의 가파른 오르막을 피해 장산마을 코스로 접어들었다. 도심 산 속에 이렇게 한적하면서도 아름다운 길이 있을까. 간혹 마주치는 사람들의 눈인사가 정겹다. 동쪽으로 멀리 기장 수령산과 고리 원전, 그리고 일망무제(一望無際)의 동해 바다가 보인다. 눈 밝은 도인이라면 저 수평선 너머 일본의 움직임까지 낱낱이 살필 수 있을 터. 머리부터 발 끝  까지 온 몸이 시원해진다.
1960년대부터 장산개척단 주민들이 거주했다는 장산마을, 지금은 등산객들이 발품을 쉬어가는 음식점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단풍은 아직 찾기 어렵고, 갓난아기 솜털 같은 하얀 억새가 가을 정취를 더해준다.
갈대는 청설모 같고 억새는 귀여운 다람쥐 같다는 아내의 비유에 시인이 따로 없구나 라며 장단을 맞춰준다. 
장산 정상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곳곳에 너덜겅이 보인다. 6천2백~7천4백만 년 전 화산이 폭발한 흔적이라고 한다.
장산은 마치 훈장을 주렁주렁 달고 천군만마(千軍萬馬)를 거느린 장수처럼 그 위용이 당당하다. 장산은 반송, 반여, 재송, 우동, 중동, 좌동, 송정동을 굽어보며 두 팔로 감싸 안은 해운대의 진산(鎭山)이다. 해운대에선 기원 전 2~3만 년 전 구석기인들의 유적이 발굴되었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삼한시대에 장산국이 있었다는 기록이 남겨진 것으로 보아 그 뿌리는 깊고도 기나길다.
해운대구청이 지난 9월 창작 오페라 해운대-장산국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 까닭도 잊혀진 나라 장산국의 정신과 의미를 지역문화브랜드로 되살리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기초자치단체가 기획 제작한 창작오페라 공연이 전국 최초였던 데다 관객의 호응도 뜨거웠으니 문화브랜드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장산마을 아래 원각사에서 바라본 조망 또한 일품이다. 마린시티 고층 건물과 광안대교, 그 너머로 이기대와 오륙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억새 군락지에서 체육공원으로 내려가는 길에 모정원(母情苑)이 자리잡고 있다. 항일독립운동과 6.25에 참전하였던 강근호 애국지사와 부인 이정희 여사의 기상이 깃든 곳이다. 대천공원에서 모정원까지 2킬로미터 구간을 애국지사 강근호의 길로 이름 붙인다니 나라를 위한 지사님의 충정은 길이 남으리라.
양운(養雲)폭포, 해운대 8경의 하나다. 초등 2학년 때 이 곳에 소풍을 온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머니 손을 잡고 담임 이경숙 선생님과 찍은 사진이 빛은 바랬으나 소중한 유년의 추억거리다. 폭포사, 석태암을 거쳐 대천공원 호수로 들어선다. 인공적으로 조성됐으나 신도시 주민들의 휴식처로 손색이 없다.
좌동 재래시장엔 하산객들로 북적인다. 칼국수며 파전, 막걸리 몇 잔으로 하산의 아쉬움을 달래는가 보다. 오늘 장산에서 나의 뿌리를 다시 확인했다.
증조부모님과 선친의 묘소가 있고, 조부모님의 49재를 올린 폭포사와 약수암이 자리 잡은 곳, 어릴 적 물놀이를 하던 춘천천의 발원지인 장산! 해운대 사람들 모두가 그러하듯이, 나 또한 장산국 백성의 후예가 아니겠는가. 그래, 장산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해운대를 굽어보며 후손들을 지켜줄 것이다.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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