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의 나무> 반여3동 인지사 물동이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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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협력과 작성일 2024.12.06

"빗방울 두런두런 인지사 옛이야기 같아요"


인지(仁智)는 해운대에서 종종 접하는 이름이다. 인지초등학교, 인지중학교가 있다. 이 이름을 쓰는 태권도장도 봤다. 인지중에 아는 선생이 있어서 유래를 물어봤다. 어질고 지혜로워서 인지가 아닐까 했다. 어긋난 대답은 아니지만 그건 뜻풀이이지 이름 유래는 아니다. 어째서 인지일까.
그전에 속담 하나를 짚고 가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흔히 쓰는 속담이다. 그러나 이 속담은 틀렸다. 빈대 잡으려다가 아니고 빈대 잡으려고로 해야 맞다. 몇 해 전 전국적으로 극성을 부리는 빈대에 쩔쩔맸듯이 조선시대 그때는 빈대가 자주 극성을 부렸다. 빈대가 극성을 부리면 피부 질환 돌림병이 돌았다.
빈대는 금방 번졌다. 한 집에서 다음 집으로 번졌고 한 마을에서 다음 마을로 번졌다. 빈대가 번지면 코로나19처럼 공공의료가 작동했다. 그 옛날 빈대에 맞선 공공의료 가운데 하나가 전소(全燒)였다. 빈대가 득시글대는 집을 불태웠고 마을을 불태웠다. 인터넷에 빈대골을 검색하면 그런 옛이야기가 뜬다.
인지사(仁智寺)는 1984년에 옛 신라의 사찰인 인지암 터에 법등을 이어 신선암으로 창건한 사찰이다. 인지암은 신라 700년경에 세워진 암자로 전해오다가 19세기 이후 쇠락하여 폐사하였다고 한다.
반여3동 인지사는 전통사찰. 입구 안내판 설명대로 1984년 창건해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전통사찰로 지정됐고 이어서 2016년 인지사로 변경했다. 여기가 신라 고찰 인지암 터였다. 인지암은 범어사만큼이나 오래되고 컸다. 옛날 지도도 엔간하면 표기했다. 절 앞 널따란 논에서 수확한 인지미(仁智米)는 투플러스 명품 쌀이었다. 그러나 한순간에 무너졌다. 빈대가 극성을 부리자 스님들이 떠났고 절은 태웠다. 빈대 잡으려다가 아니라 빈대 잡으려고 태운 절이 인지암이었다.
가을비가 짓궂다. 이틀을 달아서 온다. 어쩌면 잘 된 건지도 모르겠다. 인지사 대웅전 마당 물동이 수련은 이 계절, 이런 날씨가 제격이다. 물론 수련은 꽃 좋고 잎 좋지만 꽃 지고 잎 시든 수련의 뿌리도 볼 만하다. 비 오는 날 연못 수련이나 물동이 수련은 더욱 볼 만하다. 인지사를 찾은 오늘이 딱 그날이다. 왜 그런가.
연뿌리 한자는 동(董). 풀 초(草), 무거울 중(重)을 썼다. 풀은 가벼워서 물에 뜨는데 연뿌리는 무거워서 물속에 가라앉았다고 본 게 이 글자였다. 이 글자 앞에 삼 수( ) 변을 붙이면 물 떨어지는 소리 동이 된다. 연못에 빗물 떨어지는 소리 동, 동, 동 울리는 풍경을 떠올리면 연꽃은 단연 뿌리다. 꽃 지고 잎 시들어서 수면이 다 드러난 늦가을 수련은 그래서 더욱 볼 만하다.
"수련 화분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두런두런 인지사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아요."
대웅전에서 본 보살은 동심이다. 인지암 유래를 들려주자 눈이 동그래진다. 빗물 소리 두런두런 받아내는 물동이는 안 그래도 동그란데 더 동그래 보인다. 대웅전 마당 한가운데 물동이는 열다섯. 열다섯 물동이가 빗물 받아내는 소리가 여기서 동 들리고 저기서 동 들리며 조용한 절 마당은 소리의 절간이 된다. 신라 그때나 지금 이때나 다르지 않을 빗물이 담기면서 연뿌리는 더욱 무거워 보인다. 해운대구 재반로 282번길 113.
동길산 시인

<해운대의 나무>  반여3동 인지사 물동이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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